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여소야대 고착화로 귀결되면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혁' 동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국정기조에 비판적인 중간평가가 나온 만큼, 사회적 대화의 상대인 노동계에서나 입법부 주축인 야권에서나 저항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야당과 협력해 차기 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과반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총선공약집에 '노동권 행사에 대한 손배 청구 및 가압류 제한'을 적시해뒀고, 조국혁신당도 "노동이 존중받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성사 가능성이 높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하고, 원청업체까지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폐기됐다. "노동쟁의의 사법적 해결이 경시되고,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던 거부권 행사 이유를 보면 '법치'에 반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법치에 관해서는 노동부 장관도 최근 "노동개혁 원년인 지난해 중점을 둔 게 노사법치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노란봉투법 재입법은 국정기조의 대전환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간단히 양보하기 어렵다. 이같은 정치쟁점 방어에 분산될 정치력·행정력을 감안하면, 정부가 원하던 노동개혁의 동력도 약화될 공산이 크다. '원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건설노조 수사, 노조 회계공시, 산재·고용보험 카르텔 조사 등으로 노동계를 압박했다.
노동계는 총선 뒤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 거부권 남발을 중단하고 야당과 소통하며 국정을 이끌라"(한국노총)거나 "노란봉투법 등 정권을 제외한 모두가 주장해온 민생법안을 즉각 시행하라"(민주노총)고 공세를 펴고 있다.
불투명해지는 근로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 적용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함에 따라, 기존에도 노동정책 반대 입장이던 과반 야당으로서는 대정부 협조 필요성이 적어졌다.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양대 노총 출신 당선자 10여명의 원내 진입도 이뤄져 노동계 입지가 강화됐다. 노동계 입김 역시 세질 수밖에 없어 노동개혁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는 '원년'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노동개혁 2단계'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주요 추진과제는 근로시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이다. 특히 '69시간제' 논란을 초래했던 근로시간 개편은 '업종별 유연화' 쪽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역시 문제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다. 근로시간 유연화의 경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대다수 노동개혁에는 입법 절차가 필수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해 "겨우 정착된 주 52시간 노동을 되돌리고 주 69시간 제도로 퇴행하려고 한다"며 반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입법 전 단계인 노사정 사회적 대화도 순탄치만은 않다. 당장 지난주 개최 예정이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특위 첫 회의가 위원 구성 관련 노동계의 이견으로 연기됐다. 회의 일정은 여전히 미정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총은 "들러리로 사진 찍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도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될지 알 수 없다. 정부로서는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인 '업종별 차등 적용'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현정권 임기 내 공론화해야 할 처지다. 실제로 노동부 장관도 "최저임금위에 업종별 구분 여부에 대해 심의해달라고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차등적용 논의 자체를 "자본의 앞잡이"로 비난하고 있는 노동계는 오히려 현행 최저임금 시급 9860원의 대폭 인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나아가 야당을 통해 차등 적용 금지, 특수고용직 노동자 적용 등 제도 강화 쪽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국회에 노동개혁 협력을 구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개혁과제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국회 원 구성이 어떻게 되든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대화대로, 입법부와의 대화는 그것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