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살인' 정유정, 항소심도 무기징역 선고

法, 검찰 사형 구형 받아들이지 않아
재판부 "사형은 극히 예외적 형벌"
"성장환경 등 범행에 상당 영향" 판단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4). 연합뉴스

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이재욱 판사)는 27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원심과 같은 형량인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26일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A(20대·여)씨의 집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경남 한 공원에 유기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정씨는 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1심에서 인정한 주요 범죄 사실과 증거, 법령 적용 등은 항소심도 모두 같았다. 
 
재판부는 우선 "피고인은 평탄하지 않은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가족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실망과 분노, 부정적 감정을 상당 기간 쌓아왔다. 이를 해소하지 못해 점차 파괴적 행동에 몰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좌절감과 분노, 충동감과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비정상적 욕구가 합쳐져 살인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범행대상을 신중하게 물색했고,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할 것까지 계획해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물론 다른 층에서 내려 피해자 집으로 향하는 등 매우 치밀하고 철저한 준비행위를 거쳤다"고 명시했다.
 
이어 "피해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교복을 입고 방문했고, 100차례 넘도록 흉기를 휘두르거나 찌르는 등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이후 신체를 절단하고 이를 캐리어에 담아 유기까지 했다"며 "가학성과 잔혹성이 드러나며, 이는 다른 살인 범죄와 비교해 더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는 평온하고 안전해야 할 자신의 주거지에서 생명을 잃었고, 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 유족은 허망하게 가족을 잃어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피고인에 대한 극형을 탄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사형 선고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살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 선고할 때는 양형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하게 심리해 정당화될 수 있는 사정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에 한해서만 선고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평탄하지 못한 성장환경이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정당화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피고인에게 개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고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을 응시하던 정유정은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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