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가장 윗줄을 차지한 '올 프로듀스드 바이(All Produced by 옥상달빛'이란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옥상달빛은 작사·작곡·가창자이자 총괄 프로듀서로 '40'을 만들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는 질문을 치열하게 파고든 옥상달빛은 마흔이 된 현재에 초점을 맞췄다.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이번 앨범에 20대부터 함께 노래한 김윤주와 박세진의 '성숙'과 '성장'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CBS노컷뉴스는 중심점을 잡고 앨범을 이루는 모든 것에 관여한, '프로듀서' 옥상달빛에게 정규 3집 '40' 제작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대면 인터뷰를 했고, 추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옥상달빛이 데뷔한 2010년에서 14년이 흐른 지금, 정규앨범은 과거보다 더 '내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노래의 유행도 빨라졌고, 아예 음악을 듣지 않는 층도 늘어났으며, 미니앨범이나 싱글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원인이 겹친 탓이다. 그래도 옥상달빛은 정규앨범을 냈다. 11곡을 꽉꽉 채워서.
박세진은 "정규앨범 안 낸 지가 10년이 넘었더라. 말씀하신 대로 정규앨범을 많이 내는 추세도 아니고, 곡 단위로 따로 좀 쪼개서 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안 한 건 아니다. 회사에서는 그런 식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10년 쉰 건 너무하다는 (둘의) 공통된 생각에 돌아왔는데 잘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 프로듀스드'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하는 것인지 질문하니, 김윤주는 "앨범을 무슨 이야기로 시작할까, 앨범 제목 정하고, 곡을 쓰고, 편곡자를 찾고, 편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수정을 하고, 노래 서로 봐 주기도 하고 믹스와 마스터할 때도 편곡자들이랑 같이 의견을 나누고… 그래서 마스터까지 완성하는 것. 이 음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프로듀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앨범이 뭘 얘기하려고 하는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박세진은 '중심'에 서서 앨범의 모든 것에 '관여'하기에 옥상달빛이 프로듀서라고 설명했다. 아델, 칸예 웨스트 등의 앨범을 제작한,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프로듀서로 꼽히는 릭 루빈(Frederick Jay "Rick" Rubin)의 예를 들면서. 박세진은 "릭 루빈은 음악을 할 줄 모르지만 프로듀서로 명반을 많이 만들었다"라며 "중심점을 아는 게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 안에 우리가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로듀서가 맞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옮긴 첫 번째 트랙 '옥탑라됴6'을 뺀 10곡은 모두 별도의 편곡자가 있다. '자기소개'는 장들레, '다이빙'은 양영호, '드웨인존슨' '서른' '시작할 수 있는 사람' 세 곡은 우재(WOOJAE)와 이재성,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는 윤석철, '광고'와 '스페셜 이디엇'은 칠리(chilly), 혼잣말'은 길라(Gila),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는 장성일이 편곡했다.
직접 가사와 멜로디를 쓴 노래가 '편곡'을 거쳐 많이 바뀌었을까. 김윤주는 "이건 이랬으면 좋겠다고 어느 정도 부탁을 하긴 한다"라면서도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는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이었다"라고 전했다. 박세진은 "'드웨인 존슨'이 그렇게 나올지 몰랐다. 예상을 벗어난 편곡이었다"라고 말했다.
'드웨인 존슨'을 "쓸 때부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잘 모르겠던 곡"이라고 운을 뗀 박세진은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지 일단 나는 그림이 안 그려져서 1절까지 만들어서 보내줬는데 너무 깜짝 놀랐다. 그냥 곡을 살려준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옥상달빛의 내레이션이 담긴 '옥탑라됴6'부터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시작할 수 있는 사람'까지 11곡이 '40'에 실렸다. 곡 순서를 짤 때 가장 까다로웠던 곡은 뭐였을까. 9번 트랙인 '혼잣말'이었다. "좀 튀는 곡"(박세진)이었기 때문이다. 박세진은 "튀는 노래라 (앨범에서) 빼고 따로 내야 하나 생각했는데 넣길 잘한 것 같다. 정규라서 넣을 수 있는 노래 같기도 하다. 위치를 잘 찾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윤주도 "너무 다른 음악들과 달라서 얘를 빼야 하나, 생각했다. 여기(9번 트랙)가 제일 나은 것 같다, 그 정도로 우리가 만족하자 했는데 좀 튀어도 (청자가) 그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거들었다. '혼잣말'의 어떤 점이 '튀는' 것인지 묻자, 김윤주는 "갑자기 사랑 얘기? 이런 얘기를 하긴 했다. 저희가 사랑 노래가 별로 없다"라고 답했다.
타이틀곡은 3번 트랙 '다이빙'과 11번 트랙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다이빙'은 김윤주가,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박세진이 각각 작사·작곡했다. '다이빙'은 박세진에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김윤주에게 각각 소개를 부탁했다.
"시작할 수 있는 걸 어려워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게 지금도 그런 건지 예전에 그랬던 건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시작하는 걸 되게 어려워하고, 특히나 나이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잖아요. 뭔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할 거 같은 기분도 들고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도 어떤 운동을 시작했는데 빨리 거기서 결과를 봐야 하니까 마음이 부족해져서 오히려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시작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거, 그중 하나만 해도 너는 시작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어서, 부르면서 되게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뭔가를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언제든 그게 되게 작은 거라도 시작하는 데에 부담감을 내려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윤주)
'다이빙'은 드럼, 베이스, 두 대의 기타, 바이올린, 비올라, 트롬본 연주가 들어갔다.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럼, 베이스, 피아노, 기타, 퍼커션, 비올라, 바이올린, 첼로와 스트링 연주가 들어갔다.
'리얼 악기'를 써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았냐고 물으니, 김윤주는 "많이 든다"라면서도 "그만큼 좋은 앨범이 나올 수 있다면 행사 하나 더 하고 두 개 더해서 앨범에 쓴 돈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주자들의 음악을 듣는 건 진짜 행복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 녹음 과정에서 보컬 디렉팅, 믹싱, 마스터링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질문했다. 김윤주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0'이라는 제목에 맞게 하고 싶었다.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 그런 느낌으로"라고 밝혔다. 박세진은 "노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목소리 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답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A&R 부서는 '40' 앨범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경쾌한 답을 내놨다. '40' 앨범이 옥상달빛의 디스코그래피에 어떻게 남기를 바라는지도 물었다.
"대단한 의미를 바라기보단 '60' '80' '100' 앨범이 나오는 여정 속의 한 챕터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40살 때 바라보던 시야, 그 이후의 세월이 흐른 옥상달빛이 바라보던 시야가 어떻게 달라지고 어떻게 깊어졌을지 앞으로가 기대되고 궁금합니다!" (A&R 부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