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데뷔 9주년인 밴드 데이식스(DAY6)는 5년 전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바로 그 장소로 돌아왔다. 그동안 전체 곡 수도, 대표곡도 늘었다. 팀의 인지도와 위상 역시 높아졌다. 잠실실내체육관이 최대 2만 명까지 수용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시야 제한 구역과 관객 밀집도 등을 고려해 5천 명 전후로 개방하는 것이 보통이다. 데이식스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을 초대하고자 360도 개방형 공연을 마련했고, 사흘 동안 3만 4천 관객을 모았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데이식스의 새로운 단독 콘서트 '웰컴 투 더 쇼'(Welcome To The Show)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예정된 시작 시각에서 5분이 지난 오후 5시 5분, 장내가 어두워진 가운데 멤버들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붉게 피어오르다가 황금빛으로 흩어지는 폭죽이 이날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타이틀곡 제목이자 공연명이기도 한 '웰컴 투 더 쇼'로 막이 오른 공연은 오프닝으로만 6곡이 내리 이어졌다. 예정된 세트 리스트에 따르면, 앙코르 마지막 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까지 곡 수가 27곡에 달했다. 답답함을 뚫어주는 시원한 라이브와 연주 실력으로, 공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팀이라는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자연히 기대도 컸다. 이날 공연은 '믿듣데'(믿고 듣는 데이식스)라는 수식어와 '데이식스는 꼭 공연을 가 봐야 한다'는 후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간이었다.
데뷔 초부터 '못 했던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아무튼 데이식스의 라이브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역주행을 시작해 음원 사이트 멜론 일간 차트(4월 13일 자) 10위에 진입한 '예뻤어'만 해도, 활동기보다 지금 더 잘 부른다. 보컬 셋의 가창력, 표현력, 성량이 두루 안정적이라 한 점의 불안함 없이 마음 편히 들을 수 있었다. 원필 성량이 예상보다 커서 약간 놀랐다.
음원은 청자에게 더 듣기 좋은 형태로 얼마든지 보정, 가공될 수 있다. 음악방송은 새벽에 사전녹화를 해야 할 만큼 시간에 쫓기기에 원하는 만큼의 완성도에 다다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공연장은 다르다. 가창력과 연주 등 가수의 실력은 물론, 음향, 시야, 연출까지를 두루 고려한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 사견을 밝히자면, 어떤 노래의 무대가 관객에게 최대한 온전한 형태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연을 준비하는 가수와 제작진의 목표여야 한다고 믿는다.
360도 공연은 수용 가능한 인원을 늘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데이식스에겐 첫 도전이라 생소한 게 많았다. 리더 성진은 "360도도 걱정 많았다. 모두가 360도 (공연) 해 본 적 없어서"라며 "어떻게 사운드가 나올지 모니터가 어떻게 나올지 고민 정말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와,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당사자들조차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수 없었지만, 데이식스는 보란 듯 다시 한번 '믿듣데'를 증명했다.
'그럴 텐데'는 특유의 음색으로 진성과 가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원필의 활약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이른바 '긁는' 창법으로 호소력을 더하는 성진은 '둘도 아닌 하나'를 비롯해 많은 곡에서 음정을 정확하게 잡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데이식스 초기 곡에서는 영케이가 보컬뿐 아니라 랩도 한다는 것을 알게 돼, 새삼 '올라운더' 면모를 확인했다. 모든 곡을 묵묵히 받치는 드러머 도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예상치 못해 반가웠던 곡은 데이식스의 유닛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의 곡 '러브 퍼레이드'(LOVE PARADE)였다. 연인, 친구, 부모님, 반려동물은 물론 "모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에 대해 같이 함께 걸어 나가보자는 뜻"(원필)으로 만들어졌는데, 큰 스케일을 자랑하기에 좋은 곡이어서 데이식스 버전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성진의 목소리로 듣는 '러브 퍼레이드'도 좋았고, 색달랐다.
'해피'(HAPPY) 무대 시작 전 원필은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이 노래 크게 불러요"라고 했고, 관객들은 정말로 크게 따라 불렀다. 원필은 그 장면에 감격한 듯 울컥했고 허공을 바라보며 울음을 참으면서도 쉬지 않고 건반을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뒤에서 드럼을 치던 도운은 원필을 바라보며 활짝 웃어 대비됐다. '해피' 후렴을 관객들이 다시 불러주고 나서야 원필은 후련해했고 "슬픔이 아닌데 진짜 벅차서 슬픈 이 느낌?"이라며 "참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직접 2~3층을 찾아가며 관객들과 더 가까이 호흡한 데이식스는, 역주행과 더 규모를 키운 콘서트 개최 등 데이식스에게 벌어진 경사가 모두 마이데이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운은 "아 진짜 나는 여러분 덕분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끼고 있었는데 오늘도 다시 한번 느끼고 가는 것 같다"라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음악 해 나가겠다. 다,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영케이는 "지금 이 순간이 이번 활동의 마무리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정말 즐거웠다"라며 "이렇게 계속하고 싶다. 이걸 가능케 하는 건 다 여러분이다. 계속해서 우리를 무대에 올려주시고, 앨범 내고 곡 작업하고 이런 모든 것들 가능케 해 주신, 여기 계신 마이데이분들. 지금 이 공연을 통해서 마이데이가 되신 분들 너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행복만 할 수는 없어. 근데 이렇게 사이 사이에 행복한 시간들을 끼워 넣을 수 있잖아요. 이 기억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희망을 갖고 행복할 수 있어요. 곧 행복할 거예요.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을 조금 더 자주 느끼게 되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들이랑 걸어가렵니다." (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