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이재명의 민주당'…승기 잡았다는 '자만' 우려

거세진 '정부여당 견제론'…부산서도 9곳 중 4곳 野후보 우세
새 인물 대거 투입하며 현역 40% 물갈이 한 민주…"개혁 공천" 자평
수치상 '인적쇄신' 이뤘다지만 '이재명 민주당' 완성 시각도…후보자격 논란에 "국민이 판단" 정면돌파 자신감
권한 강화된 이재명 발언수위 상승…일부 후보들 "200석" 전망하기도
당내 일각선 "대표 중심의 막강한 권력은 위험"…"문제의식 있지만 총선이라 내지 않는 것" 지적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시장을 찾아 서은숙 부산진갑 후보와 이성문 연제구 후보 등 부산지역 후보들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3주 앞두고 '거대야당 심판론'보다 '정부·여당 심판론'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을 통해 마련된 총선 대진표가 국민 눈높이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회칼' 발언과 도피성 대사임명 논란 등 여권 악재로 인한 반사 이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천을 활용해 이른바 '이재명 민주당'이 완성된 것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에 대한 권한 집중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여당 견제위해 야당에 힘 실어야' 49%…부산지역 9곳 중 4곳서 야당 강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휴대전화 가상번호 전화면접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의하면 3월 3주 기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9%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인 3월 1주와 같은 수치지만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37%에서 34%로 3%p가 낮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6개월새 최고치인 2월 4주의 39%와 비교하면 5%p나 빠졌다.
 
'정권 심판론'과 '거대야당 심판론' 중에서도 정권 심판론에 힘이 더 실렸다.
 
이번 총선에서 '국정운영을 더 잘하도록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4%로 직전 조사보다 1%p 낮아진 반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9%로 2%p 높아졌다.
 
'21대 국회 평가' 항목에서는 민주당의 상승세가 더 두드러졌다.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 역할을 잘 한다는 응답은 35%로 직전 조사인 지난해 9월 2주 조사의 29%보다 6%p 상승했다. 민주당이 제1야당 역할을 잘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24%에서 35%로 무려 11%p가 높아졌다.
 
부산일보와 부산MBC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지난 18~19일 부산지역 9개 지역구에서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0~5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휴대전화 ARS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에서는 4곳에서 야당 후보들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이 국민의힘 강세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야당의 상승세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승세 원인은 '혁신 공천'…"현역 교체에 대한 열망 시스템 혁신 공천으로 실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인천시 미추홀구 신기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하며 셀카를 찍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주당은 이같은 현상이 정부·여당의 실정에 혁신 부족이 더해졌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각종 특별검사법 처리를 막기 위해 현역 의원 교체를 최소화한 반면 민주당은 변화해야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 지역구 의원 156명 중 62명, 39.7%를 교체했다.
 
민주당의 아성으로 불리는 광주에서는 무려 8곳 중 7곳의 후보가 새로운 인물이다.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현역의원 기득권 타파를 위한 경선 원칙, 양자 경선 및 결선 제도 도입 등으로 시스템 혁신 공천이 이뤄졌다", "현역 교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시스템 혁신 공천으로 실현했다" 등의 자평을 내놨다.
 

수치상의 '인적쇄신'이지만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완성…각종 후보 논란엔 "국민께서 판단할 것" 정면 돌파

수치상으로는 인적쇄신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당 안팎에서는 공천을 통해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이 완성된 것이 아니냐는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친명(親이재명)계 인사들은 약진한 반면, 비명(非이재명)계 인사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현역의원들이 극복하기 힘든 장치로 여겨지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페널티(벌칙)가 친명계 의원들에게 집중되는가 하면, 친명계 인사들은 상당수가 경선 없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최근 들어 불거진 일부 후보들의 후보 적합성 논란도 문제다.
 
경기 안산갑의 양문석 후보의 경우에는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한 과거 발언이 드러났고, 광주 북갑의 정준호 후보는 불법선거운동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모두 후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강북갑의 경우에는 경선에서 승리한 정봉주 후보가 '목발 경품'과 거짓 사과 발언 논란으로 인해 공천을 취소당한 탓에 재경선을 통해 조수진 변호사가 후보로 확정됐는데, 조 변호사 마저 과거 다수의 성폭력 피의자와 임금체불 사업주를 변호한 이력으로 인해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후보가 공천을 받은 지역구의 현역 의원들은 전해철, 조오섭, 박용진 의원으로 모두 비명계로 분류된다.
 
이재명 대표는 이들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이재명 대표 권한 강화하고 "200석" 발언도…"막강한 권력은 위험" 경계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인천시 미추홀구 신기시장을 찾아 남영희 후보, 허종식 후보, 인천연수갑 박찬대와 후보와 함께 시장 시민과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최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비상징계와 당직 임명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하면서 대표의 권한을 강화한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총선 과정인 만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당내 사안에 대해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이 대표가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통제가 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결과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이 대표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유세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위장 한국인이 아니냐"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동네 계 모임만 해도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며 계주에 비유하기도 했다.
 
일부 후보들은 200석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의 전남 해남·완도·진도 후보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서 200석을 만든다고 하면 김건희 특검, 이태원 특검, 채 상병 특검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며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이 200석 하려고 한다, 오만하다 하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당대표 중심의 막강한 권력은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는 정말 마지노선일 때만 이뤄져야 하지, 최고위에 부여한 권한을 한 사람에게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최근 지지율 추이에 대해 민주당의 행보보다는 "이종섭 호주대사 등의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이 정권이 자신들을 너무 무시한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고 분석하며 "대표의 언행이나 의사결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선거 이후에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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