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좀…" 막무가내 협조요청, 자영업자가 호구?

유세현장 경비 강화한 경찰, 카페 찾아와 "200명 화장실 이용해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과도한 선거유세 불평·고통 호소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각 정당 대표들의 지역 방문이 잦아지며 현장 경찰 경비가 강화된 가운데, 인근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협조를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34)씨는 3일 선거운동 현장에 배치된 경찰 200여명이 본인의 카페 화장실을 막무가내로 사용하고 갔다고 하소연했다.

A씨에 따르면 전날인 2일 오전 10시께 A씨가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경찰버스, 경찰차 등이 카페 앞에 주차하더니 한 경찰관이 찾아와 "오늘 VIP가 방문해 출동했다"며 "경비인력 200명 정도가 카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며 협조 요청을 했다.

마지못해 허락한 A씨는 이후 2시간 동안 경찰 수십 명이 수시로 카페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는 "자동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해 고장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찰나에 일부 경찰관은 손으로 문을 치기도 했다"며 "정작 손님들은 화장실 사용도 제대로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방문 몇시간 전에 대뜸 와서 협조를 강요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다들 빠듯하게 월세 관리비 내면서 장사하는데 오늘 하루 매출보다 화장실 수도·전기세가 더 나왔을 것"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천안 성성호수공원 카페거리 일대를 방문해 천안시 을 선거구 국민의힘 이정만 후보를 지원했다.

해당 지역 온라인커뮤니티에도 유세 현장 사진이 업로드되며 일부 주민·상인들은 "공원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다 휘었다", 힘들게 관리하고 있는데 하루 만에 망치고 가신다" 등의 불평이 이어졌다.

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선거운동이 치열해지며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도 선거유세에 대해 어려움과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아프니까사장이다' 등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날 '팔아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시장에 와 선거운동을 하느냐", "허락 없이 가게에 들어와서 선거운동하고 명함 뿌리고 가더라" 등의 글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인천 계양구 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선거운동 차 한 고깃집에 들른 영상을 공유하며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선거 유세를 빙자해 남의 사업장에 들어와 손님의 음식을 집어 먹는 것은 업무방해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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