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PC그룹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제빵기사들이 설립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 와해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의혹의 정점에 SPC 허영인 회장이 있는 것으로 본 검찰은 그를 구속했고, 관련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5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SPC 황재복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황 대표 등이 제빵기사들의 파리바게뜨 지회 탈퇴 종용 작업을 본격 지시한 시점을 2021년 2월로 특정했다.
검찰은 SPC가 회사 친화적인 한국노총 피비노조를 지원해 조합원 수를 늘게 했고, 그 결과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하게 된 임종린 파리바게뜨 지회장이 허영인 회장 자택 인근에서 항의 집회를 열자 SPC 상부가 본격적인 노조 와해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황 대표 등의 지시에 따라 계열사 임원들은 각 지역 사업부장들에게 '클린사업장(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을 만들자는 목표를 설정해주고 소속 제빵기사들의 파리바게뜨 지회 탈퇴 종용 작업을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구체적으로 매월 탈퇴 목표치를 지정해 탈퇴 실적을 관리했고, 동시에 회사 친화적인 피비노조 가입 실적을 보고하게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적이 부진할 경우 사업부장을 질책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임원진의 지시는 중간관리자를 거쳐 조직적으로 하달됐다. 사업부장들이 소속 제조장과 현장관리자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한국노총으로 데려오라"고 독촉하면, 소속 제조장들은 직접 제빵기사들을 접촉해 회유·협박으로 탈퇴를 종용했다고 검찰은 봤다.
검찰은 제조장과 현장관리자들이 제빵기사에게 "오래 다니려면 한노(한국노총)가 진급이 빠르다", "나도 이런 말 하기 싫은데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다", "민노(민주노총)가 회장 집에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외에도 공소장에는 승진인사에서 파리바게뜨 지회 조합원들에겐 불이익을 주고, 또 피비노조가 회사 입장을 인터뷰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담겼다. 실제로 몇몇 경제지 보도를 통해 '노노갈등 프레임'을 만들고, 파리바게뜨 지회 측 입장을 반영한 언론 보도를 피비노조가 나서서 비판하도록 한 사실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번 의혹의 정점에 허영인 회장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고, 전날 그를 구속했다.
결국 2019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이뤄진 이 같은 의혹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검찰은 허 회장 지시로 시작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황 대표에게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석방해야 하고, 구속기간은 한 차례 연장(10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이 곧 허 회장을 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