'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2023-2024시즌을 마친 뒤 현역 연장을 결심하며 남긴 말이다. 은퇴를 고민했던 그는 올 시즌 놓친 우승에 다시 도전하려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확실한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여자부 FA 시장에 나온 대어급 선수들의 거취는 이미 대부분 결정된 상태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4일 2024 여자부 FA 18명의 명단을 공시했는데, 15일 기준 강소휘(한국도로공사), 이소영, 이주아(이상 IBK기업은행), 노란, 박혜민, 박은진(이상 정관장), 정지윤, 나현수(이상 현대건설), 한다혜(페퍼저축은행) 등 무려 절반에 달하는 9명이 계약을 마쳤다. 협상 기간은 17일 오후 6시까지다.
최대어로 꼽힌 강소휘는 GS칼텍스를 떠나 한국도로공사에 새 둥지를 텄다. 계약 조건은 3년, 총액 24억 원으로 연간 보수액은 이번 여자부 FA 보수 상한선인 8억 원(연봉 5억 원, 옵션 3억 원)이다.
강소휘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여자부 역대 FA 최고액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FA에서 당시 보수 상한선인 7억7500만 원을 받은 김연경(흥국생명)과 박정아(페퍼저축은행)를 넘어섰다.
뒤이어 또 다른 대어 이소영의 이적 소식도 전해졌다. 정관장에서 뛰었던 이소영은 IBK기업은행과 3년 총액 21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 세부 내용은 연봉 4억5천000만 원, 옵션 2억5000만 원으로 연간 보수 총액 7억 원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타 구단들과 달리 흥국생명은 집토끼 단속에도 애를 먹고 있다. 주장 김미연, 세터 이원정,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이주아 등 3명이 이번 FA 시장에 나왔다. 이주아가 IBK기업은행으로 떠난 가운데 김미연과 이원정의 재계약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줄곧 취약점으로 꼽힌 세터 포지션으로는 김하경 영입을 고려할 만하다. 비록 올 시즌 아시아 쿼터 폰푼과 주전 경쟁에서 밀린 모습이었지만 지난 2시즌 연속 야전 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다.
FA 시장에서 마땅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이번 아시아 쿼터 트라이아웃은 전년도 10개국에서 64개국으로 대상 국가가 늘어난 가운데 오는 29일부터 5일 1일까지 진행된다.
기존 아시아 쿼터 선수 레이나는 불참하지만 정관장을 7년 만에 포스트 시즌으로 이끈 메가, 현대건설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위파위 등이 재도전한다.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여러 구단의 큰 기대를 모은 중국 출신 미들 블로커 위 장(29·196cm) 등 새로운 선수들도 참가한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은 다음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흥국생명은 시즌 중 옐레나가 부진으로 이탈했고, 대체 선수로 합류한 윌로우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 비중이 높은 V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려면 확실한 외국인 선수 영입이 필요하다.
오는 17일 오후 6시가 지나면 FA 시장은 문을 닫는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사실상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 영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우승을 위해 현역 연장을 결심한 김연경이 만족할 만한 전력 보강이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2020-2021시즌 뒤에는 우승과 인연이 없다. 당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챔피언 결정전에서 GS칼텍스에 발목을 잡혀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중국 리그로 잠시 떠났다가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김연경은 2022-2023시즌 정규 리그 1위를 이뤘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에 사상 첫 리버스 스윕패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시즌 중 은퇴를 고민했던 김연경은 우승을 위해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당시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총액 7억7500만 원(연봉 4억7500만 원, 옵션 3억 원)에 흥국생명과 재계약하며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김연경은 올 시즌에도 건재한 모습을 과시했다. 정규 리그 36경기(140세트)에 출전해 775점을 기록, 전체 득점 6위이자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로 활약했다. 공격 성공률은 44.98%로 전체 2위에 올랐다. 그 결과 지난 시즌에 이어 2회 연속 정규 리그 MVP(최우수 선수)에 올랐고, 여자부 역대 최다 수상 횟수를 6회로 늘렸다.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지만 은퇴를 고민했던 만큼 거취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김연경은 "시즌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것과 관계 없이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있다. 우승을 놓친 만큼 (선수 생활을) 좀 더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역 연장을 결심한 만큼 차기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 염원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김연경은 "자신감이 컸지만 아쉽게 놓쳤다.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쳐 내년에는 더 부담이 되는 시즌이 될 것 같다"면서도 "(부담을) 이겨내고 반드시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를 악물었다.
우승을 위한 전력 보강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연경은 "나름 구단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선수 보강을 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배구에 열정이 있고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가 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