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학교가 무도대학 동양무예학과내 국내·외 유일의 특화된 전공 과목의 폐과(廢科)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폐과를 앞두고 있는 전공 과목은 지난 2001년 개설된 '택견'으로, 관련 교수진과 전공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폐과를 밀어 붙이고 있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학교 측을 상대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택견 전공 폐과 소식을 접한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인 대한택견회와 관련 단체들도 폐과 저지에 나서거나 준비 중에 있는 등 폐과 문제가 외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한택견회는 폐과 제고를 위한 용인대 총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으며, 택견회 산하 17개 시·도택견회와 택견 전공 동문회 등은 택견 폐과 반대 성명 및 입장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용인대의 2025·2026학년도 단과 대학 및 학과 조정(안) 등에 따르면 올해 15명의 신입생이 입학한 택견 전공 과목은 내년에는 5명, 2026년에는 0명으로 신입생 정원 조정이 추진된다. 동양무예학과내 용무도 전공 역시 2026년 0명 충원이 추진됐으나 택견 전공과 달리 폐과를 철회하고 감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유일하게 폐과가 추진 중인 택견 전공은 올해 대비 내년에는 66%, 2026년에는 100% 정원을 감원하는 셈이다. 해당 조정안 시행 시 2026년 이전 택견 전공 입학생들이 모두 졸업하면 이 전공 과목은 폐과한다.
"레슬링, 씨름, 복싱 전공 신입생 정원은 동결 및 증원, 형평성 문제있다"
용인대는 지난 5일 미래경쟁력강화위원회를 개최, 택견 전공 폐과에 대한 내용을 구성원 등에게 알렸다. 이후 조임형 무도대학장은 총장을 면담, 폐과 철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16일 기획조정위원회를 열어 택견 폐과를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같은 사정이 알려지자 택견 전공 학생 등 구성원 상당수는 '(학교가) 학생의견 수렴 및 관련 소통 없이 일방적 폐과를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5300여 명 재학생 중 67%에 달하는 3600여 명이 택견 전공 폐과 반대에 서명을 한 상황이다. 또 학내 집회를 비롯 학교 측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의 신청서를 통해 '학교가 모집 정원 조정안을 통해 사범 계열, 의료 계열, 특성화 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별 일괄 10%, 15% 조정한다는 동일 조정 기준을 두었음에도 불구, 택견 전공과 달리 무도스포츠 학과의 레슬링, 씨름, 복싱 전공의 모집 정원은 내년 동결, 2026년 증원하는 방침을 세운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2022년 대학 자체 평가 결과 택견 전공 과목이 포함된 동양무예학과는 취업률, 정원내 재학생 충원율, 중도 탈락률, 입시 경쟁률 등 11개의 평가 항목을 종합하면 29개 학과 중 18위로 평가받은 반면 레슬링, 씨름, 복싱 전공 등이 포함된 무도스포츠학과는 28위를 받았음에도 감원이 없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택견 전공의 경우 입시 경쟁률을 제외한 평가 결과에서 하위 20%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폐과를 통보 받은 것은 '학사 구조 개편 및 학과 정원 조정에 관한 규정(제5장 제17조 1항)'을 위배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택견 전공 구성원들 "교수노조 탄압·현대판 민족문화말살·전통문화계승 대학 맞나"
특히 택견 전공 폐과 추진이 교수 노조 탄압과 관련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사립대 교수 노동조합 용인대지회는 지난 2월 27일 학교 측이 최초 발표한 '2025·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 정원 조정안'에 대해 이달 5일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특성화 전략에 맞게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것 외에도 부학장 제도 반대, 기숙사 장소 변경에 대한 문제점 등을 공표한 바 있다.
교수 노조 용인대지회 사무총장 직은 장경태 택견 전공 교수가 맡고 있다. 장 교수는 "교수 노조의 학교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 공표 후 유독 택견 전공만 폐과가 결정됐다. 합리적으로 노조 탄압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유의 전통 무술 택견 전공 폐과 추진에 대해 학생들은 '현대판 민족문화말살 정책' 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또 구성원 대다수는 전통문화 계승 취지의 헌법 전문의 내용에도 배치되는 처사로 판단하고 있다. 전통문화 계승 대학임을 자부하는 학교가 24년간 지속된 택견 전공을 폐과하는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택견회 산하 17개 시·도택견회, 용인대 택견 전공 동문회 등 택견 전공 폐과 반대 입장발표 예고
용인대의 택견 전공 폐과 문제에 대해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인 대한택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택견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한진수 총장 면담을 요청 했으나 용인대는 '학과 폐지 건이라면 면담을 하지 않겠다'며 면담을 거절한 상황이다.
지난 20일에는 이일재 대한택견회장이 직접 용인대를 방문해 총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불발됐고, 정용기 부총장에게 택견 전공 폐과 제고를 요청했다. 택견회 산하 17개 시·도 택견회와 용인대 택견 전공 동문회도 택견 전공 폐과 반대 성명과 입장 발표를 준비 중에 있는 등 택견 전공 폐과 저지 운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일재 대한택견회장은 "올해부터 전국체전 택견 종목에 고등부가 신설돼 용인대 입시에 변화가 생겼고, 택견이 태권도 이후 국내 고유 종목 중 최초로 인도올림픽위원회 가입에 성공 하면서 해외 선수들이 세계 유일 택견 전공생을 육성하는 용인대 유학에 관심을 보이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 하루 아침에 폐과한다니, 충격적이다. 용인대에 폐과 제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성현 용인대 택견 전공 동문회장은 "용인대에서 제시한 전공 폐지 사유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왜 택견만 콕 찝어 폐과를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학교가 마음 먹으면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폐과를 결정할 수 있는지 의문" 이라고 주장했다.
용인대는 이날 오후 3시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개최, 택견 전공 폐과 등을 사실상 최종 결정한다. 이번 주중 이와 관련한 이사회가 열린다. 학과 조정안을 총괄한 정용기 용인대 부총장은 CBS노컷뉴스의 관련 취재에 "(택견 전공 폐과 문제는) 진행 중인 사항으로, 언론 대응은 대외협력실 소관이다. (폐과 문제에 대해) 바로 답변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택견 전공 폐과 추진 경위에 대해 용인대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택견 전공 페과가) 최종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전공 학생들과 마지막 대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보다 나중에 답변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한다. 조금 더 윤곽이 나온 후 학교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 양해 바란다"고 해명했다.
용인대는 1953년 '대한유도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 체육계열 특화 대학으로 유명하다. 교내에 체육계열 단과대학 2개(체육과학대학, 무도대학)가 있다. 이는 4년제 종합 대학 중 유일하다. 올림픽 및 세계 대회에서 메달리스트를 다수 배출한 학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