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서울 집값…총선 후 향방은?

박종민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하며 '집값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총선이 끝난 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 조정세는 정책보다 기준금리라는 거시경제 요인이 크게 작용했고, 최근 집값이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회복세가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된만큼 당분간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선호지역, 매수문의 늘고 가격 상승"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오르며 전주(0.01%)보다 상승폭을 키우며 2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 4개월간 하락세를 이어오던 서울은 보합으로 전환한 후 상승 지역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데 현재 25개구 중 18개구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원은 "선호지역 중심으로 추가 하락 우려가 일부 해소되고 급매 소진 후 집주인의 매도희망가 유지에도 매수 문의가 늘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량도 증가세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2471건으로 전월(2456건)을 넘어섰다.

3월 거래량은 9일 집계 기준 2810건인데, 부동산 실거래는 계약 후 한 달 이내 신고의무가 있기 때문에 최종 거래량은 이달 말쯤 확인된다. 4월이 20일이상 남은 점을 감안하면 3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별 대표 아파트 거래량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지난달에만 27건이 거래됐고,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도 21건이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 9510세대의 헬리오시티는 단 7건, 4932세대 고덕그라시움은 단 6건이 거래되는데 그쳤지만 거래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기존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양가도 치솟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1145만7000원, 3.3㎡당 3780만8100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99%가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4.18%가 치솟았다.

분양가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계되는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지난해 6월 103.1로 기준선(100.0)을 넘긴 뒤 올해 들어서도 △1월 110.0 △2월 114.1 △3월 104.3 등 상승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집값 바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향후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국회 구성이 이번 총선으로 결정되면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시장 참여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이에 따른 집값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거래량 적고 매물 누적…"급등 가능성 낮아…투자 NO, 급매 매수 OK"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분위기 개선이 집값의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늘긴 했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고 매물도 상당량이 쌓여있어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이 10만49건, 2월이 9522건, 3월이 9152건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에 턱없이 못미친다. 2021년 1분기 거래량이 크게 줄어 월별 5천~9천건대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현재 거래량보다는 크게 높은 수준이다.

최근 가격이 회복되긴 했지만 매물 역시 적지 않게 쌓여있다. 아파트 빅데이터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2,134건으로 올해 1월 1일(7만3929건)보다 10% 넘게 많다. 1년 전( 6만212건)과 비교하면 아파트 매물은 무려 36.4%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내집마련 실수요자라면 올해 상반기에 가격 메리트가 있는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를 검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직까지는 매물이 많이 때문에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지금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살 시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수도권 아파트 매수를 검토하고 있다면 상반기 중 타이밍을 재기보다 가격 메리트가 있는 물건을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만 지방에 대해서는 "급하게 매수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 가격 상승과 금리인하 기대감, 대기 수요가 맞물려 강남권 등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시장 추세가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어렵고 거래량도 평년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에는 박스권 장세가 아닐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여유자금이 있는 내집마련 수요나 갈아타수요는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투자는 위험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총선 결과에 따른 시장 분위기 변화도 제한적으로 관측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값 하락은 기준금리 급등이라는 거시경제 요인에사 비롯됐고 집값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긴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에 따라 다시 움직이는 측면이 크다"며 "정책 방향이 집값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총선 결과가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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