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증원 1년 유예 검토 없다"…브리핑 발언 진화

의협 제안 관련 8일 오전 브리핑서 차관 "내부 검토는 하겠다"
오후 다시 긴급브리핑 통해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어" 선 그어
대통령실 "의료계, 총선 끝나고 '과학적 통일안' 제시하면 검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브리핑에서 오전 브리핑 관련 보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案)'과 관련해 8일 "내부 검토는 하겠다"고 했다가, '향후 검토계획도 없다'고 반나절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대통령실도 증원 유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의료계가 증원 자체는 기본으로 전제하되 '유예 후 협상하자'고 제안한 대안을 자칫 수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비춰질까 우려해 조기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의협 등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안을 제시할 경우,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은 재확인해 일말의 조정 가능성은 남겨뒀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후 4시 반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브리핑을 열고 당일 오전 11시 정례브리핑 당시 일부 발언을 해명했다. 해당 브리핑은 약 40분도 남기지 않은 채 기자단에 급작스럽게 공지됐다.
 
박 2차관은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해 1년 유예가 가능하며 의대 증원 축소 주장에 대해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까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원) '1년 유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 2차관은 오전 브리핑에서 '2026학년도 적용을 목표로 위원회를 꾸려 증원을 논의한 뒤 그 결과에 따르자'는 의협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관련) 과학적 근거 등을 제시하신 것은 아니고, 이걸(증원을) 잠시 중단하고 좀 더 추가적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가 내부 검토는 하겠다"며 "다만, 현재로서 (해당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내부 검토를 거쳐 보다 전향적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는 방향성에서 '유예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로 약 6시간 만에 뉘앙스가 바뀐 셈이다.
 
박 2차관은 이같은 번복 배경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나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말씀을 안 드리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런 표현을 했다"고 해명했다. 오전 브리핑 발언을 인용해 증원 1년 유예 가능성을 시사한 보도들을 "오해"라고도 했다.
 
박 2차관은 "사실상 2천 명 증원은 오랫동안 검토를 해서 결정한 숫자가 아니겠나"라며 "그 결정을 바꾸려면, 거기에 합당한 수준의 과학적 근거 등을 제시하고 또 (의료계 차원의) 통일된 안이 제시돼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것은 분명히 의료계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던 기본 입장"이라며 "(여기서) 벗어난 다른 제안에 대해서는 지금 현 단계에서는 실질적으로 검토하기가 어렵다고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이날 아침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2천'이란 증원규모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얻은 최선의 결론임을 재차 강조했다.
 
조 장관은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하여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먼저 내놔야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는 아직 내년도 입학정원을 재조정할 일말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2차관은 오전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요구하는 의대정원 축소가 실제 이행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학교별로 (증원분을) 배정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되돌릴 때는 또 다른 혼란도 예상된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참 어려운 상황인 건 틀림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분명한 것은, 어쨌든 신입생 모집요강이 최종적으로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라며 "그런 점에서, 그 정도로 제가 답변을 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대통령까지 나서 담화문을 통해 역설한 '2천'을 당장 뒤집을 이유는 없지만, 행정적으로 증원규모를 축소 또는 철회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에게 의대 증원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의협 등이 밝힌 대로) 총선이 끝나고 구체적인 안이 저희한테 와야 그에 대해 논의할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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