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8일 서울시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 리그 MVP(최우수 선수)를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 20표를 획득, 양효진(현대건설·5표), 모마(현대건설·3표), 실바(GS칼텍스·2표), 메가(정관장·1표) 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미 여자부 역대 최다 MVP 수상자인 김연경은 수상 횟수를 6회(05-06~07-08, 20-21, 22-23~23-24시즌)로 늘렸다. 중국 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시즌에 이어 2회 연속 수상이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갈증은 풀리지 않았다. 올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 리그 2위에 그친 데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현대건설에 발목을 잡혀 우승을 놓쳤다. 김연경은 06-07시즌 이후 17년째 통합 우승을 이루지 못했고, 챔피언 결정전 우승은 08-09시즌 이후 15년째 인연이 없었다.
지난 시즌 중에는 은퇴를 고민했지만 우승을 위해 현역 연장을 결심했던 김연경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우승을 놓치자 결국 다시 정상에 오르기 위해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김연경은 "시즌 중간부터 어느 정도 결정을 해둔 상태였다"면서 "시즌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것과 관계 없이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있다. 우승을 놓친 만큼 조금 더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현역 연장 의사를 밝혔다.
MVP를 수상하며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데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법하다. 김연경은 "다른 종목들을 봐도 (MVP를) 수상한 선수가 우승 후 은퇴가 목표라고 말하는 게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내년에는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고, 뒤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항상 은퇴 이야기를 하면 정상에 있을 때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그림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근 김연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야구 선수 김현수(LG 트윈스)와 은퇴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현수는 은퇴를 고민하던 김연경에게 "끝까지 해야 한다"는 말은 남긴 바 있다.
이에 김연경은 "공감이 잘 안 됐던 것 같다. 야구 선수와 달리 배구 선수는 활동량이 좀 더 많다"면서 "야구 선수는 많이 앉아있지 않나. 우리는 관절이 말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단 모든 의견을 다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변에서는 김연경의 은퇴를 만류하고 있다. 그는 "(선수 생활을) 조금 더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직 내 배구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내년에는 컨디션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또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하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앞서 시상대에서 "(V리그가) 수준급 있는 리그라 생각하지만, 앞으로 한국 배구가 어떻게 하면 발전할 있을지 모두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김연경의 수상 소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는 "V리그는 매년 발전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아시아 쿼터도 새로 도입하고 수준 높은 리그를 만들려는 노력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대표팀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고, 결국 V리그와 한국 배구 모두 앞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직언했다. 그러면서 "대표팀도 파이팅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성적을 좋아져야 V리그도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연경은 국가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끈 뒤 태극 마크를 반납한 그는 뒤늦게 국가대표 은퇴식을 개최하게 됐다. 6월 8일과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식 및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이 펼쳐진다.
김연경은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면서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어서 초청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함께 뛰었던 국가대표 선수들 위주로 발탁했다. 은퇴식 없이 국가대표를 은퇴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함께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대표팀을 직접적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앞서 김연경은 지난해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어드바이저로 대표팀을 지원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에는 대표팀과 함께 할 계획은 없다. 뒤에서 응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