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듀오 옥상달빛(OKDAL) 음악은 청자와 공감대를 이루는, '내 이야기'처럼 거리가 가까운 가사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음악으로 풀어낸 지 14년. 앨범을 낼 때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옥상달빛 역시 누구보다 가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힐링'과 '위로'의 대명사로 불린 옥상달빛이 '40'이 되어 내놓은 앨범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 세 번째 정규앨범 '40'에 실린 11곡 전 곡의 가사를 쓴 옥상달빛을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만났다. 이후 옥상달빛과 A&R 부서의 서면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해 '가사'에 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들어보았다.
3분이 채 안 되는 노래가 '트렌드'가 되어 점점 노래 길이가 짧아지고 있지만, 옥상달빛의 노래는 조금 더 진득하게 이어진다.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진 '옥탑라됴6'가 1분, 인트로 트랙 격인 '자기소개'와 수록곡 '광고' 2분대일 뿐 3분대 노래 비중이 높다. 가장 긴 노래는 '스페셜 이디엇'으로 4분 45초를 할애해야 끝까지 들을 수 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혼잣말'과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가 각각 4분 12초, 앨범에 마침표를 찍는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4분 29초다.
김윤주는 "사실 요즘에 맞춰서 뭔가를 한다면 너무 어려웠을 것 같다. 다행인 건, (요즘 유행하는 곡을 보고) '우리도 이런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욕심이 안 나기도 했다. 그것도 어느 정도 능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우리 노래도 짧게 만들어야지 사람들이 들을 거야' 하는 얘기를 해 보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세진은 "그 노래에 어울리는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그 노래가 주인공인데 요즘 유행이 노래가 짧아지는 거라고 해서 곡이 가진 스토리가 5분짜리인데 축약해서 만든다는 게 조금 억지 같기도 하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노래가 지루했다면 짧게 만들었을 거다. 그 정도 귀는 다 있으니까, (지루했다면) '좀 지루한 거 같아' '좀 줄이자' '어디를 빼 버리자' 했을 텐데 안 지루했다"라고 밝혔다.
가장 가사 쓰기 수월했던 곡과 까다로웠던 곡이 궁금했다. 김윤주는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가 "제일 바로 나왔던 가사"라고 소개했다. '혼잣말'은 "어렵게 나왔다기보다는 감정을 꺼내는 데" 어려웠던 노래다. 박세진이 '드웨인존슨'이 쓰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박세진은 "상징적인 인물을 대단하게 내세운 제목인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할 건데?'가 됐다. 1절은 금방 나왔는데, '강함에 관한 자유로움이 있는 게 곧 강함'이라는 얘기를 하는 끝을 도출해 내기까지 좀 어려웠다. 거의 막판에 나왔다. 제목은 한방이 있는 거 같은데 메시지가 한방이 없으면 안 되지 않나. 잘 정리할 수 있는 깨달음이 와야 했다"라며 "녹음하기 이틀 전쯤에 나온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는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책 '마지막 수업'에 나온 구절을 보고 쓴 곡이다. 이미 책 속 문구를 보고 많이 울었다는 김윤주는 "죽음에 대해서 워낙 가깝게 자주 생각하다 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안 죽었으면 좋겠다!' '죽지 않을게' 하는 게 엄청 큰 위로가 될 수 있겠다 깨닫고 나서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옥상달빛 가사만의 특별한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묻자, A&R 부서는 "'생활 밀착형 희비'에 대해 노래한다는 점"을 꼽았다. A&R 부서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당장 오늘의 하루, 요즘의 일주일, 올해의 행복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와닿게 들리더라. '먼 미래'보다 '오늘'에 관해 노래하는 점이 대중으로부터 가장 큰 공감을 사는 요인인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놓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었으면 하는 가사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A&R 부서 담당자 3명이 각각 다른 답을 전했다. '서른'에서는 "사랑도 일도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은 새로운 하루 속에 나란 걸 잊지 말아 줘"를, '다이빙'에서는 "매일 밤 무거운 걱정 없이 나를 위해 내일을 또 살자"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에서는 "너도 조금은 흔들리고 있다면 니가 살아있다는 이유일 거야"를 예로 들었다.
옥상달빛에게는 직접 쓴 가사와 상대가 쓴 가사 중 가장 좋아하는 가사를 물었다. 김윤주는 본인 곡으로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 박세진의 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했다. 전자는 "솔직한 마음을 꺼내는 용기" 덕분에 선택했다. 후자를 두고는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곡은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이 곡은 은근하게 얘기해 줘서 좋다. '무조건 시작해라!'가 아니어서 좋다"라고 설명했다.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박세진도 본인의 추천곡으로 소개한 곡이다. 그는 김윤주 곡으로는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를 소개했다. 전자는 "하기 전에 실패를 생각하기보다 시작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는 게 좋다"라고, 후자는 "윤주 성격이 잘 드러나 있어서 자꾸 몰입이 된다"라고 전했다.
▶ '자기소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사람'까지 |
1. '자기소개' : "그동안 우리를 부르던 말 힐링 위로" 앞으로는 옥상달빛이란 그룹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나요? 김윤주 : '유쾌하지만 진중한…'이라는 수식어도 좋을 것 같아요. 2. '다이빙' : "아름다울 수 있을까 나의 하루가" 옥상달빛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하루'는 무엇인가요? 김윤주 :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아쉬움보다는 오늘 하루의 작은 뿌듯함 같은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3. '드웨인존슨' : "드웨인 존슨 내가 닮고 싶은 이유는 누구보다 강한 아우라" 드웨인존슨 외에 또 닮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박세진 : 이효리 선배님이요. 얼마 전에 '이효리의 레드카펫'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당하고 솔직할 수 있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4.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 : "약속할게" 지금 옥상달빛이 팬들이나 청자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윤주 : 즐겁게 음악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약속 박세진 : 앞으로도 그때그때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잘 풀어내겠습니다. 5. '서른' : "사랑도 일도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것은 새로운 하루 속에 나란 걸 잊지 말아줘" 옥상달빛이 끝내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박세진 : 옥상달빛의 음악, 그리고 함께해 준 사람들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옥달의 음악도 그 음악을 만들기까지 응원해 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절대로 지금까지 음악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6. '광고' : "광고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해" 옥상달빛이 이번 앨범 '40'을 '광고'한다면 어떻게 소개하고 싶은가요? 김윤주 : 여러분, 여기 새 앨범 한번 들어보세요. 웃음과 눈물이 모두 있답니다. 듣기 전보다 기분이 나아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한번 들어보세요! 7. '스페셜 이디엇' : "걱정하지 마 조금은 특별한 거라 말할게" 각자 생각하는 나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박세진 : 직관력이라고 생각해요.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촉?'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김윤주 : 저는 차분함인 것 같아요. 8. '혼잣말' : "어떤 것도 나는 말을 하지 못했어" 평소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윤주 : 너의 좋아진 에너지가 내게도 좋은 힘을 가져다주고 있어, 고맙다! 박세진 :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 탑티어에 등극하셨습니다 ㅎㅎㅎ 9.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 "오늘은 정말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가사와 반대로 이번 앨범에서 청자가 발견해 주길 바라는 바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옥상달빛 : 옥달도 우리와 생각하는 게 비슷하구나. 이런 고민을 이런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 공감이 발견되면 좋을 것 같아요. 10. '시작할 수 있는 사람' : "때론 누군가를 위해 살아 어쩌면 살아야 할 이유가 필요해" 옥상달빛에게 '살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세진 : 노래에서는 이유가 필요하다는 부분과 바로 이어져 나오는 가사가 '어떤 이유보다 더 넌 중요한 사람'인데요. 살다 보면 때때로 어떤 이유 때문에라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보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주어진 삶에서 자신을 알아가고 나를 위해 사는 게 살아야 할 이유라면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