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골프장에서 화물차가 카트를 덮쳐 6명이 숨지거나 다친 가운데, 피해자들은 하루 2시간가량 일하는 사실상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돼 잔디를 보수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차량의 제동 장치가 채워져 있지 않았던 점을 등을 바탕으로 운전자를 입건하는 동시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기장군의 한 골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A(30대·남)씨를 입건하는 등 관계기관과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24분쯤 기장군 모 골프장 내 카트 전용 도로에서 1t 특수 화물차가 B(40대·여)씨 등 작업자 일행을 덮쳤다. 이 사고로 B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또 다른 여성 작업자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또 화물차 운전자 A씨 등 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잔디를 보수 작업에 투입된 B씨 등 4명이 카트를 타고 이동하던 중 카트가 옆으로 넘어졌다.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화물차를 몰던 A씨 등 2명은 이를 본 뒤 차에서 내려 사고 지점으로 달려갔다. 그 사이 A씨가 타고 있던 화물차가 경사면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카트와 B씨 일행을 덮쳤고 결국 6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로 이어졌다.
당일 잔디 보수 작업에 투입된 인력은 1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일행 중 4명은 앞선 카트를 타고 이동 중이었고, B씨가 탄 카트에도 4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확인 결과 이들은 사실상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된 인력으로, 하루 2시간가량 잔디를 정비·보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화물차는 일반 화물차가 아닌 화물칸을 기울일 수 있는 사륜구동의 특수차량으로 확인됐다. 당시 화물차에는 모래 등이 실려 있었다. 사고 이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조사 결과 당시 화물차의 주차(사이드) 브레이크는 채워지지 않았고, 기어도 중립인 것으로 확인됐다. 운전자 A씨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과실 여부와 함께 관리자 등에 대한 책임도 면밀하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해 운전자를 입건했고, 현재 차량 결함 가능성과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이라며 "현장 관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담당 감독관이 배정돼 중대재해법적용 여부 등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인 가능한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에 대해 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