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만원 관중의 사퇴 촉구에도 시종일관 침묵

한국-태국전 관람하는 정몽규 회장. 연합뉴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만원 관중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태국과 졸전 끝 1대1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인 한국이 79계단 아래인 101위 태국과 무승부를 거둔 것은 굴욕적인 결과다.

이날 경기장에는 6만4912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후 첫 A매치였던 만큼 축구 팬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최근 한국 축구는 '탁구 게이트', '카드 게이트' 등 거듭된 사건과 추문에 휩싸였으나 팬들은 변함없는 사랑을 보냈다.

그만큼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컸을 터. 하지만 팬들은 선수들을 향한 야유가 아닌 뜨거운 환호성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사실상 선수들이 온전한 경기력을 보여주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각종 논란 속 경기에 나선 만큼 제 실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축구협회 규탄, 관중석 현수막 시위. 연합뉴스
대신 정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빗발쳤다. 팬들은 경기 전 '정몽규의 몽청 행위 규탄한다', 'KFA는 정몽규의 소유물 X', '정몽규가 있는 축협에는 미래가 없다' 등의 플래카드를 꺼내든 데 이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정몽규 나가"라고 외쳤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정 회장은 모든 장면을 직접 지켜봤다.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이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탁구 게이트'의 중심에 섰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전날(20일) 태국전 대비 최종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서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에 팬들은 이강인이 경기장에 들어서자 박수 갈채를 보내며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강인의 자발적인 사과였다. 그런데 정작 모든 사건의 책임자인 정 회장의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마치 이강인이 협회의 대변인이 된 것 같은 참담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니다. 정 회장은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 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발표 자리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이외에는 늘 커튼 뒤에 숨는 비겁한 행보를 보였다.

정몽규 축구협회장 규탄하는 축구팬들.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도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정 회장은 원칙과 시스템을 무시하고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그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선임 과정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의혹을 풀기에는 설명이 턱없이 부족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임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지난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독일)을 맡았지만 단 10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바 있다. 당시 구단과 상의 없이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사퇴를 발표하는 등 기행을 벌였다.

그 결과 아시안컵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이 드러났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 등 역대 최고 전력을 앞세웠지만 선수단 관리 실패, 전술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며 64년 만의 우승에 실패했다.

이후 '탁구 게이트', '카드 게이트' 등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도 정 회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협회의 공식 입장문만 발표됐고, 정 회장은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선수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현명한 축구 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협회로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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