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L'은 영파씨가 앞으로 설 무대, 만나게 될 팬들, 앞으로 마주할 모든 미래가 'XXL' 사이즈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마카로니 치즈' 무엇보다 'XXL'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표곡이자 히트곡인 '컴백홈'(Come Back Home)을 오마주(헌정)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원곡을 아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올드스쿨 힙합 리듬을 그대로 옮겨왔고, '샤라웃'(힙합 신에서 존경과 존중의 의미로 쓰임)할 의도로 서태지와 아이들 안무도 재현한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30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영파씨에게 새 미니앨범 'XXL'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파씨 : 아직 음악방송 경험이 많이 없어서 혼쭐이 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긴장감과 피곤함을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드디어 포털 사이트에 '영파씨'를 검색하면 '양파씨'가 안 뜹니다! 저희가 이겼어요.
2. 두 번째 미니앨범 'XXL'은 타이틀곡부터 수록곡 전 곡이 90년대 힙합, 레이지, 아프로비트, 붐뱁, 드럼 앤 베이스 등 힙합 하위 장르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힙합에 진심"인 앨범을 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정선혜 : 오래전부터 저희 회사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송라이팅 시간을 가져왔어요. 여러 가지 장르의 트랙을 받고, 저희끼리 가사도 써보고 멜로디나 랩도 써보고 하면, 회사의 인하우스 프로듀서분들이 바로바로 피드백을 줬어요. 아마 상상이 안 가실 수도 있는데, 굉장히 예쁜 발라드곡도 있었고, 청순 청순한 댄스곡도 했었구요! 또 유로 하우스나 EDM 같은 달리는 곡까지 매주 여러 가지 음악들이 저희에게 주어졌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데뷔조가 꾸려졌는데요, 대표님의 이야기를 잠시 빌리자면, 저희 다섯이 가진 목소리와 성량, 저희의 춤 선과 얼굴 심지어 성격 그런 것들을 다 파악하고 나서 '영파씨'라는 팀은 '힙합'으로 세상에 먼저 등장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답니다. 그리고 그 '힙합'에 진심을 보였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데뷔라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우리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덜컥 겁도 났어요. 적당히 힙합을 기믹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이해하고 몸에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많이 공부했습니다.
위연정 : 그렇게 '마카로니 치즈'라는 트랩 힙합 자작곡으로 데뷔하게 되었고… 이번 'XXL' 앨범에 최종적으로 수록된 곡들 역시 힙합의 서브 장르들 레이지, 아프로비트, 붐뱁 맞아요. 더 힙합에 진심인 앨범이네요! 막 의도한 거는 아니고, 그냥 기왕 하는 거 춤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적당히 추지 말고 칼선으로 느낌 담아서 제대로 리듬 타 보자!' 하는 생각으로 앨범을 준비한 것 같아요.
지아나 : 이번 앨범의 5곡 대부분 연습생 때 송 라이팅 시간에 처음 만났던… 그러니까 최소 2년 정도 된 곡들이에요. 데뷔 앨범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곡 선택에 저희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었답니다!
정선혜 : 앞서 얘기 드렸듯이 저희가 트랩 힙합을 전면에 내세운 데뷔곡 '마카로니 치즈'라는 곡으로 데뷔했어요. 걸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랩만 하는 꽤나 용감한 데뷔곡이었답니다. 드레이크, 도자캣, 플레이보이카티 등 많은 뮤지션들의 활약으로 트랩 음악은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데, 두 번째 앨범에서는 저희가 이 트랩 장르에서 벗어나서 조금은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컴백홈'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완전한 힙합을 선보인 곡이라고 들었어요. 당시에 전 국민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4번째 앨범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붐뱁 힙합곡으로 컴백하셔서 그야말로 목화씨나 화약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처럼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도은 : 그리고 저희 아빠가 서태지 선배님 완전 팬이세요.
위연정 : 에스파 선배님들이 멋지게 리메이크한 '시대유감'도 있었고, 저희가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 헤이즈 선배님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도 있는데요, 영파씨다움을 가장 잘 보여드릴 수 있는 곡은 힙합의 정수가 담긴 '컴백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지은 : 또 서태지 선생님이 X세대이시잖아요! 저희는 XXL이고…^^
영파씨 : 음악 산업 자체를 바꿔놓은 분께 누가 되지 않을까 봐 발매 날까지 조마조마했어요… 많이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서 기쁘고 영광입니다ㅠ
4. 'XXL'은 '컴백홈'의 분위기와 닮았고, 도은씨와 연정씨의 페어 안무도 '컴백홈'에서 착안했습니다. '컴백홈'이란 곡의 핵심을 적극적으로 취한다는 것에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멤버들의 생각이 듣고 싶어요.
영파씨 : 서태지 선배님의 '컴백홈'의 뮤직비디오와 음악방송 무대 또 편곡된 라이브 무대들을 보면 배울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정말 예스러움이나 세월의 흔적이 전혀 안 느껴지는 것도 너무 신기하구요. 가사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런 노랫말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엄청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컴백홈'의 느낌을 지금 2024년의 신곡에 담아서 무대를 통해 오마주한다는 것이 너무 비교 대상이 될 거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도은 : 우리 회사가 엄청 XXL 사이즈로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아나 : 전쟁이 다 없어지고 세계 평화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6. 'XXL'에서는 "리구개청 는없 수할 상예" "YA! T! F! 왜? 뭐!"와 같은 재미있는 가사가 눈에 띕니다. '예상할 수 없는 청개구리'를 거꾸로 넣은 이유, "YA! T! F! 왜? 뭐!"를 추임새로 넣은 이유가 듣고 싶어요.
영파씨 : 이 부분은 저희 프로듀서 키겐님이 쓴 가사인데요, 문장을 거꾸로 한 것은 저희가 종종 말을 안 들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외치는 추임새는 gang vocal이라고 배웠는데요. 저희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어요. 속사포 랩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추임새를 만들었는데, 그냥 hey ho 같은 흔한 추임새보다는 MBTI라든가 또 청개구리 같은 반항심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데뷔곡 '마카로니 치즈' 때부터 이런 깨알 같은 아이디어는 저희가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영파씨 : 후반부에 트랙만 나오는 부분의 댄스 브레이크 부분을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사실 이 '컴백홈'의 페어 안무는 너무 레전드라서 부담감도 있었는데요. 원곡과 똑같이 하기보다는 조금은 MZ스럽게 표현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영파씨의 느낌을 담은 힙합 춤을 추면서, 하이라이트 부분에 누가 보아도 '컴백홈'에게 샤라웃하는 구간이 잠시 등장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8. '마카로니 치즈'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던 벤 프루 감독이 이번 'XXL'도 함께했습니다. 각본은 제리 신이 담당했고요. 완성된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한지은 : 제가 거인이 되어 타임스퀘어를 누비는 장면을 좋아해요.
지아나 : 저는 전자제품 가게 TV 속에 제가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어요. 촬영할 때는 그렇게 표현될 줄 몰랐거든요. 그 장면을 자세히 보시면 가게의 간판이라든가 다양한 이스터 에그(작품 속에 숨겨놓은 재미있는 의미)들이 숨어 있답니다.
도은 : 저는 영파씨 다섯 멤버가 팔짱을 끼고 비행선에 매달려 있는 장면이요. 여기서 양 끝 멤버들의 팔이 마치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처럼 늘어나 있어요. 뮤직비디오를 찍는 세트장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후반 작업이에요.
정선혜 : 햄버거 가게 아저씨와 제가 대화를 주고받는 신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은 앨범도 냈고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시거든요. 벌써 두 번째 콜라보인데, 언제 실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위연정 : 저는 뮤비 초반부에 동그란 레버에 매달려 발버둥 치는 제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요. 가장 XXL스러운 장면 같아요.
도은 : 연정 언니의 얼굴이 진짜 메추리알 만하기 때문에 조금만 크게 만들어버리고 싶습니다.
위연정 : 저희 팬클럽 텔레파씨를 크게 만들어서 같이 뛰놀고 싶어요!
10. 3월 27일 기준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수가 1천만 회를 넘었던데 상당히 빠른 속도입니다. 이 정도의 호응을 예상했나요?
영파씨 : 정말 예상 못 했어요. 데뷔 앨범 혹은 열심히 촬영했던 저희의 브이로그들도 아직 큰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아서, 또 회사에서도 한 계단씩 올라가면 된다고 많이 얘기해 주셔서, 큰 기대를 하면서 이번 컴백을 준비하지는 않았어요.
11. 올드스쿨 힙합 장르 곡이다 보니 스타일링도 눈에 띕니다. 투스젬, 뽀글머리, 두건, 벙거지, 패딩 조끼, 피어싱, 흰 아이라인, 광택 나는 페이스 페인팅 등 다채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멤버들 아이디어가 반영된 부분이 있는지,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정선혜 : 저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님이 예전에 아티스트였어요. 그래서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한답니다.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낸 부분은 아직 없지만, 매번 스타일링 시안이 올 때마다, 곡하고 너무 찰떡이어서 너무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특히 그릴즈는 매일 하고 싶어요!
한지은 : 저는 교정기 때문에 한 번도 못 했어요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