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8일 서울시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 리그 MVP(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31표 중 20표를 획득, 양효진(현대건설·5표), 모마(현대건설·3표), 실바(GS칼텍스·2표), 메가(정관장·1표) 등을 제치고 올 시즌 가장 빛난 별이 됐다.
이로써 여자부 역대 최다 수상자인 김연경은 수상 횟수를 6회(05-06~07-08, 20-21, 22-23~23-24시즌)로 늘렸다. 지난 시즌에 이어 2회 연속 수상이다.
올 시즌 김연경은 정규 리그 36경기(140세트)에 출전해 775점을 기록, 전체 득점 6위이자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로 활약했다. 공격 성공률은 44.98%로 전체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는 들어 올리지 못했다. 중국 리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22-23시즌 이후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 시즌 중에는 은퇴를 고민했지만 우승을 위해 현역 연장을 결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승을 놓쳤는데, 여전히 김연경의 현역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김연경은 MVP 수상 후 시상대에서 현역 연장 의사를 밝혔다. 그는 "고민을 많이 했고, 구단과도 이야기를 했다"면서 "내년 시즌에는 많은 팬들을 위해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현역 연장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김연경은 "시즌 중간부터 어느 정도 결정을 해둔 상태였다"면서 "시즌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것과 관계 없이 팬들이 많이 응원해 주시고 있다. 우승을 놓친 만큼 조금 더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은퇴를 언급하기에는 여전히 기량이 최정상급이다. 김연경은 "기록적인 면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괜찮아서 좋았다고 본다. 하지만 올 시즌은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각별히 재활을 많이 챙겨주셔서 몸 관리를 잘 할 수 있었다. 내년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벌써 6번째 MVP에 선정된 데 대해서는 "방송 인터뷰를 할 때 말씀해 주셔서 알았다. 어릴 때 받았던 것과 지금은 의미가 다른 것 같다"면서 "현역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 최정상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7번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김연경은 베스트7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에도 선정됐다. 이때 시상대에서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가 됐는데, 다른 팀으로 가려고 했지만 감독님께서 (우승을) 약속하셔서 남았다"면서 "약속이 지켜주지 못해서 감독님께는 고맙다고 하지 못하겠다"고 농담을 했다.
이에 김연경은 "장난으로 한 말이다"라고 운을 뗀 뒤 "감독님께서 올해는 편하게 해주겠다고 하셨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다"면서 "그 말을 믿은 내가 순진했던 것 같다. 그래도 시즌을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만큼은 보다 편하게 배구를 하며 우승까지 하고 싶을 터. 하지만 김연경은 "이제 배구를 편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내가 솔선수범해서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우승을 하려면 이번 FA 시장에서 확실한 전력 보강을 해야 한다. 김연경은 "나름 구단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선수 보강을 할 거라 생각한다"면서 "배구에 열정이 있고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선수가 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한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계약 기간 1년, 총액 7억7500만 원(연봉4억7500만 원, 옵션 3억 원)에 계약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됐지만, 다음 시즌도 흥국생명과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시작을 했고, 지금도 계속 함께 하고 있다. 인연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은 좋았지만, 중간에는 갈등도 있었다. 마지막 성적도 안 좋아서 아쉬운 건 사실이다"라면서 "하지만 흥국생명과 함께 갈 것이고, 내년에는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프로야구에서는 이승엽, 이대호 등 은퇴를 미리 선언하고 시즌에 돌입하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이에 김연경은 "말씀하신 것처럼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은퇴를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함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은퇴를 하게 되면 말씀을 드리고 시즌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