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5시 5분,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온앤오프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스포트라이트 인 서울'(SPOTLIGHT IN SEOUL) 마지막 날 공연이 시작됐다. 막내 유의 말처럼 이번 콘서트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보다 퓨즈가 보고 싶은 무대를 많이 넣자"라는 각오가 배어 있었다.
흰색 제복을 입은 온앤오프 여섯 멤버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은색 컨페티가 별빛처럼 흩뿌려졌다가 사라지고 나서, 첫 곡 '신세계'(New World)가 흘렀다. 시선을 집중시키는 강렬한 곡으로 시동을 걸었다.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기가 강해 2층 뒷좌석까지 둥둥 울리는 느낌이 전달됐다. 고속 질주하는 일렉트릭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두 번째 곡 '춤춰'(Ugly Dance)와 '구찌'(GUCCI)도 온앤오프의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는 곡이었다. 대표곡인 '뷰티풀 뷰티풀'(Beautiful Beautiful)의 후렴으로 시작하는 '춤춰' 무대에서는 '퓨즈'(공식 팬덤명)의 응원 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막내 유가 강력하게 밀었다는 '구찌'도 노래와 춤 모두 속도를 올리기에 충분한 곡이었다.
세트 리스트 회의에 들어갔을 때 유는 "첫 마디가 '구찌 무조건 해야 돼요'였다. 그래서 (무대가) 탄생했다"라고 밝혔다. 승준은 "'구찌' 안무 보시면 아셨겠지만 유토(유)가 댄스 샘한테 '강렬하게 부탁드릴게요' 했다. 퓨즈에게 잘 보이려고 이렇게 준비했다"라고 부연했다.
공연은커녕 다수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제한이 있었던 코로나 팬데믹이 예상보다 길어져, 이번 '스포트라이트' 콘서트를 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21년 열린 콘서트는 온라인이었지만, 이번엔 온앤오프와 관객이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있음'을 확인했다. 승준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함성을 지를 수 있는, 함성과 함께하는 콘서트"라며 "퓨즈, 우리가 같이 함성 지르면서 공연할 기회가 흔치 않았다. 다시 한번 소리 질러!"라고 호응을 유도했다.
WM엔터테인먼트 소속 선배 그룹들이 그랬던 것처럼 온앤오프도 '수록곡까지 명곡'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온'(ON)과 '오프'(OFF)가 공존하는 팀이라는 뜻의 온앤오프는 2017년 팀명과 같은 온앤오프'(ON/OFF)라는 미니앨범으로 데뷔했다.
'스포트라이트'는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 이후 처음으로 여는 콘서트이자, 팬들과 직접 만나 호흡할 수 있는 장이자, 입대 전후로 부지런히 활동하며 곡을 차곡차곡 쌓은 온앤오프의 한층 더 풍성한 세트 리스트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온앤오프의 곡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노래들이 초반부를 장식했다. 레게를 바탕으로 한 트랩과 퓨처베이스 스타일 사운드를 K팝 색채를 더해 완성한 독특한 질감의 곡 '스쿰빗스위밍'에 이어 청량함을 한 바가지 끼얹은 듯한 '소행성'(Asteroid), 민균과 승준의 부드러운 보컬이 듣기 편한 '마이 제네시스'(My Genesis)(Übermensch), 여섯 명 중 누구도 가려지지 않는 영리한 안무 동선과 리드미컬한 싱잉 랩이 인상적인 '구스범스'(Goosebumps) 무대를 선사했다.
중반부는 한층 더 밝은 곡으로 채워졌다. 각각 엠케이(MK)와 제이어스라는 기존 활동명을 본명으로 바꾼 민균과 승준은 '마이 네임 이즈'(MY NAME IS) 가사에서도 바뀐 활동명을 넣었다. 역시나 신나는 분위기의 '오늘 뭐 할래'(Good Good) 무대까지, 온앤오프는 1, 2, 3층을 두루 돌아다니며 팬들을 가까이서 보고 눈에 담으며 소통했다. 서정적인 도입과 달리 뒤로 갈수록 고조되는 축제 속 느낌을 살려 신선한 '억×억'(All Day)에선, 노래를 부르는 멤버를 향해 다른 멤버들이 일제히 마이크를 대 주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간결한 피아노 반주로 시작한 '마이 송'(My Song)은 현악기가 더해지며 환상의 세계도 들어서는 듯해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의 향취를 느꼈다. '동굴 저음'으로 널리 알려진 와이엇의 여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이채로웠다.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피아노 연주가 귓가에 맴돌았던 '모스코 모스코' 무대를 마치고 나서, 온앤오프는 비로소 새 앨범 '뷰티풀 섀도'(BEAUTIFUL SHADOW) 수록곡을 들려줬다.
가장 처음 선보인 '브레스, 헤이즈 앤 섀도'(Breath, Haze & Shadow)는 온앤오프 멤버 전원의 보컬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가운 곡이었다. 화음이 두드러진 점, 라이브로 소화하기 까다로워 보이는 상당한 고음역이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타이틀곡 '바이 마이 몬스터'(Bye My Monster)는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극적인 전개로 관객의 집중도를 올렸다. 라흐마니노프 심포니 2번, 3악장 테마를 인용해 웅장한 뼈대를 만들었다. 위태로운 분위기의 현악기와 강렬한 기타가 만나는 후반부의 달음박질이 하이라이트였다. 멤버들의 고음에 맞춰 컨페티가 팡팡 터지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온앤오프는 6개월 만에 내는 새로운 앨범에 자신감이 넘쳤다. 이션은 "'바이 마이 몬스터'가 역대급이다, 응원봉 들어!"라고 외쳤고, 효진은 "지금까지 나온 온앤오프 노래 통틀어서 가장 좋은 노래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와이엇 역시 "이번 앨범은 '역대급'"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누군지 알아야겠어요'라는 가사가 귀에 꽂히는 '제페토'(Geppeto)와, 예상보다 어두운 분위기의 '센' 노래도 했구나 하고 새삼 깨달은 '와이'(Why), 베이스를 타고 쏟아지는 Fx 사운드를 가르듯 노래해 청춘 그 자체를 느끼게 한 록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 본 공연 마지막 곡은 온앤오프를 더 많은 대중에게 알린 대표곡 '뷰티풀 뷰티풀'이었다. '살아 있다 우린 꿈을 꾼다 우린/아름다운 우리 여기에 있다'라는 가사는 온앤오프의 현재를 표현하는 것 같아서 더 와닿았다.
앙코르 첫 곡은 '유어 송'(Your Song)이었다. 승준, 민균, 효진 음색을 특히 귀 기울여 들었는데, 도입부부터 끝까지 '와, 정말 앙코르에 어울리는 노래다'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앙코르 곡은 '메시지'(Message)로 아름다운 화음과 뒤로 갈수록 벅차오르는 구성이 조화를 이뤘다.
앙코르 멘트에서 와이엇은 "온앤오프 콘서트를 자주 해드리고 싶었는데 그 기회를 많이 못 드려서 죄송하다. 저희가 계속 울컥했던 이유가, 그냥 이 순간을 기다렸던 거 같다"라며 "지금도 조금 그러는데 울지는 않겠다. 왜냐면은 울면 못생겨질 수도 있으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여러분들이 항상 곁에 있어 주고 계속 이렇게 저희를 응원해 준 덕분에 온앤오프의 오늘이 아름다울 수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승준은 "'러브 이펙트'로 2막을 잘 시작한 건 퓨즈 덕분이다. 이 무대를 아름답게 같이 꾸며준 우리 퓨즈들, 퓨즈들이 있어서 무대가 완벽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앨범이 나오는 것도 퓨즈가 있기에 저희가 잘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발목도 다치고 탈수도 오고"라고 운을 뗀 "걱정이 많았지만 무사히 마치고 나니까 너무나 잘했다! 내가 잘했다가 아니라 너무나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또 재미난 추억을 만들었다는 거 자체가 그런 안 좋은 기억들을 다 잊게 만들어 주더라. 퓨즈들은 제가 계속 말하지만 저희 뮤즈인 거 같다. 앞으로 이렇게 계속 저의 우리들의 음악의 뮤즈가 되었으면 좋겠고 이런 또 무대들을 같이 하면서 더 많은 추억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유독 큰 함성이 나와 멤버들의 부러움을 받은 유는 "'군대 가기 전에 다시 만나요 꼭 기다릴게' 이런 말을 했는데 여름 팬 미팅도 하고 '콘서트에서 만나요' 얘기하니 콘서트에서 만나고… 말이 진짜가 되는 걸 요즘 진짜 느낀다. 그래서 다음에 이것보다 더 훨씬 멋있는 무대를 준비해서 콘서트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이날 콘서트에는 WM엔터테인먼트 이원민 대표, 데뷔 때부터 온앤오프와 함께했고 이번 신곡 '바이 마이 몬스터'를 작사·작곡·편곡한 황현 작곡가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온앤오프는 '컴플리트'(Complete)(널 만난 순간)를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쳤다.
온앤오프의 여덟 번째 미니앨범 '뷰티풀 섀도'는 오늘(8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