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지 마세요. 소매치기예요!"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번화가에서 청소년들이 소리치며 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맞은편 인도에서 한 여성이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에게 설문지 같은 종이를 들이밀던 참이다.
청소년들이 '소매치기'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둘러싸자 이 여성은 낙담한 듯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의 '동료'도 함께 자리를 피한다.
청소년들은 이 소매치기 2인조가 거리를 떠나 지하철 안에 자리를 잡고 앉을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가며 "소매치기가 여기 있으니 조심하라"고 사람들에게 외친다.
지난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43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이런 고발 영상이 파리에서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매치기를 따라다니면서 촬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매치기의 존재를 알려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다.
파리 시내의 소매치기 영상을 제작한 알렉스(가명)는 르파리지앵에 "온·오프라인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며 "관광객에게 경각심을 주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16세인 알렉스와 그 친구는 그동안 약 15개의 유사한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런 영상은 '괴롭힘'이나 '협박' 콘텐츠에 해당해 차단되지만 콘텐츠 제작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알렉스는 "우린 사람들을 돕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이 자랑스럽다"며 "때론 소매치기를 한 시간 넘게 따라다니며 궁지에 몰기도 하지만 그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매치기가 주로 노리는 장소는 트로카데로 광장이나 루브르 박물관, 퐁데자르"라며 "여성 소매치기는 청원서를 나눠주며 관광객의 주의를 분산시킨 뒤 주머니를 터는 수법을 쓰고 남자는 주로 속임수 게임을 한다"고 귀띔했다.
SNS상의 반응은 여러 측면에서 뜨겁다.
알렉스는 일부 동영상의 경우 플랫폼에서 삭제당하기 전 누적 조회수가 160만 회를 넘긴 것도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 만에 조회수가 5만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소매치기 적발 동영상을 본 누리꾼 가운데엔 "경찰이나 파리시가 해야 할 일을 일반 시민이 하고 있다"고 응원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소매치기라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얼굴을 SNS에 공개하는 건 초상권 침해이자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이런 유형의 콘텐츠가 SNS상에서 확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인민재판의 시작"이라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