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MLB 경계 대상?' 신인 이정후의 데뷔 후 일주일은 어땠을까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데뷔전을 치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정후는 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휴식을 취한다. 지난달 29일(이하 한국 시각) MLB 정규 시즌이 개막한 이후 이정후는 샌디에이고와 LA를 오가며 치른 7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5일엔 경기 일정이 없다.  

첫 시즌임에도 이정후의 활약은 무난하다. 적응할 시간도 필요 없다. MLB 데뷔 3경기 만에 홈런을 때려내는가 하면, 개막 이후 6경기에서 연속으로 출루하며 신인답지 않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5일 기준 이정후는 7경기를 치르며 28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2할5푼, OPS(출루율+장타율)는 6할6푼이다.

수비 전술, 구종 신경 쓰며 이정후 상대하는 MLB


타격을 준비하는 이정후. 연합뉴스

이정후가 현재까지 상대해 본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 벌써부터 빅 리그 구단들은 '현미경 분석'을 통해 이정후를 막기 위한 여러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두 팀 모두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면 수비 위치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후의 타구의 방향이 다양해 야수들의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어느 곳으로든 안타를 날릴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정후가 기록한 안타를 살펴보면 여러 방향으로 타구가 날아갔다. 현재까지 뽑아낸 안타는 총 7개. 중견수 방면으로 4개, 우익수 쪽으로 2개, 좌익수 방향으로 1개의 타구를 보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크 실트 감독은 이정후가 타석에 서면 내야수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내렸다. LA 다저스 역시 유격수를 2루 쪽으로 당겨 이정후를 잡기 위한 수비 전술을 쓰기도 했다.

또 빅 리그 투수들이 구종을 유독 신경 쓴 경기도 있었다. 지난 3일 다저스 원정 경기가 그랬다.

다저스 투수들은 이정후와 승부할 땐 철저히 직구 승부를 피했다. 앞선 2일 경기에서 이정후가 MLB 정상급 좌완 투수인 제임스 팩스턴의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안타를 2개나 뽑아냈기 때문이다. 빠른 공에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이정후에게 정면 승부를 하기엔 무리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날 이정후와 맞붙은 다저스 투수는 라이언 브레이저, 라이언 야브로, 마이클 그로브, 에반 필립스까지 총 4명. 이 투수들은 이정후 타석에서 직구를 단 1구도 던지지 않았다. 이정후가 받은 공은 커터 4구, 싱커 3구, 커브 3구, 슬라이더 2구, 스위퍼 1구였다.

시즌이 계속될수록 이정후를 향한 상대 팀들의 분석은 더 세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도 이를 알고 있다. 이정후는 "계속 분석이 될 테고 약점을 파고들려고 할 텐데 거기에 맞춰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2차례 3구 삼진? "여긴 MLB잖아요" 개의치 않는 이정후

연합뉴스

다만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KBO 리그에서 뛰던 시절에는 좀처럼 당하지 않던 3구 삼진을 1경기에서 2차례나 당하기도 했고, 직전 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3일 다저스전에서 변화구로 승부를 걸어오는 빅 리그 투수들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1회에 이어 4회까지 2차례 3구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MLB에 진출하기 전부터 이정후의 장점 중 하나는 삼진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KBO 리그에서 뛴 7시즌 동안 총 884경기 3947번 타석에서 삼진을 겨우 304번 당했다. 비율로는 7.7%다.

타격 5관왕과 최우수 선수(MVP)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2022년엔 삼진 비율이 5.1%밖에 되지 않았다. 작년에도 삼진 비율은 5.9%로 낮았다.

다행인 점은 스스로는 전혀 개의치 않아 한다는 점. "여기는 MLB"라는 것이다.

이정후는 "MLB에서 삼진을 당하는 데 크게 주눅들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어차피 삼진 먹은 거, 3구 삼진이나 8구 삼진이나 10구 삼진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주눅 들지 않고 열심히 잘하겠다"고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SF 팀원들의 호평…"스페셜한 선수", "환상적", "인상적"


이정후(오른쪽)와 맷 채프먼. 연합뉴스

팀원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아메리칸 리그(AL) 골드 글러브를 4차례나 MLB 최고 3루수 맷 채프먼은 4일 샌프란시스코 지역 라디오 방송 'KNBR'에서 "이정후는 한계가 없는 스페셜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완벽한 리드 오프 타자로서 올 시즌 내내 팀에 힘이 될 것"이며 "매일매일 무언가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정후의 장점에 대해선 "공을 맞히는 기술이 정말 놀랍다. 적절한 공에 스윙을 한다"며 "훈련에도 열심이고 자신감도 넘친다"고도 칭찬했다.

멜빈 감독 역시 이정후가 팩스턴을 상대로 멀티 히트를 기록한 날, "스프링 캠프 시범 경기에서부터 본 적도 없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친다"고 놀라워 했다. 그러면서 "계속 환상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휴식을 취한 뒤 이정후는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홈 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김하성의 소속 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3연전을 치른다. 오라클 파크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이번이 처음. 이정후는 앞서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하다', '웅장하다', '좋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첫 인상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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