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룡대전'으로 불리며 4·10 총선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에서 '정권심판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를 뽑겠냐'는 질문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1.6%,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가 40.3%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4.4%p) 밖인 11.3%포인트(p)였다.
인천 계양을은 2010년 보궐선거를 제외하고는 2004년 이래 보수 정당이 이긴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진보의 '텃밭'이다. 특히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부터 다섯 번이나 당선된 계양을의 터줏대감이었다. 그가 2022년 서울시장 출마로 이재명 대표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면서 이 대표는 같은 해 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보수에겐 험지인 계양을에 원희룡 후보가 이른바 '자객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각오로 도전장을 내민 원 후보는 민주당 '텃밭'에서 11%p가 넘는 격차를 뚫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당선가능성' 李 56.2% vs 元 37.8%…'정권심판론' 47.2%
CBS노컷뉴스가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인천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1.6%,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는 40.3%로 이 대표가 오차 범위 바깥에서 11.3%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답변은 2.6%,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5%로 집계됐다.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이 후보 56.2%, 원 후보가 37.8%로 격차가 더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총선의 성격을 두고는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가 47.2%로 가장 높았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38.8%로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9.9%는 "양당 견제를 위해 제3지대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총선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91.6%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고, "가급적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6.2% 집계됐다.
비례정당 투표 의향을 묻는 질문엔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35.0%로 가장 앞섰다. 이어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27.4%, 조국혁신당은 23.8%로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다. 이어 새로운미래(3.2%), 개혁신당(2.5%), 녹색정의당(1.4%) 순으로 집계됐다.
야당 대표의 지역인 인천 계양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긍정평가 37.8%, 부정평가 59.8%로 부정평가가 22%p 높았다. 윤 정부가 국정운영을 '매우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20.2%, '잘하는 편이다'는 17.7%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매우 잘못하고 있다' 49.7%, '잘못하는 편이다'가 10.1%에 달했다.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엔 이재명 대표가 45.9%로 가장 우세했으며, 뒤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2%로 이 대표와는 18.7%p 격차를 보였다. 그 뒤는 원희룡 전 장관 4.6%, 오세훈 서울시장 4.1%, 홍준표 대구시장 3.7%, 김동연 경기지사 2.9%,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1.8%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 ARS 자동응답 조사 100%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4.4%p다. 응답률은 8.5%며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국내 통신사들로부터 무작위 추출로 제공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무선 ARS 전화조사 방식 결과다.
'미니대선' 계양을…정권 심판이냐, 이재명 심판이냐
"계양은 후보 개인이 붙는 곳이 아니라 정부·여당과 민주당이 붙는 곳입니다."
지난 27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계양구 계산4동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지역의 선거 구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스스로를 이 대표 지지자라고 소개한 그는 "나처럼 원희룡을 안 찍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지금 정권을 심판하기 위함이 제일 크다"며 "이재명은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인천세종병원 앞에서 만난 대학생 윤진영(26)씨도 "아직 누구에게 표를 줄지 확정하진 못했지만 정부를 평가해야 하는 유권자로서는 야당 쪽으로 표심이 기울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요즘처럼 물가도 오르고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선 국정을 이끄는 쪽이 더 책임져야 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고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민주당이 지역을 오랫동안 닦아왔음에도 발전이 없었다며 '이재명 심판론'을 꺼내든 시민도 눈에 띄었다. 계양구 토박이 남기호(30)씨는 "여긴 민주당이 20년 넘게 이끌어온 곳인데 내가 자라며 체감한 발전은 없었다"며 "이재명은 당 지도부라 활동도 많아서 지역에 소홀했다. 지금도 재판 다니느라 바쁘고 지역에서도 자주 보이지 않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계산4동에서 30년째 거주한 정필수(60)씨는 "계양이 공항도 가깝고 대중교통도 잘 돼있어 교통권이나 접근성이 좋은 도시인데, 민주당은 이 좋은 여건을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180석을 갖고 있던 민주당은 맨날 싸움만 하다가 정권을 뺏겼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며 "제1야당으로서 책임도 큰데 정권 심판하자고 말하기엔 앞뒤가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에 대해선 "원희룡처럼 행정부·입법부·지방자치단체까지 두루 경험해본 정치인은 몇 없다"며 "우리 지역을 잘 신경써줄, 이재명보다 더 실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원희룡 '막판 반전 역전' vs 이재명 '매일 발도장으로 수성'
두 '대권 잠룡'이 현재 여론조사상 11.3%의 차이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원 후보는 막판 '반전 역전승'을 노리겠다는 각오로 선거 유세에 임하고 있다. 지난 27일 이마트 계양점 사거리에서 유세에 나선 원 후보는 "도와주시면 이길 수 있습니다"라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었다. 이날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거대책위원장과 축구선수 이천수 후원회장도 현장 지원 사격에 나서 '한표' 호소에 동참했다.
유세 장소 인근에서 차량 신호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창문을 열고 "원희룡 역전 가자!"고 소리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원 후보 측 관계자는 최근 지역 판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론조사상 조금 밀리고 있긴 하지만 시민들 호응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캠프 내에서도 역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 위원장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하실 거라고 믿는다"며 "자기 자신을 먼저 앞세워 법을 무시하고 심지어 재판을 뒤집겠다는 사람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성에 나선 이재명 후보는 당 대표로서 민주당의 전국 선거 유세를 돕는 와중에도 인천 계양을에서 출퇴근 인사를 하는 등 지역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선거 유세 첫날인 지난 28일 가장 먼저 계양역을 찾아 90분 동안 시민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9일 자신의 재판이 끝난 뒤에도 곧장 인천 계양을 찾아 '동서남북 4대 권역 균형발전 비전'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31일 오전 인천 계양구의 한 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성당과 지역을 돌며 지역 유세에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