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감히 꿀벌을"…'비키퍼' 제이슨 스타뎀 참교육

외화 '비키퍼'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무법이 판치고, 악당들이 득세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 세계 관객들은 영화에서나마 약자와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것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방법일지라도 말이다. 꿀벌판 '존 윅'인 제이슨 스타뎀의 '비키퍼'는 '감히 내 꿀벌들을 건드려!'라는 주제 아래 약자들을 등쳐먹는 악인들을 제대로 '참교육'한다.
 
법 위에 있는 비밀 기관 '비키퍼'. 그곳 전설의 요원으로 남은 애덤 클레이(제이슨 스타뎀)는 기관의 눈을 피해 자취를 감춘 채 양봉가(Beekeeper)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유일한 친구 옐로이즈(필리샤 라샤드)를 잃게 된 그는 피의 복수를 위해 잠재웠던 진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과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모탈 컴뱃' 제작진 그리고 '분노의 질주' '트랜스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액션 장인 제이슨 스타뎀이 '비키퍼'로 모였다.
 
외화 '비키퍼'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비키퍼'는 법 위에 있는 비밀 기관 비키퍼의 전설적 탑티어 에이전트 애덤 클레이가 거대 보이스피싱 조직을 상대로 펼치는 '참교육'을 압도적이고 거침없는 액션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멸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류와 꿀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인간이 먹는 전체 식량의 33%가 꿀벌 수분 활동에 의존한다고 전했다. 이는 꿀벌의 생존이 곧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영화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꿀벌이 인류의 생존 체계를 결정하는 곤충이라는 데 빗대어 현대 문명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대다수 시민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동시에 꿀벌로 비유되는 시민을 지키기 위한 존재 '비키퍼'의 이야기를 그려간다.
 
외화 '비키퍼'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스토리 라인은 간결하다. 주인공 애덤 클레이는 자신을 인정해 준 유일한 이웃이자 친구인 옐로이즈가 보이스피싱을 당하자 거대한 피싱 조직의 본거지와 그들의 수장을 참교육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주인공은 꿀벌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며 위협하는 말벌 같은 악당들을 처단하는 비밀 조직의 전설적인 요원이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출발한 참교육 여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근간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약자가 존재한다. 보이스피싱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에 취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악질 범죄다. 영화 속 피싱의 대상 역시 노인이고, 이러한 약자들의 돈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순식간에 털어가는 모습은 현실 그 자체다. 이러한 현실에 판타지적인 응징에 나서는 게 바로 '비키퍼' 애덤 클레이다.
 
현실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제도와 공권력을 비웃듯이 보이스피싱 일당의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그들의 범죄 행위는 대담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 꿀벌들, 즉 서민들만이 고통받을 뿐이다.
 
외화 '비키퍼'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애덤 클레이의 사적 복수이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악을 향한 심판은 그것이 만약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절대 이뤄질 수 없다. 그것이 정당하다고 옹호할 수만도 없다. 그러나 '비키퍼'는 영화다. 영화에서만큼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정의를 이뤘다는 데서 오는 '영화적인 쾌감'이 중요하다. 이러한 종류의 오락 액션 영화가 가야 할 길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이 점에서 '비키퍼'의 과정과 결말은 대리만족을 제대로 제공한다.
 
이러한 '비키퍼'의 구조는 '존 윅' 시리즈와 비슷하다. '존 윅' 시리즈가 '개를 건드리지 말라'는 반려인의 마음을 대변한 교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면 '비키퍼'는 보다 인류애적인 모습을 보인다.
 
'꿀벌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 속 '꿀벌'은 사전적인 뜻대로 벌목 꿀벌과의 곤충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인 의미는 사회적 약자를 은유하는 단어다. 죽을 각오가 아닌 이상 양봉계 바바야가(존 윅의 별명)인 비키퍼 애덤 클레이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게 영화 내내 보인다.
 
애덤 클레이는 내 꿀벌들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존 윅' 시리즈의 존 윅을 떠올리게 한다. '알고 보니 엄청난 능력의 특수요원이었다'는 설정은 '본' 시리즈가 생각난다.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의 악을 처치한다는 점에서는 '더 이퀄라이저'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들과는 다른 '비키퍼'만의 세계관 안에서 제이슨 스타뎀은 '이게 바로 제이슨 스타뎀식 액션이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신만의 액션을 선보인다.
 
외화 '비키퍼'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액션 장인의 손과 발에서 나오는 다양한 액션 시퀀스들은 말 그대로 팝콘을 부르는 맛이다. 아크로바틱한 액션보다는, 타격감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적절하게 장비를 이용하는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은 그의 화려한 귀환을 선언하며 '팝콘 무비'로서 손색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애덤 클레이의 '나 혼자 다 한다'식의 액션 스타일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낸다. 극 중 동종업계 사람 중 최강자 즉 '먼치킨'인 셈이다. 1대 100도 가능하다. 그 자체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인간병기'다. 애덤 앞에서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방법조차 먹히지 않는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려다 내 목숨을 내어주는 것밖에 안 된다.
 
그 정도로 위험한 인물이지만, 애덤 클레이의 액션 밑바탕에 깔린 건 '강강약약'이다. 그의 분노는 꿀벌들을 위협하는 악당만을 향한다. 인간병기의 위험함이 '빌런'에게만 해당한다는 점에서 관객은 그저 그의 '참교육' 액션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비키퍼'로 돌아온 제이슨 스타뎀은 액션 스타로서의 명성을 다시금 드높였다.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이 독창적인 세계관을 이어나가고 있듯이 제이슨 스타뎀의 '비키퍼'도 참교육 세계관을 이어가길 바란다.
 
105분 상영, 4월 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외화 '비키퍼' 메인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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