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재발돼서 3주에 한번씩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해요. 걱정되죠. 계속 (병원에) 와야 하는데 걱정돼요. 이제 앞으로 지금 제가 진료받고 있는 교수님도 어떻게 될까 싶어서…의사들이 책임감, 사명감을 가지고 직업을 택했을 거 아니에요. 좀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도 같아요."
2일 오전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암 환자 한모(62)씨는 의대 교수들의 진료 축소 소식에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불안하다"며 "병원을 옮겨야 할지…"라고 읊조렸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이 외래진료·수술 축소와 진료시간 단축에 나서겠다고 밝힌지 이틀째인 이날, 우려했던 만큼의 '의료 차질'은 없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차후 상황이 더 심각해지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앞서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1일부터 환자 진료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전의비 측은 24시간 연속 근무 후 다음날은 업무를 쉬는데 동의했다.
또 중증, 응급 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병원 별로 외래 진료와 수술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전국 40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지난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술과 외래 진료가 축소돼 '의료 차질'이 심화될 것라는 우려와는 달리, 서울 시내 대학병원들마다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정상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극소수 몇 분 빼고는 거의 다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집계한 바로는 지난주와 크게 진료 지표가 변함 없다"며 "신규 진료 환자 수, 전체 진료 환자 수, 외래 진료 환자 수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대구로병원 관계자도 "우리 병원 외래 현황은 지난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외래 축소 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어제까지 확인 했을 때 지난주에 비해 크게 (환자 규모가) 달라진 것은 없는 걸로 파악을 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 관계자 또한 "(진료 축소는) 구속력이 없는 얘기"라면서도 "우리가 (진료 축소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환자들은 진료가 연기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었다.
간암 환자인 남편과 함께 서울대병원을 찾은 허모(79)씨는 "우리도 지금 진료가 며칠이 늦춰지는 상태"라며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점점 더 (진료가) 지연될 거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고대구로병원을 찾은 김모(45)씨도 "큰 수술이라 예약을 하려하니 전공의가 없으니까 8월에야 된다고 그랬다"며 "엄청 사정하고 부탁하고 또 부탁해서 4월 18일로 진료를 예약하긴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는 일주일 넘게 걸려 예약을 잡았는데, 걱정되는 건 위험한 중증 환자들이 좀 있지 않냐"고 "병원마다 다르데 한 대학병원은 당일 접수 자체를 안 받는다. 거기는 이제 전공의들이 거의 없어서 수용이 안 되나 보더라"고 덧붙였다.
아직 진료 축소로 인한 여파를 겪지 않은 환자들도 혹시라도 상황이 더 악화될까 근심이 가득했다.
간암 환자인 유경진(64)씨는 "조마조마하다"며 "오늘도 항암치료를 하러 왔는데 언제 교수가 나가고 어떻게 될지"라고 불안한 심정을 내비쳤다.
유씨는 "환자들 입장에서는 그냥 (의사들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여기 문을 닫아버리면 이 환자들은 어디로 가냐,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대장암 환자 김모(65)씨도 "나 같은 경우 기존에 받던 환자니까 입원이 되고,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다"며 "다른 환자들 입장은 불편하고 좋을 리가 없을 거다. 수술 받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날짜가 안 잡힌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