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불꽃'(HIBANA)이 8년 만에 개정판이 출간됐다.
만담 개그로 이름을 알린 마타요시 나오키의 소설 데뷔작인 '불꽃'은 무명 코미디언 도쿠나가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선배 가미야를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경쟁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의 방황을 섬세하게 그려내 주목을 받았다.
저자 마타요시는 출간기념 인터뷰를 통해 "불꽃은 도쿠나가가 속한 콤비명인 스파크스를 뜻할 뿐 아니라 두 주인공간의 관계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두 주인공은 양극에 서 있는 듯 보여도 결국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똑같이 느낀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딪혀 이는 불꽃은 버텨내는 삶을 은유한다. 책을 읽으며 애매한 재능이라는 벽에 좌절하는 도쿠나가가 되기도 하고 관객 없는 무대에서 독백하는 가미야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코미디언을 꿈꾸며 18세에 도쿄로 상경해 오랜 무명 생활과 배를 곯아가면서도 개그를 짜기 위해 서점과 헌책방을 돌며 책을 손에 놓지 않았다고 한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매일 콩트를 쓰며 말하듯이 글 쓰는 문체를 벼렸다. 그래서인지 그의 문학은 만담을 펼치듯 관객과 파트너의 리듬에 맞춰 극을 잇고 변주하는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낸 이 소설은 세련된 문장으로 높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고뇌, 성공에 대한 솔직한 열망, 삶의 허무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비춰 결국은 모든 이의 마음에 공명을 일으킨다.
일본 문단에서는 개그맨이었던 저자가 순수문학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아쿠타가와상을 데뷔작으로 수상한 것을 두고 유례 없는 일이라며 화제를 모았다. 2015년 일본 아마존 서점과 오리콘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함과 동시에 역대 수상작 가운데 260만 부라는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일본 문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마타요시 나오 지음ㅣ양윤옥 옮김ㅣ소소미디어ㅣ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