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회심의 카드로 '국회 완전 세종行'…파괴력 '미지수'

한동훈 "국회 완전 세종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 종식"
"행정비효율 해소, 국가균형발전 촉진, 지역 활성화 가능"
과거 야권이 먼저 꺼냈던 이슈 반복, '위헌' 소지도
與 "균형발전 필요성↑ 헌재 판단 바뀔 것…필요 시 개헌"
'정치개혁·균형발전' 당위로 '외연확장' 노리지만, 심판론 대항 효과는 '미지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를 완전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를 하루 앞둔 27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 완전한 세종 이동을 공약했다. 국토균형발전과 정치 개혁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외연 확장을 노리는 포석으로, 국민의힘 내에서 한 달 이상 준비해 온 '회심의 카드'였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실제 표심에 미칠 영향력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韓 "국회 세종行으로 여의도 정치 종식…서울은 개발 제한 해제"



한 비대위원장은 27일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고, 여의도와 그 주변 등 서울의 개발 제한을 풀어서 서울의 개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건립 절차가 진행 중인 국회세종의사당으로는 전체 17개 상임위 중 12개,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등이 이전될 예정인데, 한 비대위원장의 공약은 본회의장, 국회의장실 등 중추적인 기능을 포함해 국회 전체를 세종으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금의 계획대로 하면 세종시에서 상임위 활동을 마치고, 본회의 표결을 위해 서울로 이동해야 하고, 부처 장·차관이나 공무원도 서울과 세종을 더 자주 왔다갔다 해야 한다"며 "완전한 국회의 세종 이전은 행정비효율 해소, 국가균형발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 비대위원장은 "완전한 국회 세종 이전과 함께 국회에 뿌리깊은 불신을 만들어 낸 여의도 정치문화를 청산하고 동료시민과 함께하는 신뢰와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겠다"며 "4월 10일은 여의도정치를 끝내는 날, 미래정치를 시작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공약은 장동혁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달 이상 법리적·행정적 검토를 거쳐 준비된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한 비대위원장은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세비 반납 등 정치 개혁 이슈를 제기해왔다. 이러한 정치 개혁 의제의 마지막 단추이자 지역균형발전의 한 축으로 국회의 세종 완전 이전을 내세운 것이다.
 

야권 논리 반복에 위헌 논란도…與 "여야 이견 없어, 필요 시 개헌" 

국회의 세종 이전 논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 이후, 야권에서 주도해 온 이슈이다.
 
국회 세종 분원 설치 논의는 지난 2012년 초대 세종시장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이춘희 의원이 처음으로 공약했고, 국회의 완전한 세종 이전 논의는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론화한 바 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며 "행정수도 완성은 국토균형발전과 지역의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 전략"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비대위원장의 설명과 유사한데, 한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서는 "하나씩 하자"라며 "추후 선택할 문제이고 저희가 지금 말할 단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기 때문에 김 원내대표의 주장보다는 후퇴한 셈이다.
 
연합뉴스

국회의 완전한 이동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은 불안한 요소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 국회와 대통령 등 헌법기관의 소재지는 수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수도의 위치는 실질적 헌법사항이므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국회나 청와대가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로 이전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결정이다.
 
여야가 지난 2021년 협의를 거쳐 세종에 국회 '분원'을 두고 일부 기능만 이전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위헌 소지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여권에서는 헌재의 결정이 20년 전의 일이고, 그 이후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진 만큼 같은 사안에 대해 헌재의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고위관계자는 "여야가 이미 국회 주요 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데 동의했고, 중앙부처·공공기관도 100곳 넘게 지역으로 옮겨가는 등 지난 20년 사이 국토균형발전의 필요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대부분의 국회 기능이 세종으로 옮겨가는 것은 위헌이 아닌데, 나머지 일부를 더 옮기는 것이 위헌이라고 한다면 형식 논리에 매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며,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여야의 이견이 클 사안이 아니므로 필요하다면 개헌을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개헌 문제가 맞물릴 수 있다고 보지만, 국회의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며 "대통령실도 세종 제2집무실이 빠르게 건립되고 가동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균형발전·정치개혁' 담론…선거 막판 판세 뒤집을 카드?



국민의힘의 의도로 보면, 이번 공약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국회 주소를 바꾼다는 차원을 넘어 균형발전과 정치개혁을 아우르는 거대 담론인 동시에, 모든 정계 이슈를 빨아들이는 개헌까지 논의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완전한 세종 이전' 카드가 야권 상승세의 핵심인 '정권심판론' 자체를 뒤집을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공약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꼭 필요하고, 가야 하는 길이라는 점은 국민들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보지만, 전국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의제로 부상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현재 난국을 타개할 만한 더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당내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공약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정진석 의원은 "명실공히 충청이 정치 행정의 중심이 돼 바야흐로 충청중심시대가 열리는 것"이라고 환영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공감을 표하며 "이참에 사법 수도도 대법원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국토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사람으로서 여전히 국회의 상징성, 의미를 높게 평가한다"며 "균형 발전, 서울시민의 삶 증진에 모두 부합하는 방향을 찾겠다. 그게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이라면, 제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올바른 정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관련해 한 비대위원장은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정책을 평가해달라"며 "지금 상태면 어정쩡하고, 고착되면 바꾸기 어려워지므로 처음부터 다 옮기는 것으로 가자고 판단했고, 결국 시민들과 국민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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