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을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후보는 지난달 15일 현역인 김회재 의원을 제치며 당 공천장을 거머쥐었습니다.
조 후보는 이재명 당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정책수석을 맡은 점을 들어 '이재명의 머리'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른바 '찐명'(진짜 친명)임을 강조해온 점과 지난해부터 400일이 넘게 윤석열 정부 검찰 독재 반대 심판 구호 피켓을 들어온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조 후보는 경선 승리 일성으로 "여수 정치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상생하고 협력하는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 가겠다"며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이제 원팀으로 똘똘 뭉쳐 민주당 승리를 위해 함께 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당 공천을 놓고 함께 경정했던 김회재 의원은 "기대와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선 패배의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어 "경선에서 승리하신 조계원 후보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하나 된 여수와 발전을 이끌어 나가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응원한다"고 조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조 후보의 바람대로 민주당이 원팀이 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 결과를 공개했는데 권리당원 52.21%, 여수시민 여론조사 52.3%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권리당원과 여론조사에서 모두 과반을 넘었지만 현역 의원 평가가 더해지면서 패배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김 의원은 또 "여수시민들과 당원동지들의 꿈과 희망을 모아 큰 강을 만들어 바다로 흘러가는 대장정을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라고 밝혀 향후 정치 재개의 여지를 남겨두었습니다.
더욱이 김 의원은 당 경선 기간 조계원 후보와 관련해 여러 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했는데 이를 철회하지 않은 점도 '민주당 원팀'에 대한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여수을 선거구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식의 풍문이 지역 정가를 덮고 있는만큼 조 후보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맞상대로 꼽히는 무소속 권오봉 후보의 기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전직 여수시장 출신인 권 후보는 과거 시장 당선 당시도 무소속으로 민주당 후보를 이긴 저력을 지녔기 때문.
권 후보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배제한 여론조사에 반발해오다 1차 경선에서 컷오프되자 민주당 공천 과정을 비판하며 재심 청구도 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습니다.
권 후보는 "여수 국회의원은 정당이 아무나 공천 줘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우리 시민이 원하는 사람을 뽑아야 되는 것"이라며 "정당보다는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할 인물이 누구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달라"며 인물론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획재정부 재정정책 국장, 전남도 경제부지사,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여수시장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을 앞세워 '경제예산 전문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수 소호 앞바다에 1조6천억 원 규모의 민자유치를 통해 해양수중레저복합몰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여수을 선거구는 전직 여수시장 출신으로 '유명'한 무소속 권오봉 후보와 '찐명'을 자처해온 민주당 조계원 후보의 격돌이 예상되지만 예측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수많은 언론사에서 각종 여론조사를 쏟아냈지만 여수을 선거구는 언론사 주관 여론조사가 한차례도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전남 동부지역 모든 여론조사는 순천·광양·곡성·구례 갑과 을 선거구에 집중됐습니다.
덕분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수을 선거구 판세 분석은 실제 누가 앞서는지, 뒤처지는지 예측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전문가도, 정치 고관여층도 이 선거구 판세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숨은 격전지'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위기감의 반로일까요. 민주당은 조계원 후보 지원 유세에 사력을 쏟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근 여수갑 선거구 주철현 후보의 릴레이 공동공약 선포입니다.
현역인 주 의원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국민의힘 박정숙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지만 민주당 텃밭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승부가 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주철현 후보는 '하나의 여수'를 강조하며 인접한 여수을 선거구 조계원 후보를 지원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주 후보는 인근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 김문수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거나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선거구 권향엽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비교적 여유가 느껴집니다.
이는 총선 이후 주 후보의 여수 지역을 넘어 동부권 정치 지형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됩니다.
민주당 차원의 지원 유세도 여수을 선거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총선 전 마지막 휴일인 지난 7일 전북 전주병 후보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이재명 당대표의 정책 멘토'로 불리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의 지원 유세가 대표적입니다.
정 전 장관은 "조계원 후보는 이재명을 도구로 대한민국을 전진시키기 위해 자신의 젊음을 바치고 공익을 위해 걸어 온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이 전 원장도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등 수없이 많은 정책을 함께 만들어 냈다"며 이재명 당대표 경기지사 시절 활동을 강조했습니다.
여수을 선거구에는 '찐명' 조계원 후보와 '유명' 권오봉 후보 외에도 국민의힘 김희택 후보와 진보당 여찬 후보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김 후보와 여 후보는 총선 초반 일찌감치 당 공천을 받고 표밭을 다져왔습니다.
먼저 국민의힘 김희택 후보는 강력한 정부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세계해운조선거래소 여수 유치,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개최 비용 전액 국비 지원 등 정부 지원 사업 확대 등 여당 프리미엄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남 최연소 총선 후보이자 여수산단 노동자 출신인 진보당 여찬 후보는 양질의 청년일자리 확대, 여수국가산업단지 친환경 전환과 인프라 확충 등의 공약으로 청년 노동자 표심을 흔들고 있습니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 여론조사가 전무한 여수을 선거구는 이번 총선의 '숨은 격전지'로 분류되며 본선거 이틀 전까지도 예측을 불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