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은 여당의 완패로 끝났다. 국민의힘 대패의 책임과 관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 비례대표(국민의미래) 19석 등 10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오전 6시 기준) 이는 지난 제21대 총선의 결과인 103석 당선에 비해 6석 늘어난 결과다. 두 당의 현재 의석수 합산인 114석에 비해선 5석이 줄었다.
'개헌저지선(101석)' 초과 의석이라는 점에서 최악은 면한 결과이지만, 여당의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해 그야말로 완패했다.
패배의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크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2022년 5년 만의 정권 교체 직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인구 1400만 명의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참패로 절치부심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 역시 살리지 못했다. 올해 들어선 이종섭‧대파‧의정갈등 등의 이슈에서 여론이 악화됐다.
그렇지만 한 비대위원장의 책임 역시 없지 않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뒤 반짝 여당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듯 했으나, 1~2차의 '윤-한 갈등'을 겪으면서 당내 변화의 계기를 만들지는 못했다.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치는 시간이 갈수록 하락했다. 총선 전망과 관련, 임기 초반에는 과반 혹은 원내 1당이 기대됐으나, 최근엔 120석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
제22대 총선 결과는 110석 안팎으로 '졌잘싸' 기준보다 10석 정도가 모자란다.
때문에 당장 11일 거취가 주목된다. 이날 오전 중 입장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한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이하 모든 당직자가 사퇴할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이럴 경우 당 지도체제는 당분간 혼란 상태를 유지하다가, 당선자대회 등을 열어 새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을 선출하고, 새로운 당 대표 권한대행이 전당대회까지 비상 당권을 맡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한 비대위원장이 재신임되는 결과도 상정해볼 수 있다. 다만 완패에도 불구하고 거취를 정하는 대신 외부로 책임을 미뤘다가 역풍에 휩싸이게 되면 리더십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총선에서 살아남은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중이 큰 영남권, 그 중에서도 TK(대구·경북) 중진 의원들의 입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기준으로 당내 최다선인 주호영(대구 수성갑)‧조경태(부산 사하을, 이상 6선) 의원과 5선의 김기현(울산 남을), 4선의 김도읍(부산 강서)‧김상훈(대구 서)‧김태호(경남 양산을)‧박대출(경남 진주갑)‧윤영석(경남 양산갑)‧윤재옥(대구 달서을) 의원 등 두텁고 중량감 있는 인맥을 이루게 됐다.
영남권 중진에 대한 반대급부로 상대적으로 '귀한 몸'이 된 수도권과 강원‧충청 중진들의 영향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최다선인 권영세(서울 용산)‧나경원(서울 동작을)‧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이상 5선) 의원과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이상 4선) 의원이 그런 사례다.
원외 인사인 한 위원장으로선 밑에 두고 부리기엔 벅찬 감이 있는 중진들이 포진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