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의 효과일까.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우완 마무리 정해영(23)이 작년과 달리 산뜻하게 시즌 초를 보내고 있다. 정해영은 올 시즌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세이브를 기록하며 현재 구원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정해영은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에 마무리 투수로 출전해 시즌 3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팀이 4 대 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은 5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1안타 1볼넷을 허용했지만 실점하지 않고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이번 시즌 정해영은 구원 실패가 없다. 지난달 23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부터 세이브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또 26일 홈에서 열린 롯데전에서도 승리의 수호신이 됐다. 9회 전상현(27)의 공을 이어받은 정해영은 1개의 안타를 허용했지만 팀의 2 대 1 승리를 지켰다.
올 시즌 KBO 리그에서 세이브를 올린 투수는 9명뿐이다. 정해영은 SSG 문승원(34)과 함께 3세이브로 이 부문 1위에 랭크돼 있다.
무엇보다도 정해영의 시즌 초 컨디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평균자책점이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한 9명의 선수 중 평균자책점이 '0.00'인 선수는 정해영이 유일하다. 정해영은 올 시즌 3경기 동안 13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실점 없이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작년과는 출발부터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지난 시즌 초반 정해영은 크나큰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다. 시즌 개막 직후 평균 구속이 130km대까지 떨어졌고, 5월 말엔 2군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작년과 어떤 점이 바뀐 걸까. '미국 유학'을 다녀온 것도 정해영의 시즌 초 상승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KIA는 2023시즌이 끝난 뒤, 1개월간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 아카데미에 5명의 투수를 파견했다. 정해영을 비롯해 이의리(21), 윤영철(19), 황동하(21), 곽도규(19)가 참가했고 각자의 부족한 점을 다듬었다.
정해영은 특히 구속과 투구 폼에 신경 썼다고 한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 미디어 데이에서 정해영은 "구속이 안 나온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미국에선 투구 폼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 캠프 때도 계속 신경을 쓰며 던져봤는데, 그게 좋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효과는 확실하다. 정해영의 구속은 23일 키움전과 26일 롯데전에서 149~150km까지 찍혔다. 직전 경기인 두산전에서도 구속은 최고 146km까지 나왔다. 지난 시즌 초반 130km대까지 떨어졌던 구속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올 시즌엔 'KBO 리그 최연소 통산 100세이브'를 노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9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은 벌써 3개를 추가하며 93개를 기록했다.
정해영은 이에 대해 "100세이브가 의식이 안 되진 않다"면서도 "세이브 개수보다는 블론 세이브를 최소화하려고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어 "세이브 개수는 하다 보면 계속 쌓일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정해영은 7년 만에 우승 반지를 노리는 KIA의 승리를 지켜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정해영은 "우리 선수진이 좋아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대에 부응해 우승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보겠다"며 최정상을 향한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