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로 실형이 확정돼 투표권(선거권)을 잃은 전직 국회의원이 권리 박탈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본안 판단을 받지 못하고 각하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심학봉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18조 1항 3호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약 4년간 심리한 끝에 지난달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란 청구 자체가 관련 법률에서 정하는 요건에 맞지 않아 부적법할 때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법정 청구 기한을 어긴 게 문제가 됐다.
201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심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2017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3개월과 벌금 1억570만원, 같은 액수의 추징 명령이 확정됐다.
공직선거법은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 또는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한 뇌물수수·알선수재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집행을 종료하고 10년이 지날 때까지 선거권이 없다고 정한다.
2020년 3월 형 집행을 마친 심 전 의원은 이 규정이 자신의 선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며 한 달 뒤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권리침해를 구제해달라는 헌법소원은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심 전 의원 사건에서는 '사유가 발생한 날'을 언제로 볼지가 쟁점이 됐다. 징역형의 집행을 종료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보면 각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심 전 의원의 선거권은 판결이 확정된 2017년 3월부터 제한되는 것이고, 최초의 기본권 침해는 가장 가까운 선거인 19대 대선(2017년 5월)에 있었으므로 적어도 2018년 5월까지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해야 했다고 봤다.
이에 "1년이 지났음이 명백한 2020년 4월 28일에야 제기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 기간을 경과했다"며 본안 판단 없이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 관계자는 "심판 대상 조항이 규정한 범죄로 징역형 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그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선거권이 인정되지 않고, '사유가 있는 날'은 판결이 확정된 후 첫 선거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