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개최되는 202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유치를 놓고 경주와 인천, 제주 등 후보 도시들이 저마다의 강점을 부각하며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보 도시 중 하나인 부산은 다른 도시들과 달리 조용한 유치전을 전개하고 있는데, 2030엑스포 유치 실패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국내에서 열리는 가운데 외교부는 상반기 중 개최 도시를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주와 부산, 인천, 제주(가나다순) 등 4개 도시가 APEC 정상회의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개최지 결정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 도시는 도시 대내외적으로 유치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후보 도시 중 유일하게 기초단체 차원에서 도전하고 있는 경주는 세계문화유산이 집적된 도시라는 점을 내세우며 전방위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APEC 유치추진단을 중심으로 각종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는 한편 APEC 유치 염원을 랩핑한 시내버스가 도심 곳곳을 다니며 열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시 공무원들에게 APEC 유치를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며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인천의 의지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2월 범시민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킨 인천시는 100만 서명운동과 해외 저명인사의 APEC 특강 등을 통해 유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인천은 공항과 호텔, 컨벤션센터 등 인프라와 함께 2014 아시아경기대회, 2018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세계포럼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5년 APEC 정상회의 유치전에서 부산에 밀려 고배를 마신 제주도 다시 도전장을 내놨다. 최근에는 25개국 주한대사를 제주로 초청해 APEC 유치 홍보를 하는가 하면 제주상의에서는 정치권을 상대로 APEC 유치를 총선 공약화하라며 힘을 보탰다.
특히, 지난해 말 총사업비 880억원에 달하는 '제주 마이스 다목적 복합시설'을 착공한 것은 APEC 유치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타 후보 도시들의 적극적인 유치 행보와 비교하면 부산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유치전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현재 부산연구원에 의뢰해 나온 APEC 정상회의 관련 용역 결과를 토대로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타 시도와 달리 유치 캠페인 등 외부적인 유치 활동보다는 내부적인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시 안팎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난해 2030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한다. 엑스포 유치 결과 발표 이전에는 시의 역량을 엑스포에 쏟아부었고, 발표 이후에는 연이은 국제행사 도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다 부산시가 시민 여론을 토대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2035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둘러싼 공론화 과정을 앞두고 있는 것도 APEC 정상회의 유치전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아직 외교부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선정과 관련한 공식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아 실무적인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2030엑스포 유치전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상황"이라며 "현재는 외교부에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아 내부적인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경험과 회의가 열린 누리마루APEC하우스 등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부산만의 차별화된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외교부의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이 부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준비 기간이 촉박할 경우 경험과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부산의 강점이 보다 부각될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