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위성도 발사 성공…남북 '정찰위성 경쟁' 2:0

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리 군의 독자 정찰위성 '425 사업'의 2호기 SAR 위성이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우리 군이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합성개구레이더(SAR) 방식 독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북한에 비해 정보·감시·정찰(ISR) 측면에서 보다 확실한 우위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전자광학(EO) 정찰위성조차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반면 우리는 선명한 전자광학(EO)/적외선(IR)뿐만 아니라, 낮밤과 날씨에 관계없이 레이더로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정찰위성까지 마련하게 됐다.

8일(우리시간) 오전 8시 17분쯤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쏘아 올려진 SAR 위성은 발사 3분쯤 뒤 페어링(위성 덮개)이 분리돼 오전 9시 2분쯤 궤도에 진입, 이어 9시 11분쯤 지상과 최초 교신 시도에서 실패했다. 하지만 이어 10시 57분쯤 본 교신에 성공했다.

앞으로는 실제 운용 환경인 우주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검보정 등 시험을 수행하고, 군 주관으로 진행하는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본격적으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우리 군 독자 정찰위성 '425 사업'의 첫 위성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흔히 볼 수 있는 '위성사진'을 찍는 인공위성은 대개 EO/IR 방식인데 밝을 때는 '가시광선', 어두울 때는 '적외선'을 이용하는 카메라와 같다.

다만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SAR로 이를 보완한다. 위성에 달린 레이더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하면 신호가 반사돼 돌아오는 점을 이용해 영상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실제 정찰을 할 때는 전반적인 영상을 SAR로 먼저 획득하고, 기존과 다른 점이 발견되면 EO/IR 위성으로 정밀하게 촬영해 보다 정확한 첩보를 수집할 수 있다. '425 사업'이라는 군 정찰위성 프로젝트의 이름도 'SAR'과 'EO'를 그대로 읽은 '사(4)'와 '이오(25)'를 합쳐 지어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8일 오전 기자들과 함께 위성 발사를 참관한 뒤 "이제 악기상 속에서도 북한 전역을 선명하고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며 "내년까지 군 정찰위성 후속 호기와 현재 개발 중인 초소형 위성까지 발사할 예정이며,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 정보 우위를 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에 실려 발사되는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 연합뉴스

이와는 달리 지난해 11월 발사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는 낮에만 촬영할 수 있는 EO 카메라만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도 신 장관은 이 위성에 대해 "일 없이 돌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궤도를 돌며 교신은 하고 있으되 정찰 등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은 올해도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했는데, 성능 면에서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우리는 이미 민간 위성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북한은 그것조차 없었던 만큼, 위성 추가 발사로 인한 효용성은 일정 부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장관은 8일 SAR 위성 발사 직후 "북한 정찰위성은 현재 추가 보완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고,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경우 4월 중순에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보완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니 4월 말까지도 열어놓고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 1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박경수 부총국장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면서 "지난해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됨으로써 국가방위력 강화에서 커다란 진전이 이룩되였으며 올해에도 여러 개의 정찰위성 발사를 예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부총국장은 "실용적인 기상관측위성,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보유를 선점 고지로 정한 데 맞게 농업과 수산, 기상관측, 통신, 자원탐사, 국토관리와 재해방지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 우주과학기술 성과들을 도입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우주개발에 지속적인 박차를 가하여 우주강국을 반드시 건설할 것이다"고도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뒤 공개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 모습. 연합뉴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전 한국항공대 교수)은 이에 대해 "북한은 최종목표를 국가전략적 이익을 견지하는 차원에서 우주강국 건설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남북이 우주경쟁을 하는 형국이며 실질적으로는 우주 군비경쟁을 지향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신과 기상관측 등 임무를 저궤도에서 수행하려면 다수의 군집위성 발사와 운용이 요구되며, 상당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북한의 현 경제적 상황에서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며 "폐쇄적인 북한의 지정학적 측면에서 우주 산업화를 일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립서비스에 불과한 구호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냉전 시절 소련이 미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듯, 북한 역시 경제적 기반과 관련 산업 발전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론 '내부 선전' 등을 위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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