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버스'(Monsterverse·레전더리 픽처스와 워너브라더스가 기획한 몬스터 영화 시리즈이자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괴수(Monster)+세계관(Universe)'이란 의미)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큰 것들이 나와서 다 때려 부수는 것. 몬스터버스의 다섯 번째 시리즈 '고질라 × 콩: 뉴 엠파이어'는 그 길을 똑바로 걸어 나가는 동시에 '치아 건강'과 '풀충전'(Full+충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고질라 VS 콩, 두 타이탄의 전설적인 대결 이후 할로우 어스(타이탄들이 살아가는 새로운 생태계)에 남은 콩은 드디어 애타게 찾던 동족을 발견한다. 하지만 콩은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예상치 못한 위협에 맞닥뜨린다.
한편 깊은 동면에 빠진 고질라는 알 수 없는 신호로 인해 깨어나고, 푸른 눈의 폭군 스카 킹의 지배 아래 위기에 처한 할로우 어스를 마주하게 된다. 할로우 어스는 물론 지구상에도 출몰해 전 세계를 초토화시키는 타이탄들의 도발 속에서, 고질라와 콩은 사상 처음으로 한 팀을 이뤄 반격에 나선다.
공포영화를 통해 두각을 드러냈던 애덤 윈가드 감독은 전편 '고질라 VS. 콩'에 이어 다시 한번 몬스터버스 시리즈 연출로 돌아왔다.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몬스터버스 시리즈의 주인공은 타이탄(몬스터버스 세계관에서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지구를 지배한 초거대 생명체)이다.
그리고 거대한 유니버스의 중심 이야기는 역시 큰 것들이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때려 부수느냐다. 과연 복구하는 데는 얼마의 예산과 인력, 시간이 투입될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타이탄들이 와장창 때려 부수고 다니는 것을 구경하는 재미, 그게 바로 몬스터버스 시리즈의 최대 관전 포인트이자 매력이다.
그러나 약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크어어어!' 내지 '우우!' 정도로 들리는 해석 불가능한 타이탄의 언어로만 진행할 경우, 표정으로만 그들의 속내를 짐작하며 이야기를 따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를 위해 감독은 타이탄과 인간 사이 관계와 이야기에도 신경을 썼다.
그러면서도 몬스터버스 시리즈가 가야 할 길, 즉 큰 것들끼리의 박투와 때려 부수기를 잊지 않았다. 고질라와 콩 등 괴수 타이탄에 대한 진입장벽이 없는 관객이라면 적당한 스토리와 유머까지 즐기며 볼 수 있는 '팝콘 무비'로 완성됐다.
'마석콩'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타이탄계 마석도인 콩은 이번 영화에서 건틀릿을 착용하며 '아이언콩'으로 거듭난 후 무협 고수처럼 채찍 무기를 휘두르는 스카 킹을 상대로 결전을 펼친다. 그러나 스카 킹과 그들의 부대를 콩 혼자 감당할 수 없기에 특별한 지원군을 부른다. 바로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고질라다.
이 힙하고 메탈릭한 두 타이탄이 할로우 어스를 위해 잠시 휴전협정을 맺는다. 그리고 팀을 이뤄 스카 킹과 그들의 무리, 그리고 스카 킹에 의해 조종당하는 엘사 못지않은 아이스 계열 능력자 시모에 맞선다. 물론 둘의 팀업 과정은 순탄치 않고, 이 과정에서 지구상의 명소들이 산산조각난다. 바로 몬스터버스의 존재 이유다.
영화는 비록 고질라와 타이탄의 언어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만생공통(萬生共通)의 이슈로 공감대를 끌어낸다. 바로 '치통'과 '풀충전'이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치통은 통한다고, 콩의 치통 이슈는 스카 킹과의 대결에서도 드러난다.
발치 후 강력한 임플란트를 통해 건치로 거듭난 콩은 자신의 임플란트를 무시한 스카 킹의 부실 치아를 날려줌으로써 다시 한번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핑크 에너지로 풀충전한 후 '핑크 전사'로 거듭난 고질라 역시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게 낫다고, 위기 상황을 대비해 모자람 없이 충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다시 한번 몬스터버스 시리즈로 돌아온 애덤 윈가드 감독은 잭 스나이더식 슬로우모션 저리 가라는 슬로우모션을 선보이며 고질라와 콩의 액션에 다이내믹함을 더했다. 전작 '고질라 VS. 콩'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큰 것들이 등장해 사정없이 모든 것을 박살 내는 액션의 쾌감에 집중한다. 이로써 몬스터버스 시리즈가 가야 할 길을 증명한 셈이다.
115분 상영, 3월 27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