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종필 감독. 그를 아는 사람에게는 소중하고 애틋하고 고마운 이름이다. 박 감독은 20년 넘게 늘 현장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모두가 외면한 곳에서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의 곁을 지켰다.
장애인 인권 활동에 전념했던 박종필 감독은 2016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 뛰어들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활동했다. 세월호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돌아 봄' '망각과 기억-인양' '잠수사' 등을 통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했다.
지난 2017년 7월 28일 오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박 감독은 전라남도 진도에서 4·16 세월호 참사 관련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세월호 가족들의 곁을 진심으로 지켜온 인물이다.
'바람의 세월' 공동 연출자인 김환태 감독 역시 "(종필) 형이 나한테는 중요한 사람이다. 안타깝게 형이 그렇게 될 때 마지막 했던 말들, 유언 같은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사실 아버님하고 형이 할 작업을 내가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문종택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박 감독의 이야기가 실리지 않을까 걱정돼 말을 아낄 정도로 그에 대한 기록을 꼭 남기고 싶어 했다. 문 감독은 "박종필 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꼭 기사에 넣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박 감독에 관해 이야기하던 문 감독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결국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끝까지 그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월호가 인양되는 시점에 박 감독을 만나서 '이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필요하다. 내가 형식적으로 가족이니까 앞장 서고, 멤버들을 꾸려라. 기록을 잘 남겨야 한다'고 말했어요. 내가 형식적으로 가족이니까 앞장서고 있지만, 기록이 필요했어요. 기록을 잘 남겨야 한다고 했죠. 그때 종필이가 '아버지, 해야죠'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때 이미 자기 몸이 망가진 걸 알고 있었어요. 그걸 아무한테도 이야기 안 하고 기록을 남기다가, 결국엔 견딜 수 없는 몸이 돼서 병원에 간 거예요.
마지막에 종필이가 숨을 몰아쉬며 저한테 '아버지, 우리는 뭐 하는 사람이죠?'라고 물었어요. 그건, 우리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하는 사람이에요. 저한테 뒷일을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아마 짐이 될까 우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저한테 물은 거예요." _문종택 감독
박종필 감독의 유훈은 문종택 감독과 김환태 감독에게로 전해졌다. 그렇기에 '바람의 세월'은 박 감독의 마지막 바람이 함께한 영화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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