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삶 힘들어 정치 관심 못 가져…누가 나왔나?"
28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일대는 횡단보도마다 정당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가게 곳곳에서 정치 뉴스가 흘러나와 총선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러나 거리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상인들은 대부분 총선 이야기를 꺼내자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0대·여)씨는 "고물가로 손님이 없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사실 지금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 정치는 매번 탁상공론 같을 때가 많고, 정치인들의 말은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느낀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사람이 바뀐다고 우리 생활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지만, 선거 홍보물이 오면 읽어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덧붙였다.
30년 경력 채소가게 주인 김모(60대·남)씨는 "그간 이곳을 거쳐 간 정치인들 가운데 티가 날 정도로 구민을 위해 일한 사람은 없었고, 일을 잘 한 사람도 없었다"라며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보다 경제를 강조하는 후보를 뽑고 싶지만, 어떤 후보가 나왔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부암동 주민인 상인 김모(60대·여)씨는 "서은숙 찍어야지. 같은 동네 사람인데"라며 "서 후보는 구청장 할 때 시장에 아케이드도 설치하고, 소상공인 관련 사업 있으면 먼저 구청에서 연락도 주고 상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려고 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성국 후보에 대해서는 "학교 선생님 하다가 나왔다는 것만 안다"고 언급했다.
부전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조모(60대·남)씨는 "서은숙 후보는 안 찍을 거다. 구청장 하면서 표를 많이 잃었다. 부전도서관 개발이나 도심 재개발 전부 엉망진창이다"라며 "직전 구청장 선거에서도 떨어지지 않았나. 그 정도로 인기가 없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서 후보랑 붙는 사람은 누구냐.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서병수(현직 지역구 의원)는 잘 안다"라고 말했다.
정당·인물 3연속 교체…이재명 vs 한동훈 대리전 결과는?
부산진구갑은 제14대부터 제19대 총선까지는 보수정당 후보가 승리한 '보수 텃밭'이었다. 201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나성린 후보가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김영춘 후보를 3.79%p 차이로 꺾고 승리했다.이번 제22대 총선에서는 양당 모두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나서는 '총선 신인' 후보를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진구청장을 지낸 서은숙 최고위원을 단수공천했다. 국민의힘은 현역 서병수 의원을 험지인 북구갑으로 차출했고, 이 자리에는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을 전략 공천했다.
민주당 서은숙 후보는 최고위원과 부산시당위원장 등 현재 당내에서 굵직한 보직을 두루 맡고 있다. 부산진구에서 두 차례 구의원을 지낸 뒤 부산진구청장을 역임하며 지역 사정에 밝고 인지도가 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유권자에게 수십 년간 부산진구에 뿌리를 두고 정치 경험을 쌓아왔음을 적극 강조한다. 공약으로는 소상공인 지원 특별법 제정과 동서·부암고가로 철거 등을 내세우고 있다.
서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명한 최고위원이라는 점에서 대표적인 원외 '친명' 인사다. 정 후보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최초로 영입한 '1호 영입 인재'다. 이 때문에 부산진갑 선거는 '이재명 대 한동훈' 대리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남일재 동서대 사회과학대학 특임교수는 "부산진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현재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현재 중앙에서 불거진 여러 갈등이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두 후보가 서로 정치적으로 공격하기보단 지역에 밀착해 주민들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런 화두를 누가 먼저 던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현재 지역 내 공약이나 인물 대결로 차별화를 꾀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유권자들은 마음을 이미 정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부동층이 어디로 가느냐, 투표율이 어디까지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