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함성과 '카 워시'가 돌아왔다…'헤드윅'

뮤지컬 헤드윅 중 한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 '헤드윅'이 14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서울 샤롯데씨어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2시간 15분간 이어진 헤드윅과 앵그리인치 밴드의 콘서트를 보며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헤드윅이 조근조근 들려주는 파란만장한 인생사에 감정 이입됐다가도 유쾌한 애드리브가 나오면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

'헤드윅'은 남성도 여성도 아닌 로커 헤드윅이 자아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다.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냉대 속에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미국 군인 루터의 결혼 제의를 받아들인 헤드윅은 불법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다. 그러나 수술이 실패하면서 그에겐 1인치 살덩이(앵그리 인치)만 남는다.

헤드윅은 꿈에도 그리던 미국으로 건너가지만 루터에게 버림받고 앵그리인치 밴드를 조직해 변두리 바를 전전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던 중 17세 소년 토미와 사랑에 빠지고 그에게 록을 가르친다. 그러나 1인치 살덩이의 존재를 알아챈 토미는 가차 없이 돌아서고 헤드윅이 만든 곡들마저 가로채 록스타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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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 조정석은 이번 시즌을 포함해 총 5번의 시즌에 참여한 베테랑다웠다. 섬세한 감정 연기와 찰진 애드리브, 능수능란한 가창력으로 객석을 휘어잡았다. 드래그퀸을 꿈꾸는 이츠학(헤드윅의 남편이자 앵그리인치 밴드의 백보컬)으로 새롭게 합류한 장은아 역시 시원한 가창력으로 뒤를 받쳤다.

무엇보다도 사라졌던 함성을 다시 듣게 되어 반가웠다. 코로나19 시국에 공연했던 2021년 시즌은 배우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 장면을 대거 생략하고 함성도 내지를 수 없어서 배우도 관객도 아쉬움이 컸던 터.

이번 시즌은 헤드윅이 '위키드 리틀 타운'(wicked little town)를 부른 후 화장한 얼굴을 닦은 손수건을 앞줄 관객에게 건네는 장면과 객석 의자 위에 올라가 춤추며 '슈거 대디'(Sugar Daddy)를 부르는 '카 워시'(car wash) 장면 등을 모두 보여줬다.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의 데시벨이 내려갈 줄 몰랐다.

매 시즌 업그레이드되는 무대 장치의 변천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각각의 넘버에 맞춰 무대 위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상이 바뀌는데 한 편의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세련미가 풍겼다. 곳곳에 AI 기술을 활용한 장치도 눈에 띄었다.

뭐니뭐니해도 '헤드윅'의 백미는 음악이다. 헤드윅이 첫 장면에서 요염하게 등장하며 부르는 '티어 미 다운'(tear me down)부터 루터에게 버림받고 되레 밝은 척하며 노래하는 '위그 인 어 박스'(wig in a box), 헤드윅이 토미에게, 토미가 헤드윅에게 두 번 부르는 'wicked little town'까지 명곡의 향연이다.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다보면 헤드윅을 꼬옥 안아주고 싶어진다. 어느 순간 헤드윅의 인생에 내 인생이 겹쳐 보이는 마법도 경험할 수 있다.  

헤드윅과 앵그리인치 밴드의 본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앙코르 공연이 이어진다. 록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커튼콜을 맘껏 즐기길.
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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