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가장 어려웠던 김형석 곡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트컨티뉴에서 하모니카 앨범 '그대, 다시'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왼쪽부터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작곡가 김형석.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카세트테이프부터 CD와 mp3를 거쳐 지금의 스트리밍 시대까지, "우리 대중음악"을 정말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음악을 담는 그릇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거기에 작곡가 김형석의 노래는 빠지지 않았다. 세계 하모니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트레몰로 독주 부문 1위를 차지해 주목받은 하모니카 연주자(하모니시스트) 박종성은 김형석이 쓴 수많은 곡 중 개인적인 추억이 얽힌 10곡을 선별했다. 편곡과 연주를 맡아 한 장의 앨범으로 만들었다.

오는 12일 발매되는 '그대, 다시'는 작곡가 김형석 곡을 하모니카 중심으로 연주한 앨범이다. 모든 곡 연주가 하모니카로 이루어졌고, 곡에 맞게 다른 악기가 더해지기도 했다.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과 작곡가 김형석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트컨티뉴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그대, 다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여름, 하모니카 앨범 '그대, 다시' 이야기가 처음 나왔다. 가을에 녹음하고, 올해 1월 뮤직비디오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쳐 올봄 세상에 나오게 됐다.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걸 좋아한다고 밝힌 박종성은 "솔직하게 제 어린 시절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김형석 작곡가님 곡들로만 음반을 채워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제가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는데 너무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언제나 플레이리스트(재생 목록)에 있던' 김형석의 곡 중 어떤 기준을 가지고 추렸을까. 어떤 곡을 넣고 어떤 곡을 뺄까 고민하는 게 "좀 어려운" 일이었다면,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편곡이었다. 클래식처럼 원작자가 작고한 상황이 아니고,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작곡가의 곡이어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종성은 "물론 제가 편곡을 알아서 하도록 해 주셨지만, 작곡가님이 만들었던 정서와 원래 의도를 제가 파악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 때문에 편곡 작업이 어려웠다"라며 "어떤 곡은 저의 색채를 더 담으려고 했고 차마 손대기 어려운 곡은 거의 원곡 그대로 해서 작곡가님 생각을 그대로 구현해 보자 했다"라고 밝혔다.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은 지난해 여름부터 하모니카 앨범 '그대, 다시'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손 대기 어려웠던 곡은 보보의 '늦은 후회'(2001)와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1996)이다. 박종성은 "차마 뭔가 더 손을 못 대겠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워낙 그 멜로디 자체가 너무 아름답다"라며 "처음에는 화려하게 저의 스타일로 편곡해 봤는데 원곡 느낌 따라가기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조금 더 주도적으로 본인 색을 입히려고 했던 곡도 있다. 앨범명의 모티프가 된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1992)와 나윤권의 대표곡이자 히트곡인 '나였으면'(2004)이다.

이 밖에도 고(故) 박용하의 '처음 그날처럼'(2003),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2001), 유미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2002), 김혜림의 '날 위한 이별'(1994), 성시경과 아이유가 함께 부른 '그대네요'(2010)가 수록됐다.

10곡 중 박종성이 몰랐던 곡이 딱 한 곡 있다. 바로 '그대네요'다. 박종성은 "사실 몰랐는데 이번에 다른 곡을 서치(검색)하면서 알게 된 곡이었다. 그런데 듣자마자 '아, 이거다!' 했다. 첼로와 같이 연주할 계획을 세운 와중이었는데 제가 모르는 곡이 있지 않았나 해서 발견한 보물 같은 곡이었다"라고 밝혔다.

타이틀곡을 '그대 내게 다시'로 한 이유를 두고 박종성은 "'그대' 곡을 '다시' 연주한다는 의미도 있고, '다시'라는 표현이 리메이크로도 볼 수 있어서다"라며 "최근 작곡한 곡보다는 학창 시절 곡이 많다 보니 이 곡을 듣는 분들께도 다시금 추억을 꺼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로, '그대 내게 다시'가 이 음반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변하는 것 같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라고 소개했다.

김형석은 수록곡 중 고(故)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1991)에서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김형석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작품인 이 곡은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서 김형석이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곡이기도 하다. 그는 "처녀작(첫 작품)이기도 했고, 하모니카가 연주하는 색깔과 잘 어울려서 그런 것 같다. 그게 제일 풋풋한 작업이었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데뷔해 3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인 작곡가 김형석은 '그대 내게 다시' '아이 빌리브' '사랑이라는 이유로' 등 무수한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이어 "음악이 주는 힘은 세월이 지나도 그 음악을 듣던 시간으로 간다고 하지 않나. 대학교 때 쓴 곡이라 그때 생각도 많이 났다. 인간의 호흡과 가장 비슷한 악기인 하모니카로 연주했고, 작사도 제가 한 곡인데 가사가 없다 보니 더 많은 추억의 폭이 생기는 것 같더라"라며 "되게 좀 젊어진 느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느낌? 세월의 때를 못 느낀 느낌?"이라고 밝혔다.

원작자가 '살아 있어서' 곡을 썼을 당시의 의도를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은 연주자로서도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박종성은 전했다. 박종성은 "베토벤한테는 원곡에 대해 물어볼 수 없지 않나"라며 "저는 조금 더 슬프고 깊은 감정으로 생각했는데 피아노 연주가 제 생각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감정이라 슬픔의 깊이에 관해 여쭤봤다. 지금 당장 슬픈 느낌보다는 지나간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설명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곡 순서를 어떻게 할지는 기본적으로 박종성이 맡았다. '콘서트를 한다면 어떤 흐름이면 좋을까' 하는 게 기준이었다. 박종성은 "조성이나 연주의 어떤 폭? 농도가 너무 비슷한 곡들이 너무 연달아 들어가지 않게 했다. 이 음반 전체를 다 듣고 싶게 만드는 곡이 첫 번째 곡('그대 내게 다시')이고, 마지막 곡('나였으면')이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큰 틀 안에서 정했다"라고 부연했다.

앨범 수록곡을 직접 만든 사람으로서, 원작자의 뜻을 수용하는 쪽과 자신만의 해석을 넣는 쪽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보는지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형석은 그동안 쓴 대중음악을 '연애편지'에 비유하며 말을 시작했다. "밤새워서 다 쓰고 아침에 보면 어색"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어떤 의도로 썼느냐는 사실은 두 번째인 것 같다. 그때 마치 접신하듯이 쓴 느낌이고, 그러고 나서 이걸 재해석하고 만드는 건 그들(재해석자)이 갖고 노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클래식은 구조가 완벽하다. 음을 하나만 빼도 곡이 어색해진다. 그 자체가 완벽한 건축 설계물 같은데, 대중음악은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여유로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사실 저는 곡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하면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리메이크하는 것도 많이 열어놓는 편이고 듣는 사람의 몫인 것 같다. 음 하나하나에 (태도가) 너무 심각하면 그다음의 창작이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업도 '박종성 연주자님 마음대로 만들어라, 자기가 편한 게 제일 편한 것'이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과 작곡가 김형석이 함께한 하모니카 앨범 '그대, 다시'는 오는 12일 음반과 음원으로 발매된다. 총 10곡이 실렸다.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하모니카는 한 종류만을 썼다. 하모니카와 피아노 듀오 구성을 기본으로 하되, 곡에 따라 편성에 차이를 두었다. 첼로와 기타까지 총 4명의 앙상블로 연주한 곡도 있다. 박종성은 특히 함께한 연주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종성은 "피아니스트 조영님은 저랑 10년 넘게 무대에서 가장 가깝게 연주하는 영혼의 단짝이다. 기타리스트 천상혁님은 어쿠스틱 기타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 있는 연주자인데, 곡에 따라 클래식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를 자유자재로 한다. (첼로를 켠) 제임스 김은 정말 다행히도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음반 녹음하게 돼 제가 부탁했다. 연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국 대중음악을 잘 모르면 어떡하지 했는데 대중음악 애호가더라. 너무 클래시컬하지도 않고 너무 대중음악적이지도 않은, 제가 생각했던 딱 그 색채를 첼리스트가 내줬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하모니카 앨범 '그대, 다시' 발매를 맞아 공연 무대에도 같이 오른다. 오는 5월 30일 저녁 7시 30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김형석이 게스트로 참여해 세 곡 정도 연주할 예정이다.

"사랑은 열병이 있고 이별은 아픔이 있는데 추억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걸 느끼고 싶은 분들이 박종성씨 음악을 들으면서 추억을 알음알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석)

"저도 작곡가님의 감정, 연주자의 감정, 그리고 듣는 사람들 추억 속에 들어 있던 감정이 만나는 지점이 이 음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 3가지의 영역에서 모두가 더 좋은 느낌을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 무대나 음원으로 많은 분들이 이 음악을 나눴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입니다." (박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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