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구장은 '괴물'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다. 류현진은 2006년 4월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압도적인 호투로 데뷔 첫 승리를 따냈다. 이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로 떠나기 전까지 LG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통산 맞대결 성적은 22승 8패 평균자책점 2.36이었다.
류현진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복귀전 무대는 개막전, 상대는 LG였다. 류현진이 23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시즌 KBO 리그 등판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야구장은 "류현진, 류현진"을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LG는 차분하게 LG의 천적을 대비했다. 왼손 선발투수를 상대하는 날 라인업에 포함된 9명 중 박동원과 오스틴을 제외한 7명이 왼손 타자였다. 염경엽 감독은 "작년에 만들어진 우리의 라인업"이라고 소개했다. 작년은 LG가 29년 만에 우승의 한을 푼 해다.
일반적으로 왼손 투수는 왼손 타자에게 강하다고 한다. 류현진은 강력한 직구와 체인지업이 있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도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좌타자 7명 배치는 다소 의외였다.
염경엽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 초반 작전 시도를 줄이고 타자들에게 맡기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우리는 공격적인 게 우선이다. 우리 타자들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타자들이 각자 공략 포인트를 잡아놓고 타격에 임하기를 기대했다. "류현진은 제구력을 갖춘 투수라 스트라이크존 양쪽을 모두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쪽을 버리고 한쪽을 노려서 그 부분을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가 중요하다. 선수 개개인에 맞춰 자신이 잘하는 쪽에 집중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의 좌타 군단은 LG의 천적을 무너뜨렸다.
2회말 1사 후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후에는 오른손 타자 박동원이 류현진에게서 첫 안타를 뽑았고 이어 좌타 라인이 류현진을 흔들었다. 문성주가 내야안타를, 신민재가 2타점 좌전안타를 쳤다.
3회말 김현수가 볼넷을 기록했고 4회말 2사 후에는 문성주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신민재는 평범한 2루 앞 땅볼에 그쳤으나 한화 2루수 문현빈의 실책으로 기사회생했다. 이닝을 끝낼 기회를 놓친 대가는 한화와 류현진에게 크게 돌아왔다.
왼손타자로 구성된 LG의 1~3번 라인이 힘을 냈다. 박해민이 중견수 방면으로 잘 맞은 1타점 중전안타를 때렸다. 박해민이 도루에 성공한 후 홍창기가 2타점 적시타를 쳤다. 김현수까지 안타로 출루하자 한화는 류현진을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의 성적으로 12년 만의 KBO 리그 복귀전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