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의 민심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19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한 반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을 가까스로 넘기는 의석으로 참패했다. 정부 출범 2년이 지난 뒤 매겨진 중간평가에서 민심은 무능과 무책임, 고집불통에 회초리를 들었고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국정운영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민심이 2년 만에 윤석열 정부에게 등을 돌린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정권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있는 조각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나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에서 보듯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거나 진실규명을 방해한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라는 인식도 키웠다. 대형참사가 발생해도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검찰공화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팽배했고, 고물가에 민생은 어려워졌는데 부자감세를 앞세워 약자의 편에서 멀어졌다.
또한 편중외교로 실리 위주의 균형잡힌 외교에서 벗어났으며, 인사와 협치에서도 독단과 불통으로 일관했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도 않았는데 임명을 강행한 장관만 18명에 이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쌍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등 야당 주도의 입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만 9개에 이른다. 특히 이종섭 대사 출국건은 배후설을 증폭시켰고, 황상무 전 수석의 언론협박 발언도 늑장대응으로 민심을 자극했다.
총선을 앞두고 쏟아낸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순회 민생공약은 정책을 하찮은 장기판의 졸(卒)로 전락시킴으로써 정부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그동안 쏟아낸 약속들은 어떻게 주워담을 셈인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미 옐로카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여긴 나머지 결국 총선에서 레드카드를 받아들게 됐다.
솟아날 구멍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민심이 오만불통의 국정운영에 엄중한 경고를 보낸 만큼,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정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길 뿐이다. 협치 없이 여소야대 국회를 버티기엔 남은 임기 3년이 너무 길고, 불통과 대결정치를 고수하기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가의 미래가 너무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