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석 당선이란 역대급 참패의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사의를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 이하 윤재옥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직자들의 사퇴 여부가 주목된다.
지도부 총사퇴가 당연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한 비대위원장 외 뚜렷한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단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 자체가 정치에 여지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저부터 깊이 반성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치를 접지 않겠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치는 화법을 썼다.
한 비대위원장은 입장문을 읽던 중 잠시 침묵하다가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강조점이 찍힌 이 발언에는 많은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사랑을 되찾는' 정치 행위를 자신이 하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떠나는 사람의 발언으로는 뒤끝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는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국민만 바라보면 그 길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입장 발표를 마친 한 위원장은 10분여 간 당사에 머물다 빠져나갔다.
정치를 끝내겠냐는 질문에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 전 "정치라는 무대에서 살 결심을 했다", "누군가가 제가 이번 선거가 끝나고 유학을 갈 것이라 그러던데, 저는 무엇을 배울 것이 아니라 여러분 위해 무조건 봉사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나머지 비대위원들의 동반 사퇴에 대해서도 "그 분들 의사를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한덕수 총리 이하 내각이 총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총선을 진두지휘한 당 지도부만 여지를 남기는 모습이다. 한 비대위원장 외 박정하 대변인이 사의를 밝혔을 뿐 공동선대위원장이자 당3역 중 한 명인 윤재옥 원내대표도 사의의 뜻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