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사람은 노동 해방" vs "AI가 인류의 '보스' 될 수도"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 채선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문화평론가와 정치철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보는 시간입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김만권 정치철학자, 두 분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손희정, 김만권> 안녕하세요.
 
◇ 채선아> 요즘 인공지능 기술이 IT 전문가뿐만 아니라 저 같은 일반 직장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상용화가 많이 됐잖아요. 두 분도 활용하고 계신 기술이 있나요?

◆ 손희정> 저는 번역 툴을 되게 많이 쓰는 편이고요. 최근에 '스티프트'라고 1,1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한 권 번역해서 출간했어요. 8개월 전에 번역 시작하면서 'DeepL' 이라는 툴을 썼는데 당시에는 이걸로 사람의 번역을 대체한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도움을 받는 정도였는데요. 거의 마지막에 갔을 때는 사람이 한 30%만 튜닝하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성장했어요. 챗GPT의 부상과 함께 번역 데이터가 확 늘어난 거죠.

◆ 김만권> AI를 훈련시키는 데이터의 발전 속도가 1년에 10배씩 성장하고 있거든요. 손희정 선생님께서 8개월의 처음과 끝이 너무 달랐다고 하셨는데 그 사이에 그냥 7, 8배 쑥 성장을 한 거예요. 이 성장이 2012년 정도부터 시작됐거든요. 2010년 정도까지는 2배씩 성장했어요. 한 50년간 2배씩 성장하던 게 갑자기 2010년부터 10배씩으로 뛰기 시작했거든요. 한 번의 터닝 포인트가 왔던 것 같아요.

연산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결정적이겠죠. 그러면서 2012년부터 10배씩 뛰기 시작하는데 이게 말이 10배씩이지 두 번째 해는 100배가 좋아졌다는 뜻이잖아요. 그럼 세 번째 해는 1,000배, 네 번째는 10,000배 이런 식으로 7~8년이면 1억 배씩 가는 거거든요.


◆ 손희정> 2010년대 중반쯤 되면 스마트폰이 전 지구적으로 완전히 상용화되면서 데이터가 폭발하고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 투여하고 있는 것으로 AI가 엄청나게 발달하고 있다는 거죠.

◇ 채선아> 이렇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면 항상 따라오는 게 앞으로는 어떤 직업이 없어질 거라는 얘기거든요.

◆ 손희정> 작년 11월에 한국 은행에서 AI 기술 때문에 341만 개의 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약간 소름 끼쳤어요.

◆ 김만권> 범위를 좀 넓히면 390만 개 정도까지 간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중에서도 의사나 한의사 쪽은 대체될 수 있는 수준이 거의 상위 1% 이내에 든다고 하거든요.

◆ 손희정> 지금 의대 정원 늘린다고 거의 전쟁이 벌어졌는데 앞으로 없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만권> 인공지능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데이터를 모아서 진단하는 역할인데 원래 의사가 그 역할을 하는 거거든요.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같은 책을 통해 미래에 대해 얘기했던 유발 하라리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인공지능이 가장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의사를 들어요. 그리고 인공 지능이 가장 대처하기 어려운 직업 중에 하나는 간호사로 들고 있어요.

◇ 채선아> 왜 다르죠?

◆ 김만권> 간호사는 돌봄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 손희정> 돌봄서비스 제공이기도 하고 마음을 쓰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흥미로운 건 데이터화될 수 있는 직종, 그래서 우리가 '사'자 돌림이라고 얘기하는 의사, 변호사들이 없어지기 쉽고, 오히려 서비스 종사원이나 기자는 안 없어진대요. 그런데 그런 전문직은 남성들이 많은 식으로 지금의 노동시장 안에서 성 불균등이 있잖아요.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남성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여성들의 일자리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건데, 인공지능으로 인해 이 불균등이 반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죠. 이런 것들을 보면서 지금 현실을 비판해 볼 수 있겠습니다.

◆ 김만권> 우리가 생각지 않은 분야에서 인공 지능이 많은 직업을 상당히 대체하고 있는데요. 10년이 넘은 얘기인데, 제가 유학 시절에 저희 학교 경제학과 졸업한 친구가 월스트리트에 취직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친구를 거의 6개월 만에 만났는데 그날 "내가 이 직업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컴퓨터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어서 옛날에 두 사람 세 사람이 하던 일을 지금 한 사람이 한다는 거예요.


◇ 채선아> 그때부터 위기 의식을 느꼈군요.

◆ 김만권>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십수 년 전부터 뉴욕타임스 등의 기사들을 찾아보면 실제로 자산 운용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인공 지능이 대신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종으로 꼽히고 있고요. 실제로도 그 당시부터 줄어들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열풍이 높은 게 두 분야인데요. 하나는 의학, 두 번째는 법학전문대학원을 가려고 하는데 원래 이 두 분야가 대체 가능성이 제일 높은 분야예요. 특히 법률 같은 경우에는 판례들만 있으면 다 분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판례를 조사해 주는 일을 원래 저연차 변호사들이 하는데 정말로 미국 로펌에서는 갑자기 저연차 변호사들의 수요가 확 줄어들었어요.

◇ 채선아> 어떡하면 좋아요. 그런데 저는 남 걱정할 게 아닌 게 제 코가 석자거든요. 지금 제주에 인공지능 아나운서가 나왔다고 해서 한창 뉴스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걱정이 되는 한편으로는 '이런 기술을 활용해서 내가 하는 일을 좀 더 수월하게 혹은 잘 운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손희정> 물론 AI와도 협력을 굉장히 많이 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AI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건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툴'이라고 굉장히 강조하는데요.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자의 고용이 줄어들 거라는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AI가 노동 시장 혹은 노동 현장 안에서 무슨 일을 할 거냐는 질문을 해야 되거든요.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촘촘하게 사람의 노동을 감시하는 일을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내가 컴퓨터로 작업하면 AI가 쭉 보고 있다가 모아서 보고 올리고 인사고과 올라가고 이렇게 될 수도 있는 거죠

◆ 김만권> 여러분이 실제로 청소, 배달 심부름을 어플로 시키잖아요. 그거 배정하는 게 다 인공지능이고 여러분이 서비스 받고 난 다음에 별점을 주시잖아요. 그럼 인공 지능이 노동자를 감시하는 실시간 데이터로 삼습니다. 여러분들이 실제 주는 별점 자체가 감시 기능을 합니다.

◇ 채선아> 그럼 배달 노동자에게는 상사가 AI일 수도 있는 거네요.

◆ 손희정> 한편으로는 그런 식으로 별점을 남겼을 때 노동자에 대한 감시 체계도 되지만 별점 하나로 가게가 망하기도 하잖아요. 점점 불안정하고 불안한 일들이 AI 때문에 늘어날 수도 있는 거죠.

◆ 김만권> 옛날에는 감시 기능과 비용을 고용한 사람이 댔던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 비용의 대다수를 소비자들한테 넘겨놓은 구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별점을 주니까 그 사람이 해고를 당했다고 하면 사실은 우리한테 책임이 오는 거예요. 소비자한테 떠넘긴 거예요. 자기들이 "야 우리가 정해서 널 해고한 게 아니야 소비자들이 널 이용해 보고 난 다음에 너 싫대. 그러니까 우리가 해고할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 채선아> 핑계가 되네요.

◆ 김만권> 그러니까 도덕적 책무로부터 해방되는 효과를 낳아요. 고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변해가는 AI 시대에 노동이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저는 직업 대체 측면으로 생각해본다면 AI 시대의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기 위한 노동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봐요.

우리가 만약에 AI에게 일자리를 내주면 AI는 월급이 필요 없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일자리를 내줬다 생각하고 거기서 로봇세, 인공지능세 이런 것들을 걷어서 차라리 기본 소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게 스위스 기본 소득주의자들이 하는 말인데요.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자동화가 인공 지능 기계가 우리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울지 말고 그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우리가 얼마나 자기를 표현하는 노동을 하면서 살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그런 세계를 상상해 보자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상상의 차원을 바꿔서 우리가 노동의 의미를 바꾸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공 지능을 긍정적으로 활용한다면 이게 일자리를 없앤다가 아니라 일자리를 없애서 얻는 이윤을 우리가 얼마나 잘 나눠 가질 것인가? 그 부분을 좀 집중해 보는 건 어떤가.


◆ 손희정> 그런 세상이 열릴 수 있는 어떤 기본이 되어 있는 사회라고 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AI를 기업 중심적으로 밀어붙여서 사람의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식으로 얘기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세금을 걷자는 얘기보다는 어떤 인식적인 전환이 필요하죠. 인간의 노동이 뭘 표현하는 거나 생계를 위해서라고 성격을 규정하기 전에 인간 노동 자체의 가치를 다시 얘기할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AI 같은 테크놀로지의 피로감 때문에 인기를 얻는 작 품 중에 삼체가 나와요. 저는 삼체를 보지는 않았는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거든요. 외계 세력이 왔는데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로 기초 과학과 인문학을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AI와 함께 오는 어떤 혼란이라고 하는 것을 완충 지대를 만들고 인식을 전환해 가면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기초 과학과 인문학, 인간의 사유에 투자할 수 있어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한국의 교육 정책이라고 하는 건 기초 과학 안 하고 인문학은 쓰레기로 무용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책 읽는 예산은 다 없애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테크놀로지에만 투자하잖아요. 반도체에만 계속하고. 이런 방식으로는 AI가 가져올 혼란에 우리는 대처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선생님은 어떠세요?

◆ 김만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해가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에 대한 재설정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역사를 돌이켜보면 신과 인간의 관계가 훨씬 더 중요한 때도 있었고 고대 세계로 가보면 인간이 동등한 존재로서 주목했던 게 아니라 지배와 복종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잖아요. 인간이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서 관계에 주목한 건 200년도 안 되는 역사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이 시대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건 나와 같은 동등한 존재로서 인간에 대해서 그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그로부터 출발하는 게 우리를 구원하는 첫 번째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채선아> 주제를 좀 바꾸면 영화 <파묘>가 1,100만 관객을 넘으면서 지금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는데 무속을 다룬 작품이잖아요. 이런 파묘의 흥행을 두고 인공 지능 열풍에 대한 피로감이나 반발 심리가 작용한 거라는 분석이 있더라고요.


◆ 손희정>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숫자와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그 외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너무 홀대받는다는 생각에 불교를 바탕으로 하는 <사바하>, <검은 사제들>, <파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말씀하신 기사는 AI 시대에 너무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에 대한 반발로 비과학적인 것, 혹은 초자연적인에 대한 재미를 느낀다고 분석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은 <파묘>로 거기까지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싶어요. 민족주의적인 감성을 굉장히 호소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개봉 시점이 <건국 전쟁>과 붙으면서 어떤 정치적인 지형 안에 있기도 하고요.

다만 생각해 보면 일리 있는 얘기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과학, 과학하니까 초자연적인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약간 안도하고 위안을 얻고 그럴 수도 있겠다. 특히나 장재현 감독의 연출 의도라는 게 그렇다면 재미있죠.

그런데 문제는 비인간적인 것에 대해서 반발심으로서 우리가 다시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것으로서 민족이라든가 변하지 않는 어떤 본질에 기대려고 한다면 그건 사실 AI에 대응하는 어떤 가능성인 것이 아니라 퇴행이지 않은가. 그래서 저는 <파묘>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고 장재현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장재현 감독이 숫자와 과학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다시 본질론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비판해 볼 수 있겠어요.

◆ 김만권> 우리가 가장 과학적인 세계에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삶 자체는 너무나 불확실성 속에 가두어져 있고, 저는 무속과 불확실성은 서로 상통하는 바가 있는데 무속이라는 건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에게 어떤 근거 없는 확신을 주는 뭔가가 있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같은 것들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 측면은 아닐까. 심리적 위안이 된다는 점. 그것이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자기들이 벗어날 수 있는 어떤 조그마한 단서라도 준다는 점에서 무속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점 보러 간다는 게 사실은 위안을 받으러 가는 거잖아요.

◇ 채선아> 네. 여기까지, AI의 발전을 두고 생각해볼 수 있는 점들 나눠봤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손희정, 김만권> 감사합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