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사의 표명에 유정복 차출설 '솔솔'…왜?

尹, 韓 총리 사의 수용 방침…차기 총리 인선 키워드는 소통·협치
총리 인선 최대 걸림돌은 국회 인준…범야권 동의가 절대적
인천정가, 지난해 7월부터 "유정복 입각 제의 받았다" 소문
유정복 과거 두 차례 인사청문회 통과 이력 주목
1995년 김포군수 당선되며 정계 입문…현시점 선출직 최고참
총선서 전멸한 '메가 서울' 공약에 "정치쇼" 일갈…합리적 보수 평가도
야권에 유리한 정계 구도…인천시장 보궐선거 문제 삼기 어려워
'보스형' 리더 윤석열-'실세 총리론자' 유정복, 어울릴 수 있나 '의문'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수도권 도시의 서울 편입을 비롯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프레스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지난해 후반기 인천 지역사회에서 떠돌던 유정복 인천시장의 차기 국무총리 차출설이 또다시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서 여·야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경력과 정무적 감각을 갖고 있는 데다 국회 인준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와 소문이 점점 힘을 받는 모양새다.
 

尹, 韓 총리 사의 수용 방침…차기 총리 인선 키워드는 소통·협치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직후인 지난 11일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뜻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한 주변 의견을 듣고 있다.
 
이에 따라 무게감과 정무적 시야를 갖췄으면서도 야권과 '소통'할 수 있고 '협치' 능력 등을 갖춘 '정무형·통합형' 총리가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쇄신 의지를 드러내면서 여·야 모두 수용 가능한 인사여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고 후임 검증과 인선에 어느 때보다 신중한 기류가 흐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한 후임 총리 하마평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주호영·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총선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홍준표 총리론'을 꺼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총리 인선 최대 걸림돌은 국회 인준…범야권 동의가 절대적


그러나 총리 임명은 인사청문회와 투표 등 국회의 인준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22대 총선에서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한데 언급된 후보군들이 이 과정을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대안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거론됐지만, 김 전 총리가 직접 나서 "터무니없는 소리다. 불쾌하다"라며 선을 그었다
 
권영세 의원도 최근 총선 당선 직후 "당정관계가 수직관계도 아니고 별개로 가는 관계도 아닌 건강한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할 생각이 있다"며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장관과 달리 국회 재적 인원의 과반수 출석에 과반이 찬성해야 인준된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
 
후임 총리 지명자가 임명되지 못하고 중도에 낙마할 경우 윤 정부는 임기 중반에 회복 불가능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민심을 확인한 윤 대통령이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후보를 내세우면 그 비판은 윤 대통령이 고스란히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 후임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등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했지만 각각 고액 수임료 문제와 과거 발언 논란 등으로 낙마하면서 국정 개혁의 동력이 크게 꺾인 바 있다.

 

인천정가, 지난해 7월부터 "유정복 입각 제의 받았다" 소문


이같은 배경에서 최근 정가를 중심으로 유정복 인천시장이 차기 국무총리에 물망에 올랐다는 소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 시장의 총리 차출설은 지난해 7월 인천 정가에서 처음 감지됐다.
 
이는 유 시장이 지난해 7월 인천의 한 지역일간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정부로부터 국무총리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고, 설사 제안이 온다해도 인천시장으로서의 역할이 그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고 대답한 데서 비롯됐다.
 
이같은 질문이 나온 데는 당시 인천 정가에서는 윤 정부가 조만간 개각을 할 예정인데, 유 시장이 입각 제의를 받았다는 소문이 배경이었다.
 
이 소문은 지난해 10월 "유 시장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부터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았다"는 다수의 정치권 관계자들로부터 나오면서 더 구체화됐다. 이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위한 자료로, 대통령실에서 전달된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 법무부가 후보자 본인에게 개인정보 열람 동의 여부를 묻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유 시장은 인천시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전혀 그런 요청 받은 바 없다. 어디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며 부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5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UN광장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개청 기념행사에서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유정복, 과거 두 차례 인사청문회 통과 이력 주목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 소문은 또다시 인천 정가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에는 현 정계 구도와 유 시장의 이력, 민주당의 이해 관계 등을 비교하는 등 기존 소문보다 더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유정복 차출설'은 현 정부에서 거론되는 국무총리 후보로는 국회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 국회의 동의가 가능한 유 시장이 차기 국무총리가 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 중심에는 그가 과거 두 차례 국회청문회를 통과한 이력이 있다.
 
유 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 때는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다. 이 시기에 모두 국회 청문회를 무리 없이 통과했다. 이미 두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만큼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도 무리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김포군수 당선되며 정계 입문…현시점 선출직 최고참


정치 경력 면에서도 유 시장은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포군수로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뒤 김포시장, 3선 국회의원, 두 차례 장관, 재선 인천시장 등을 지냈다. 선출직 가운데서는 최고참이다.
 
현 시점에서 1995년에 입문한 선출직 가운데 현역은 유 시장과 김두관 경남 양산을 국회의원 등 2명 뿐이다. 그러나 22대 총선에서 김 의원이 낙마하면서 현직은 유 시장만 남았다.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 홍준표 대구시장도 유 시장보다 입문 시기는 1년이 늦는다. 만약 유 시장이 국무총리로 발탁되면 '첫 군수 출신 국무총리' 타이틀을 얻게 된다.
 
유 시장은 2002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김포시장 선거에 당선되면서 잠시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았으며, 2004년 17대 총선에는 당적으로 옮겨 한나라당 경기 김포시 국회의원 후보로 나와 당선되면서 국회에 진출했다.
 
이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을 지내며 친박 인사로 알려졌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과 박근혜 정부 시절 모두 장관에 임명되면서 보수 정당 내에서도 소통 능력과 정무 감각을 인정받았다.
 
유 시장은 2021년 20대 대선 때는 국민의힘 윤석열 경선 후보 국민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면서 윤 대통령과도 정치적 인연을 맺고 있다. 올해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이 정부행사로 격상된 것도 이같은 인연이 바탕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총선서 전멸한 '메가 서울' 공약에 "정치쇼" 일갈…합리적 보수 평가도

연합뉴스

유정복 시장이 '할 말은 하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한다는 점도 국무총리 후보로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례로 유 시장은 지난해 11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의 서울 편입' 등을 골자로 하는 '메가 서울'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쇼"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소속인 유 시장이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하자 국힘 내부에서는 "뒤통수를 맞은 심정"이라며 유 시장을 비난했다. 당시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유 시장에 대해 "당내 의원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 깊이 있게 고민하고 하신 말씀인지 유감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메가 서울'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서울시와 인접한 일부 지자체장들도 적극 나서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메가 서울'은 해당 지역 국민의힘 후보들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해당 지역 국힘 후보들이 모두 낙선하면서 이 공약은 사실상 폐기됐다.
 

야권에 유리한 정계 구도…인천시장 보궐선거 문제 삼기 어려워


유정복 시장이 국무총리로 차출된다면 윤 정부가 올해 한 번 더 평가를 받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 시장의 국무총리 차출은 곧 인천시장의 궐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6일 예정된 재보궐선거까지 약 6개월 간 시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현 정계가 야당에 유리한 구도로 재편된 만큼 유 시장의 국무총리 차출이 이른바 '인천시장을 내주고 국무총리를 가져간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야권에서도 이를 문제 삼기에 애매한 상황이다.
 
윤 정부 입장에서는 앞으로 2년간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다음 재보궐선거를 수도권 보궐선거로 확대해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릴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낙연 당시 전남지사를 차출해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한 이력이 있는 만큼 민주당에서도 이를 문제 삼기엔 부담이 있다. 게다가 인천은 올해 재보궐선거에서 유천호 강화군수가 지난달 9일 별세한 데 따른 강화군수 보궐선거도 예정돼 있다.
 
인천에는 유 시장이 국무총리로 발탁되면 임기 동안 해사전문법원·인천고등법원 유치, 제2 인천의료원 설립,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여객선 준공영제, 서해5도 지원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인천 현안 해결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할 수 있다.
 

'보스형' 리더 윤석열-'실세 총리론자' 유정복, 어울릴 수 있나 '의문'


다만 유 시장의 국무총리 차출설은 국무총리 인선을 둘러싼 하나의 소문일 뿐 구체적인 정황이나 실체가 나온 것은 아니다. 게다가 윤 정부가 한덕수 국무총리를 발탁한 것처럼 과거 민주당 정권 시절 인사를 전격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유 시장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참모와 소통하며 의견을 모아가는 '소통형'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보스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유 시장은 평소 '외치는 대통령, 내치는 국무총리'로 요약할 수 있는 '실세형 총리론자'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이번 차출'설'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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