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생인 주민규는 3월 A매치 명단 발표일 기준 33세 333일의 나이로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령 첫 국가대표 발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8년 10월 32세 131일의 나이로 처음 발탁된 송정현(당시 전남 드래곤즈)이다.
그리고 주민규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에 선발 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A매치 데뷔전 역시 33세 343일로 역대 최고령이다.
종전 기록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튀르키예와 예선전에 처음 출전한 고(故) 한창화(32세 168일)다. 주민규는 이날 무려 70년 만에 한국 축구대표팀 역대 최고령 선발 출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주민규의 A매치 데뷔전은 아쉽게 데뷔골 없이 후반 17분 홍현석(헨트)와 교체되며 마무리됐다. 팀은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주민규에겐 평생 잊지 못할 하루였다. 그토록 갈망했던 태극마크의 꿈을 이룬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에 대해서는 "최고령 데뷔는 기사를 통해 알았다. 33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최고령이라고 하니까 마흔 살 먹은 것처럼 느낌이 그랬다"면서 "그래도 타이틀이라는 게 1등이니까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씨익 웃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치른 데뷔전인 만큼 감회가 새로웠다. 주민규는 "많은 팬이 올 거라 생각했다. 대표팀 경기를 구경하러 갔었던 적도 있다"면서 "응원에 힘을 받아 아드레날린이 나오면서 신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최전방을 종횡무진 누볐고, 연계 플레이 과정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주민규는 "최전방에서 라인을 블록하는 역할을 처음에 했다. 감독님이 중간에 미들 지역으로 내려와서 손흥민, 정우영, 이재성의 공간을 만들어주라고 했다"면서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플레이여서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데뷔골의 기회가 찾아온 순간도 있었다. 전반 19분 황인범의 중거리슛이 골키퍼에 맞고 주민규 앞에 떨어졌다. 하지만 주민규는 이를 제대로 터치하지 못해 아쉽게 득점을 놓쳤다.
주민규는 당시 상황에 대해 "분명히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준비했는데, 나한테도 불규칙하게 와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날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이겼다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비겼기 때문에 높은 점수보다는 5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반 42분 손흥민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가장 먼저 달려가 안긴 선수가 주민규였다. 주민규는 "손흥민은 내가 평가할 선수가 아니다"라면서 "정말 좋은 선수고 내가 잘 맞춰준다면 많은 골을 돕고, 나도 도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엄치를 치켜세웠다.
그는 "처음보다 두 번째가 나을 거다. 긴장을 안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조금 힘이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두 번째 경기는 여유있게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공격수다보니 다음 목표는 데뷔골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태국이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낸 만큼 다부진 각오로 임해야 한다. 주민규는 "태국이 예전같지 않고 발전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 경기도 얘기했듯이 머리박고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끝으로 국가대표 승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주민규는 "팬들이 나보다도 더 간절하게 응원해주고 좋은 말씀 많이 해줬다"면서 "(팬들이) 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함을 잊지 않고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선 간절하게 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