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비비비'(BBB)에는 더 이상 기대되지 않는 내일, 누가 정의한 줄도 모르는 '바름'에 갇혀 색채를 빼앗기는 것이 순리라면, 기꺼이 세상에 맞서는 빌런(악당)이 되어 보고자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우정을 이야기하는 데 빌런이 등장한다는 게 예상치 못한 방향일 수 있지만, 이 또한 '의도'가 있다고.
CBS노컷뉴스는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중 멤버들의 참여도가 가장 높은 'BXX'의 이모저모를 뜯어보았다. '빌런'이라는 콘셉트, 무대 의상을 비롯한 전체적인 스타일링, 앨범 표지 등을 두루 다뤘다. 지난 4일 서면으로 이루어진 인터뷰에는 소속사 RBW의 기획제작팀, 스타일지원팀, MD사업팀 등 다양한 부서가 답변했다. 퍼플키스 멤버들 답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우정'을 소재로 한 이유부터 물었다. 기획제작팀은 "데뷔 3년을 넘어 4년 차 걸그룹이 된 지금, 기존 미니 앨범에서 보여준 콘셉추얼한 이미지와는 달리 '퍼플키스' 멤버들의 이야기를 앨범에 담아내고 싶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정'이란 주제를 '빌런'으로 소화하는 것이 생소하다고 하니, 'BBB'로 표현하려는 퍼플키스의 우정이 '귀엽고 아기자기'하지만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획제작팀은 "우정이라고 하면 분홍빛의 귀엽고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멤버들의 관계는 그보단 강하고 단단하다고 느껴진다. '친구를 위해 대신 앞장설 수 있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우정'을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강렬한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선 강하고 뚜렷한 캐릭터가 필요했고, 가사에 있던 '빌런'으로 콘셉트를 전개해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라고 전했다.
앨범과 타이틀곡 콘셉트가 악당인데 정작 앨범을 재생하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 만한 곡으로 채워져 있다. '세 보이는' 앨범 표지와 다른 반전이다. 그러자 기획제작팀은 "주 콘셉트인 빌런은 직관적인 외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노래는 내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다. 강인해 보이는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엽거나 밝은 구석이 있듯, 내면의 다채로운 매력을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마녀, 좀비, 괴짜 같은 뚜렷한 콘셉트와 세계관을 바탕에 둔 앨범을 낸 퍼플키스. 'BXX'는 '퍼플키스다움'을 잘 살린 앨범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방향성이다. 다음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지 묻자, 기획제작팀은 "다음 앨범을 기획할 때 멤버들과 잘 어울리는 콘셉트가 있다면 다시 한번 세계관을 확장할 것이고, 담아내고 싶은 멤버들의 모습이 있다면 이번처럼 멤버들의 이야기를 앨범으로 전달할 것이다. '퍼플키스'가 그간 다양한 빛깔의 모습을 보여드렸던 것처럼, 소화력이 좋아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니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라고 답했다.
나고은 역시 "저도 이번에 스타일팀 직원분에게 스타일링 시안과 의견을 드렸다. 원래도 트렌디하면서도 감각적인 느낌을 좋아해서 패션 관련 사진을 캡처해 놓거나 입고 싶은 스타일을 저장해놓고는 하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 같다"라며 "이번 활동 스타일링이 멤버들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라고 전했다.
다른 멤버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도시는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채인이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잘 살릴 수 있는 컨셉이라 생각했었는데, 예상한 대로 노래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링이 탄생한 것 같아 너무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레는 "이번에 재킷과 뮤직비디오에 나온 의상이 대부분 채인이의 의견으로 만들어진 의상이다. 콘셉트와도 어울리고 멤버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스타일링이 나와서 만족도가 높다"라고 유키는 "채인이가 이번 컴백에 딱 잘 어울릴 만한 센스 있는 스타일링 시안을 가져와 줘서 보자마자 맘에 들었다"라고 답했다.
'BBB' 활동을 하며 퍼플키스는 스트릿한 무드 의상, 광택 나는 검은색 의상, 검은 미니 원피스에 핑크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의상, 흰 티와 청바지 조합 등 여러 의상을 입었다. 스타일지원팀은 "전체적으로 멤버들이 생각한 이번 앨범 콘셉트를 따라서 스타일링했고 '우정'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흰 티&청바지 착과 밀리터리 착은 동일한 디자인의 의상을 활용하여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주되 멤버마다 스타일링을 다르게 해서 각자의 개성을 돋보일 수 있도록 했다"라고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메인 의상에 관해, 스타일지원팀은 "빌런 콘셉트에 맞게 블랙 컬러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힙하고 자유분방한 악동 느낌을 표현했다"라며 "그중 도시 의상에 사용한 악마 모양의 키링, 고은 헤어에 착용한 불꽃 모양의 선글라스 등 소품들을 활용해 포인트를 주었으니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기획제작팀은 "멤버들이 제작에 참여할 때 레퍼런스나 근거와 함께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본인의 취향을 고집하거나 일방적인 주장이었다면 수긍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지만,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한 덕분에 회사에서도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녹음 과정에서도 제가 쓴 곡에는 들어가서 디렉팅을 보기도 했고, 첫 안무 미팅 땐 들어가서 하고 싶은 방향을 직접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나고은)
"이번에 음악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인트로 : 크러시' 무대의 안무를 직접 창작했습니다! 인트로 안무를 창작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방송에서 선보일 안무를 창작하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부담도 있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다행히 팬분들도 대표님께서도 잘 만들었다고 피드백을 주셔서 너무 보람찼습니다!" (도시)
"타이틀곡의 후렴구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심심하지 않게 녹음하기 위해 디렉터님과 많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멤버마다 톤을 다르게 부르거나 음가를 약간 높이고 내리거나 하는 방향으로 듣는 재미를 추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레)
"저희가 이번 앨범 준비 과정 중 거의 모든 회의에 참여했는데요, 안무 미팅을 하면서 어떤 느낌이 좋을지, 어떤 포인트가 들어갔으면 좋겠는지 저희 의견을 직접 전달해 드렸는데 안무가님께서 잘 캐치해 주신 덕분에 안무가 너무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유키)
"곡을 만드는 것도 많은 과정이 필요하지만 녹음하면서 그에 맞는 목소리와 디테일을 잡아가는 과정도 굉장히 힘이 많이 드는데 디렉팅을 보다 보면 아쉬워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나 재녹음하고 싶은 부분이 생길 때가 간혹 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이랑 오랜 시간 합을 맞추다 보니까 수정녹음이 잡히면 이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쉬운 부분들을 알아서 원하는 방향으로 불러주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어요!" (채인)
"파트 분배 자체도 공평하게 모두 1절을 다 불러보고 각자 잘 어울리는 파트들을 받았고, 후렴구의 발음 여러 차례 재녹음하며 더 잘 어울리는 것들을 찾는 등 여러 노력을 했습니다." (수안)
MD사업팀은 "퍼플키스는 매 앨범 아트워크를 통해 대중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퍼플키스라는 그룹만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세계관이 있어 아트웍 작업에서 신경 써서 진행하는 편이며, 실무자로선 매번 다른 콘셉트로 디자인을 할 수 있어 흥미롭게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퍼플키스의 상징인 입술을 담아낸 심볼을 매 앨범 콘셉트에 맞춰 형태를 다르게 디자인하는 것처럼, 다양한 요소들 하나하나를 더해 메인 비주얼을 제작하는 편이다. 그래서 콘셉트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사진보다는 앨범 전체의 무드를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이 묻어난 표지를 선호하며, 다음 앨범 역시 그 기조를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부연했다.
나고은은 "오히려 얼굴이 아닌, 그냥 표지라 앨범 안에 뭐가 있을지 궁금해하게 되는 것 같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라고, 채인은 "저는 개인적으로 얼굴이 없는 표지가 더 노래에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아서 아쉽지는 않다"라고, 유키는 "콘셉트에 잘 맞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표지도 컨셉에 따라서 달라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레는 "곡 콘셉트에만 어울린다면 사실 크게 상관없는 부분인 것 같다! 대신 앨범 속 포토북이나 무대, 뮤직비디오에서 예쁜 멤버들의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싶다"라고 당부했다. 수안은 "사실 크게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아쉽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또 멤버들의 얼굴이 들어간 앨범 커버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퍼플키스는 이번 활동 때 '잇츠 라이브'와 '수트 댄스' 등의 프로그램에 나갔다. 앞으로도 예정된 콘텐츠 출연이 있는지, 또 나가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물었다. 기획제작팀이 귀띔한 "멋진 세션 분들과 함께하는 콘텐츠"는 어제(4일) 공개된 '잇츠 라이브'다.
나고은은 "'리무진 서비스'나 '딩고 라이브' '비긴어게인' '복면가왕' 등 보컬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콘텐츠에 나가보고 싶다"라고, 채인은 "목소리를 잘 보여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나가면 좋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유키는 "아직 음악방송 연말 무대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언젠가 꼭 나가보고 싶다"라고 바랐다.
도시, 이레, 수안은 모두 KBS2 심야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를 꼽았다. 도시는 "라이브 실력과 저희 멤버들의 예쁜 음색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출연하고 싶다"라고, 이레는 "저희의 음악성과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