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대기업이 실적감소에도 연구개발(R&D) 투자액과 채용인원을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작년 R&D예산을 줄인 것과 달리, 기업들은 글로벌 기술 패권을 위해 미래에 투자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의 R&D 투자액은 73조 42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조 2825억 원(9.4%) 증가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중 R&D 비용을 공시한 224곳을 조사한 결과다.
R&D 투자액 1위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258조 9355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4.3%(43조 2959억 원) 감소했다. 반면 R&D 투자액은 13.7%(3조 4236억) 늘어난 28조 3528억 원이었다. 실적부진에도 미래를 위해 기술에 투자한 것이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 6330억 원(전년 대비 18.9%) △기아 4462억 원(20.6%) △LG화학은 3057억 원(17.2%) △LG전자 2464억 원(6.1%)만큼 늘려 R&D에 투자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경기침체에도 지난해 고용인원을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연합뉴스가 매출 100대 비금융 상장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해당 기업의 직원은 총 77만 6520명으로 전년 76만 7789명에서 8731명 늘어났다.
그 중 삼성전자는 1년 동안 직원 3400명이 늘어,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직원 수는 12만 4804명으로 가장 많은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와 한화방산을 흡수 합병해 같은 해, 직원이 3126명 늘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1086명), 삼성중공업(865명) 순으로 1년 동안 직원 수가 늘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3고(高)로 인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R&D예산과 채용인원을 늘리는 동안 정부는 R&D예산을 감축했다.
올해 국가 R&D예산은 26조 5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7%(약 4조 6천억 원) 삭감됐다. 1991년 이후 33년 만의 첫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었다. 정부는 R&D에 16.6% 삭감한 25조 9천억 원을 배정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과학기술계가 반발해 6천억 원 증액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혁신, 도전형 사업에 내년도에 1조원을 투입하고, 중장기적으로 R&D 예산의 5%까지 늘리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