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해가는 미국의 가상 도시 바카베일에서 '토끼장'(Rabbit Hutch)이라고 불리는 낡은 저가 아파트에 사는 열여덟 살 소녀 블랜딘 왓킨스는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나이 제한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내몰린다.
가톨릭 여성 신비주의자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호기심을 느낀 블랜딘은 우연히 영혼이 몸을 빠져나오는 신비한 경험을 접한다.
그녀와 한 집에 사는 3명의 10대 소년들의 기이한 비밀의식,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상한 주민들의 기행 속에 그 주변인들의 운명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얽히고설키며 전개된다. 현대 사회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극명하게 포착해낸 이 소설은 외로움과 갈망, 고립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찬란할 때도 있고 우스울 때도 있으며 심지어는 섬뜩하고 폭력적일 때도 있는 기이한 행위들을 하는 이유는 갑갑한 부조리에 그렇게 하지 않고는 이 현실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중 그 누군가는 나일 수도, 매일 집에서 마주치지만 정작 대화는 별로 나누지 않는 내 가족일 수도, SNS에서 무심코 지나친 게시글의 작성자일 수도 있다.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의 연약함과 부조리 앞에 초현실주의와 풍자를 긁어내고 나면 삶의 의미에 대한 저자의 실용적인 통찰을 찾을 수 있다. 이 소설은 2022년 미 전미도서상(내서널북어워드) 소설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테스 건티 지음 |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4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