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14일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은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원톱' 체제의 피로감이 완연한 기색이다. 이대로 홀로 총선 승패를 짊어지기엔 리더십이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눈에 보이는 단적인 사례는 공동선대위원장들의 일정이다. 나경원·안철수·원희룡 등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선거 책임자들은 각자의 선거구 운동에 매진하느라 중앙 이슈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선대위의 주요 기능인 이른바 '공중전'이 정지되고, 화력의 대부분을 한 비대위원장 홀로 담당하고 있다.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 출마자들 사이에선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친 지 오래다. 이 같은 비명에 따라 '이종섭·황상무 사태' 당시 한 위원장이 총대를 멨지만, 그 약발도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또 이슈파이팅 측면에서도 야권에 크게 밀리는 모양새다.
'저출생' 대책을 비롯해 매일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신당의 '정권심판론' 협공에 밀려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력'에서 밀리다 보니 한 위원장이 '이미지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결국 '대체 스피커'의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정작 한 위원장은 크게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공식적으로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대위원장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적 무게감에서 한계가 뚜렷한 인사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까진 그럴 수 있다 싶은데, '이재명 비난' 외에 국민에게 자신만의 대안이나 청사진, 국정철학을 대체 뭐라고 납득시키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날을 세웠다. "말로 하는 정치에 한계가 온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에 후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한 수도권 지역 출마자는 "지역구 후보들은 철저히 중앙과 선을 긋고 인물론, 지역발전론 등으로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 위원장에 대해선 "정치적 철학과 경험이 취약한 상태에서 처음엔 바짝 인기가 올랐다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짤막하게 평가했다.
때문에 한 위원장 홀로 지휘하는 체제를 깨고 권한과 역할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스피커' 역할을 해줄 인사를 찾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당 일각에서 비윤계(非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스피커' 다변화 필요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도층·수도권·청년층에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의 등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서울권역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성태 전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유 전 의원 역할론에 대한 질문에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면 누구든 가려서는 안 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유 전 대표는 개혁보수의 목소리도 일정 부분 담고 있는 보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의 입에 모든 선거 전략이나 메시지, 콘텐츠 등이 다 담겨 있다. 한 위원장이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유승민 역할론'에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역할론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제가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라고 잘라 말했다.
당내에서도 유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그간 꾸준히 대립각을 세워온 만큼 선대위 합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이에 한 위원장과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인요한 선대위원장을 아울러 '투톱'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타당인 국민의미래 후보자로서, 공직선거법상 다른 당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당내 또 다른 관계자는 "인 위원장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를 신청했을 때부터 이미 혁신위원장으로서 쌓아온, '투박하지만 욕심 내려놓고 할 말 다 하는' 이미지를 스스로 부정한 것 아닌가"라며 "결과적으로는 한 위원장과 인 위원장의 '1+1'이 2가 채 안 되는 값으로 나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