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야구선수'의 힘겨운 2024시즌 초반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고 올 시즌부터 다저스에 새 둥지를 튼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지만 이적 이후 거듭해서 악재가 쌓이고 있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통역사 도박 스캔들'에 연루돼 고역을 치르더니 이번에는 다름 아닌 '홈런볼 거짓말 구설수'에 올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오타니는 지난 4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MLB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에서 지명 타자로 출전했다. 이날 오타니는 9경기 만에 시즌 첫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 전까지 오타니를 향한 비판과 우려가 빗발쳤다. MLB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 오타니가 시즌 개막 이후 단 1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 홈런 한 방으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오타니의 홈런볼을 잡은 팬이 공을 자발적으로 다저스 구단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호원들이 둘러싼 위협적인 분위기 속 어쩔 수 없이 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디 애슬레틱'은 5일 "오타니의 다저스 첫 홈런볼을 잡은 팬에게 힘든 감정이 이어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공을 잡은 여성 팬 암바 로만은 남편인 알렉시스 발렌수엘라와 함께 관전했다.
로만은 "야구장에 올 때마다 늘 공을 잡길 원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념비적인 공을 잡으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보안 요원들과 만났을 때 나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은 위협적이었다"고 폭로했다.
남편 발렌수엘라는 "보안 요원들이 나와 아내를 분리했다"고 공을 회수당할 당시를 상세히 회상했다. 이어 "아내는 위협적인 상황에서 그들과 대화해야 했다"며 "우리는 금전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저 합당한 대우를 받길 원했다"고 말했다.
부부에 따르면 12명 이상의 보안 요원들이 로만을 둘러쌌다. 그러면서 "야구공을 가지고 구장을 떠나면, 구단은 그 공이 오타니의 홈런볼이라는 인증을 거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디 애슬레틱은 이에 대해 "구단이 인증하지 않으면 해당 공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저스 공을 잡은 로만이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오타니의 1호 홈런볼에 대한 미국과 일본 매체의 관심이 쏟아졌다. 당시 매체들은 오타니의 홈런볼을 잡은 여성 관객(로만)이 흔쾌히 공을 돌려줬다 보도했다. 하지만 부부의 폭로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다.
공을 돌려받은 오타니의 반응도 불을 지피고 있다. "팬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발언 탓이다.
오타니는 이같이 말하며 "공을 돌려받았다. 특별한 공이고 이에 대한 감정이 매우 크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일부 매체 역시 "오타니가 직접 팬을 만나 감사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부는 "오타니를 만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는 통역 윌 아이레튼이 말을 옮기는 과정에서 "구단과 팬이 직접 소통했다"는 말이 잘못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디애슬레틱은 "전문가에 따르면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 후 첫 홈런볼은 10만 달러(약 1억 35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발렌수엘라는 "홈런볼을 내준 걸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저스 구단이 강조한 '팬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다저스 구단은 진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다저스 구단은 디애슬레틱에 "홈런볼을 기증한 팬과 추후 다른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스캔들, 경기력 논란에 이어 홈런볼 구설수까지. 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슈퍼스타 오타니는 벌써부터 다양한 이유로 시련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