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35억 뷰 인기를 자랑한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극장판으로 탄생했다. 웹툰, 드라마를 넘어 스크린에 진출한 '유미의 세포들'은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는 확장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첫 극장판의 연출은 드라마에서 애니메이션 부분을 담당했던 김다희 감독이 맡아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원작 웹툰의 팬이기도 한 김 감독은 원작 팬과 극장판을 통해 '유미의 세포들'을 처음 마주하는 관객까지 고려해 유미의 디자인부터 세포 디자인, 배경 하나하나 공을 들였다.
원작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지만, 극장판에서는 유미의 꿈과 행복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유미의 세포들 역시 유미를 위해 더욱더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극장판 안에서 세포들은 보다 정교하고 넓어진 세포 마을을 누비며 귀엽고 가슴 찡한 활약을 펼친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제작사인 로커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다희 감독은 많은 고민과 노력이 어떻게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로 나올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려줬다.
첫 극장판, 풀 3D로 첫 등장한 유미
▷ 첫 극장판이라는 점에서 원작의 팬들은 물론 원작을 잘 모르는 관객들까지 생각해서 에피소드를 고르고 각색하는 것도, 시리즈를 2시간의 호흡으로 만드는 것도 게 관건이었을 것 같다.
우선 드라마와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하면 드라마는 연애 이야기가 중심인데, 우리는 유미가 일과 사랑에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사랑 세포와 불안 세포를 두드러지게 해서 성장할 때 불안한 감정을 부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원작과 다르게 우리는 프라임 세포가 없다. 유미는 30대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 사실 세포만큼 디자인하는 데 고민한 캐릭터가 유미 아니었을까 싶다. 표정 등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웹툰 유미, 김고은이 연기한 유미와는 다른 풀 3D로 구현한 유미 사이 이질감을 흐릿하게 가져가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었을 것 같다.
나도 원작 유미와 다른 모습에서 오는 팬들의 우려 섞인 반응이 너무 두려웠다. 사실 처음에 유미를 디자인하고 모델링 할 때 정말 웹툰과 똑같이 만들려 했다. 그런데 모델링 후 각도에 따라 보이는 게 조금씩 달라지더라. 그렇지만 원작이 가져다주는 유미의 표정, 하는 행동을 통해서라도 이질감을 없애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런 부분에 많이 신경 썼다. 그리고 성우분들을 캐스팅할 때도 유미라면 어떤 목소리일지 많이 고민했다.
▷ 유미의 목소리 연기는 '극장판 도라에몽'의 도라에몽, '브레드 이발소'의 마카롱 등으로 유명한 윤아영 성우가 맡았다.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드라마에서 유미 역을 연기한한 김고은 배우는 꾸며낸 모습이 아니라 털털한 모습도 있고, 일상에서 감정이입이 잘 될만한 인물이기에 캐스팅됐다고 생각한다. 내 머릿속 유미의 이미지도 목소리가 까랑까랑하고 예쁜, 물론 성우님 목소리는 예쁘지만(웃음), 공주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털털한 보이스가 묻어나는 성우가 유미랑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다.
원작의 확장 그리고 원작에 대한 오마주
▷ 영화에는 새롭게 창조된 징크스 세포와 스케줄 세포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디자인해 나갔나?
기본적으로 원작과 똑같이 하자는 게 있었다. 징크스 세포는 감초 역할로 나오다 보니 액팅에 신경 썼다. 웃을 때도 혀가 낼름낼름 한다든지, 웃을 때도 표정이 과도하게 지어지는 식으로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살리려 했다. 스케줄 세포의 경우 사실 내가 생각한 보이스는 남자 보이스였는데, 나중에 들어봤을 때 약간 섹시한 목소리가 잘 어울리더라. 그래서 그 자리에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 유미가 살아가는 세상은 정말 작은 부분까지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반면 세포 마을은 애니메이션적인 상상력이 극대화된 공간이었다. 두 공간이 콘셉트가 상반되는 만큼 힘들기도 했겠지만, 두 세계를 디자인하는 재미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드라마 작업이 우선되면서 세포마을을 먼저 제작했다. 원작 속 사막마을을 바탕으로 하되 세포들이 모여 사는 생활감이 느껴지는 마을을 구성하면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비주얼아트 디렉터가 사막에서 볼 수 있는 건축 양식들을 몇 가지 보여주고, 그 건축 양식에 따라서 원작과 비슷한 건물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세포 마을을 구축했다.
현실 세계의 경우 유미는 일산에 산다. 실제로 유미가 사는 빌라, 바비가 떡볶이집을 차리는 곳은 백석역 근처 거리에 가서 촬영한 후 그대로 모델링했다. 이를 우리 이야기에 맞는 구조로 살짝 블록들을 조정하면서 세트를 꾸렸다. 심지어 아트팀에서 간판 같은 것도 다 비슷하게 하되 어디 하나 걸리지 않게 예쁘게 만들어주셨다. 그런 데서 현실감, 진짜 살아가는 생활감을 주려고 되게 많이 노력했다.
▷ 엔딩 크레딧에 익숙한 이름이 등장한다. 황석희 번역가가 윤색에 참여했다고 나오는데, 어떤 작업을 맡은 건가?
전체적인 시나리오에서 코믹 터치를 담당하셨다. 어떤 단어나 대사를 선택할 때 사용해도 되는지, 이런 상황에서 세포들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더 재밌는 대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세포적으로 밥은 좀 먹고 하자"와 같이 디테일한 부분을 만들어 주셨다.
▷ 유미가 바비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원작 웹툰 작가에게는 존경의 의미이자 원작 웹툰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장면이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다. 원작 웹툰의 그림을 활용하면 팬들에게도 서비스고, 새롭게 접하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비주얼이다. 또 내 나름대로는 '유미의 세포들'을 워낙 좋아했기에 이동건 작가님에 대한 헌정도 있었다.
▷ 수많은 세포가 등장하는데, 연출자로서 봤을 때 모든 세포가 그렇겠지만 연기적인 부분에서 호연을 보여준 세포는 어느 세포인가?
징크스 세포. 징크스가 엄청 짧게 나오지만 엄청 임팩트 있게 잘 나왔다. 액팅도 그렇고 성우님 목소리도 잘 붙었다. 그리고 사랑 세포가 마지막에 우는 장면은 정말 호연이었던 거 같다.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가 보여줄 K-애니의 가능성
▷ 웹툰 원작의 첫 극장판이기도 하다. '유미의 세포들' 첫 극장판을 연출한 감독으로서 여러 경험을 거쳤는데, 우리나라 극장판 애니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는가?
사실 애니메이션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제작비 안에서 정말 엄청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른 해외에 사례들처럼, 충분한 시간과 제작비가 있다면 디즈니·픽사만큼의 좋은 퀄리티가 나오지 않을까. 중요한 건 재밌는 이야기와 연출이겠지만, 실력은 해외에 내로라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같다고 본다.
▷ 이번 연출을 통해 발견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은 무엇이었을지 궁금하다.
장르의 세대 확장성을 기대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퀄리티가 좋지 않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웹툰도 그렇고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거기에 애니메이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잘되든 못되든 간에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가 일종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서 'K-애니도 세계적으로 볼만하구나'라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다. 그 처음이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였다는 생각만 들더라도 참 잘 된 것 아닐까 싶다.
▷ 그렇다면 예비 관객들을 위해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를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
다음은 순록이가 되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웃음) 영화관으로 오시는 발걸음이 쉽지는 않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일단 영화관에 오셔서 편하게 쉬시다가 마지막에는 '내 몸속에도 이런 세포들이 날 응원하고 있구나' '열심히 살아야 겠다' '힘내자!' 그런 게 있으니, 힘내서 가시면 좋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