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냉탕·온탕 오간 이재명…충주에선 '몸싸움', 청주선 '환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충주 무학시장을 방문, 상인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거짓말 하지 마!"
 
지나가던 시민이 소리 지르자 연설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잠시 말을 멈췄다. 이 대표는 "충주 이 지역은 약간 (지지가) 모자라는 듯한데 여러분이 얼마나 행동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여러분이 원하는 세상이 만들어진다"며 "아주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날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험지' 충주서 李 연설 도중 일부 고성, 몸싸움에 경찰 제지

이 대표는 4·10 총선을 2주 앞둔 27일 충북 충주, 제천, 청주 일대를 찾아 시장과 상가 밀집 거리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충청권에서도 보수 세가 강해 '중원의 험지'라 불리는 충주에서 이 대표는 자신의 처가가 충주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평소처럼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충주에서 여러분이 이겨야 국민이 '반국민 세력'인 국민의힘을 이기는 거다. 꼭 이겨달라"고 강조했다.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한 지지자는 '탄핵 국회 건설'이라고 쓰인 손수건을 들고 이 대표의 말에 호응했지만, 또 다른 행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뭘 잘못했느냐"고 외쳤다. 군중들 사이에서 일부 충돌도 일어났다. 한 중년 여성이 이 대표를 향해 "경북 안동에서 제일 부끄러운 네 이놈"이라고 고성을 질렀고, 중년 남성 2명은 말싸움 끝에 주먹다짐까지 해 경찰이 제지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시민들 간 반목을 현 정부 탓으로 돌리며 "사회가 갈등과 대결의 장이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은 국민을 대결과 적대의 장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라며 "감정으로, 주먹으로, 칼로 싸우다가 나중에는 총으로 싸우는 상태까지 가며 물리적 내전 상태가 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충주 무학시장을 방문,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취재진이 현장에서 만난 몇몇 충주 시민들은 이 대표 주장에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표의 연설을 듣던 한 70대 상인은 "어느 쪽이든 다 거기서 거기 같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충주 토박이인 이모(57)씨는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만천하가 사기 친 걸 아는데 본인만 모른다"며 "선한 사람인 것처럼 가면을 쓰고 다니는 걸로 보인다"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표의 정책 공약에 대해선 "공짜로 뭘 준다는 것도 빚내서 서민들 월급에서 공제해야 하는데, 일 안 하고 돈만 주면 나라가 홀랑 망한다"고 비판했다.
 

험지지만 일부 주민들은 '정권심판' 기대 목소리

반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쪽은 정권 심판 바람이 충주까지 불어올 것을 기대하는 모양새였다. 충주에서 15년 거주한 정민기(53)씨는 "원래 충주는 고립된 느낌이었는데 고속도로와 철도가 뚫리면서 예전보다 분위기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쪽으로) 많이 좋아졌다"며 "현재 민주당 45 대 국민의힘 55 정도로 마지막까지 가봐야 한다"고 전했다.
 
충주에서 17년을 살아온 이미경(53)씨도 "십몇 년 동안 국민의힘이 지배했는데 이번엔 바뀌면 좋겠다"며 "대통령이 너무 나랏일을 안 하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도 하고 행정을 잘할 거 같은 믿음이 있어서 민주당에 의석을 많이 주면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주에선 국민의힘 3선 이종배 의원과 민주당 김경욱 후보가 맞붙는다.
 
이 대표는 이날 충주에서 민주당 주도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합동 현장 선거대책회의를 열고 '기본사회 5대 정책'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충주라는 험지에서 발표한 이유'를 묻자 "민주당이 대한민국 선거의 풍향계라고 불리는 충청 지역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중에서도 청주가 아닌 충주에서 한 건 충청에서도 더 소외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주에선 젊은 층 중심 환호성…'컷오프' 변재일도 합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상가 밀집지역을 방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이 대표가 방문한 청주에선 거리 유세 중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등 충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권 우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 대표는 청주성안길에서 "동네 골목은 말라가는데 정부가 수십조원 부자 세금은 깎아주면서 국민 1명당 25만원 주는 건 안 된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전국을 다니며 관권선거하며 한 약속을 다 지키려면 1천조원 가까이 드는데 민주당이 제안한 돈은 13조원이 안 된다"고 민주당의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동시에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번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배제)된 변재일 의원이 송재봉(청주청원) 후보를 응원하러 오면서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변 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윤 대통령이 그간 추진한 정책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윤 대통령의 정책이 확실히 옳은지 그른지 심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번 민주당 공천은 시끄럽기는 했는데 변화를 주면 소리가 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면서 "변 의원은 뛰어난 역량으로 지역, 국가 발전에 큰일을 했고 개인적으로 아깝지만 이번 공천 과정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당의 입장을 이해하고 민주당과 국민의 승리를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해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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