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은 센스 만점, 오타니는 "안녕하세요"…김하성 향한 배려와 낭만

주심이 홈플레이트를 청소하는 사이 김하성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있게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는 낭만이 있다.

2022년 4월 12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정규시즌 경기가 열렸다. 야구 경기 전에는 양팀의 사령탑이 홈플레이트에 모여 라인업 카드를 교환하는데 그날은 진풍경이 펼쳐졌다.

샌디에이고의 투수 테일러 로저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투수 타일러 로저스가 각 팀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둘은 쌍둥이 형제다. 테일러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지구 소속인 샌디에이고로 이적하면서 처음으로 쌍둥이 형제의 맞대결이 성사되자 양팀은 그들이 직접 라인업을 교환하도록 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서는 심판의 배려 덕분에 낭만 넘치는 풍경이 연출됐다.

김하성이 2회말 첫 타석에 들어서자 갑자기 랜스 박스데일 주심이 홈플레이트의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모래 먼지가 홈플레이트를 가리는 경우에 하는 행동인데 그때 홈플레이트는 깨끗했다.

이유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경기에서는 피치 클락이 적용된다. 타자는 정해진 시간 안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심판이 홈플레이트의 먼지를 털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재개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피치 클락이 작동하지 않는다.

심판의 센스가 돋보인 순간이었다. 박스데일 주심은 엄청난 함성을 받으며 등장한 김하성이 오랜만에 만난 한국 야구 팬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고척 스카이돔은 김하성이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했을 당시의 홈 구장이다. 메이저리거로 성공해 금의환향한 뜻깊은 장소다.

심판의 따뜻한 배려를 이해한 김하성은 모자를 벗고 여유있게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었다. 야구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김하성과 함께 이번 서울시리즈의 주연을 맡고 있는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도 김하성과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2루에서 경합을 벌이는 김하성과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는 3회초 2사 후 두 번째 타석에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안타를 터뜨렸다. 이후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타석에는 왼손 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있었다. 김하성은 프리먼의 잡아당기는 성향을 감안해 2루 베이스 근처로 위치를 잡고 있었다.

그때 오타니가 김하성을 바라보며 먼저 인사했다. 오타니는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을 건넸다. 김하성 역시 오타니와 인사를 나눴다. 낭만이 넘치는 장면이었다.

이후 두 선수는 다시 경기에 몰입했다. 오타니는 2안타 1타점 활약으로 다저스의 5-2 승리에 기여했고 김하성은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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